‘풀뿌리 단체를 발굴하여 성평등 교육 및 문화확산 활동을 통해 보수적인 지역문화를 성평등하게 개선하도록 지원하며…’.
여성가족부가 22일 배포한 보도자료 중 일부다. 정부 부처인 여가부가 ‘보수적인 지역문화’를 가졌다고 콕 집어 거론한 곳은 어딜까? 바로 ‘경상북도’다.
여가부 여성정책국 성별영향평가과는 인천·경기·전남·경북에 지역양성평등센터 4개소를 시범 운영한다면서 ‘교육과 문화의 확산으로 지역사회 실질적 성평등 실현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기자수첩 서두에서 밝힌 내용은 경북에 설치되는 지역양성평등센터 세부사업내용 중 한 부분이다.
그런데 왜 여가부는 타 지역과 달리 유독 경북에만 ‘보수적’이란 표현을 굳이 정부 공식 발표에 사용했을까?
‘보수적(保守的)’이란, 관형사로 ‘보수의 경향이 있는’이란 의미다. 여기서부터 혼동이 오기 시작한다. 서구와 달리 ‘보수’가 정치적 보수주의(保守主義, Conservatism), 자유주의(自由主義, liberalism), 우파(右派)나 우익(右翼) 등과 동의어로 마구 혼용되는 탓이다. 그럼에도 우리사회에서 일반적으로 ‘보수’란 진보와 대척점에 있는 정치이념으로 통용되곤 한다. 이를 고려하면, 여가부의 이러한 표현이 과연 적절했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이 표현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점은 또 있다. 경북이 대구와 함께 TK로 불리는 한국 보수 정치 세력의 ‘텃밭’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현재의 문재인 정권은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잇는 진보 정치 세력의 10년만의 집권이다. 따라서현 정권 하의 중앙 정부 부처가 경북을 ‘보수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은 여러 뒷말을 낳기 십상이다.
물론, 경북은 매년 연말 실시하는 지역성평등지수에서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7년 지역별 성평등 수준 분석 연구’에서도 경북은 성평등 개선이 낮은 지역으로 2011년 이래 성평등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성의 인권·복지와 성평등 의식·문화 영역은 중하위권에, 성평등한 사회참여 영역은 하위수준이다. 성평등한 사회참여 영역에서 성평등 개선은 거의 없고, 여성의 인권·복지와 성평등 의식문화 영역도 개선이 나타나지 않는 지역이다.
그러나 함께 선정된 인천·경기·전남 역시 경북보다 다소 사정이 낮다고 해도 성평등지수에서 하위권에 머물고 있고, 이들 지역에 대한 세부사업내용에서 ‘진보’, ‘보수’ 등의 표현은 발견되지 않는다.
여가부가 ‘가부장적’이라든지 ‘남성 중심주의적’이란 표현 대신 굳이 ‘보수적’이라고 명기한 무슨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왜 ‘사소한’ 표현 하나를 갖고 생트집을 잡느냐 힐난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중앙 정부부처인 여가부는 더욱 신중했어야 했다. 논란의 여지를 낳을 수 있는 표현이 포함된 정부 공식 자료가 중앙에서 지자체로 하달되고, 각 언론사로 배포됐다.
이것이 ‘사소한 문제’인가, 아닌가?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