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접대, 불법촬영·유포, 경찰유착, 그리고 마약까지. ‘버닝썬 게이트’가 열리면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과 마주하게 됐다. 특히 우리나라가 ‘마약류’ 사용에 꽤 보수적이라고 알려져 있던 것과 달리, ‘물뽕(GHB)’을 이용해 성폭행을 저지르거나 상습적으로 마약을 투약 및 유통하는 등의 의혹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마약 혐의로 입건된 피의자만 40명에 달해 국내 마약류 오‧남용 실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 같다.
마약범죄가 증가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마약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정보도 쉽게 얻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캐나다와 미국 일부 지역 등 북미에서 대마가 합법화되면서 이 지역에서 국내로 반입되는 대마류 적발 건수가 크게 늘어났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북미 지역에서 국내로 반입하다 적발된 대마류가 지난해 242건, 28㎏으로 전년 대비 303%, 중량으로는 268%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터넷과 SNS를 통한 불법적 마약류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마약류 판매 사이트(SNS 포함)는 2016년 1310건, 2017년 1328건, 2018년 1487건으로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GHB를 비롯해 약물 성범죄에 가장 많이 이용되는 향정신성의약품이 전체의 약 70%를 차지했다.
지난해 6월 경남 창원 A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도 향정신성의약품을 인터넷으로 구매해 투약한 사실이 적발돼 경찰에 검거됐으며,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온라인 마약류 사범 검거 건수는 각각 800→968→1120→1100→1516건으로 집계됐다.
마약류가 무분별하게 유통되는 만큼 단속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9개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불법 마약류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마련한 대책이 실질적으로 이행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력이 부족하거나 관리체계에 구멍이 생긴다면, 지금처럼 온라인 및 SNS 상으로 쉽게 마약을 구할 수 있게 된다.
게다가 우리는 지난 12일 이후 ‘의료용 대마 수입 허가’ 국가가 됐다. 물론 정부는 엄격한 규정을 통해 마약류를 관리하겠다고 밝혔지만, 앞서 벌어진 마약범죄에 사용된 마약류 또한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한다고 했던 물질들이다.
마약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법의 틈새를 노리는 이들도 늘어날 것이다. 또 다른 버닝썬 사태를 예방하려면 어느 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관리해선 안 된다. 마약류 반입에서부터 유통, 처벌까지 모든 부분을 관리하고 감독해야 한다. 범부처 ‘마약류대책협의회’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