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안전문제를 우선순위에 둔 모습이 젠더불평등을 해결해줄 것이란 정치적 효능감과 기대감으로 이어진 게 아닐까요.”
문재인 정부의 여성 지지율이 높은 이유를 묻자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이같이 답했다. 그는 한국여성단체연합회 대표·20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20년여간 여권신장에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
남 최고위원은 “최근 불법영상 유포로 물의를 빚은 유명 연예인은 과거에도 비슷한 문제를 일으켰으나 유야무야 됐다”며 “현 정부에서는 소위 ‘몰카 범죄’는 엄벌하겠다고 한다. 이같은 문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지 않고 우선순위에 두는 모습을 보며 기대를 갖게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남인순 최고위원과의 일문일답이다.
- 문재인 정부의 20대 여성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국무위원 30%를 여성에 할당하겠다고 했다. 정부는 지금도 그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고 있다. 이런 면에서 유리천장을 뚫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고 본다. 이처럼 결혼과 출산 이후 여성이 겪을 문제들을 이 정부가 조금은 해결해 줄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가 20대 여성들의 지지를 유지하는 배경이라고 생각한다.
- 여성운동가로 활동하다가 정계에 입문했다. 어떤 계기였나
▶ 1988년 인천지역 여성 노동자를 위한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면서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지금은 모두가 성폭력과 아동폭력을 범죄로 여기지만 당시에는 이런 제도적 논의가 없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시민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되는 거버넌스구조가 깨지다시피 했다. ‘젠더이슈’가 점점 실종되는 것을 보며 시민정치운동 ‘내가꿈꾸는나라’로 활동하게 됐다. 그렇게 제도정치에 뛰어들게 된 거다.
- 여성의원으로서 고충은 없었나
▶ 전체의원 중 여성의원이 17%다. 수가 적다보니 정치권에서 젠더이슈를 의제화하는 일이 쉽지 않다. 지난해 ‘미투운동’ 바람이 거세게 불었을 때 관련 법안을 빠르게 처리하자고 정치권이 합의했지만 여전히 처리되지 않고 있다. ‘여성 30% 공천’을 의무조항으로 바꾼 개정안을 19·20대 국회서 발의했지만 한 번도 심의되지 않았다. 젠더의식을 가진 남성의원들도 있지만 당사자인 여성의원이 여성문제를 더 우선적으로 챙길 수 있지 않겠나.
- 유치원·어린이집 공공성강화 특별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치원3법’의 국회 통과 가능성은
▶ 현장에서는 ‘유치원3법’의 골자인 국가관리 회계시스템 도입을 거의 받아들이고 있는 추세다. 이미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통과를 시키는 것이 상식상 맞다. 녹록치 않겠지만 어서 여야 합의를 이뤄 3월 임시국회 내로 유치원3법을 제정했으면 좋겠다. 뿐만 아니라 ‘임세원법’ ‘심석희 관련 법’ 등 민생법안도 3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 7년 연속 국정감사 우수의원상을 받았다. 의정활동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나
▶ 법안의 발의수보다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가’ ‘통과를 시켜 예산을 배정받았는가’가 중요하다. 특히 개정안을 발의할 때 문구 하나만 고치는 게 아니라 사회의 요구를 관련 기관들과 소통하며 반영했는 지가 평가기준인 것 같다. 전 시민단체 출신이기 때문에 법안을 발의할 때 법률가 조언 외에도 토론회와 공청회 등을 거치며 다양한 그룹들과 소통하려 했다. 법안 발의 후에도 상임위에서 통과가 되는지, 예산 배정을 받았는지 해당 부처와 소통하며 끝까지 책임졌다. 그 결과 이번 20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 126건 중 49건이 통과됐다. 전체 발의법안의 평균 통과율이 30%인데 전 40%다. 제 정책 키워드 ‘소통’과 ‘책임’을 일관되게 보여드려 좋게 평가해주신 것 같다.
- 남인순 의원에게 정치란
▶ 저는 정치(政治)라는 단어에 정치가 해야 할 역할이 다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정(政)은 나라의 살림살이를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치(治)는 순리에 따르며 만물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국회는 국민을 대표해 모인 기관이기 때문에 국민이 요구하는 대로 시대정신에 따라 나라 살림살이를 바르게 이끌어가야 한다. 또 국회는 다양한 지역·세대·계층의 의견을 조정하는 곳이다. 혼자서 구호처럼 외치는 것이 아니라 순리에 따른 이치, 즉 서로 조율하면서 의견을 받아들일 수 있게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 앞으로 어떤 정치를 하고 싶나
▶ ‘모든 사람의 온갖 눈물을 닦아내는 것이 나의 소망’이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처럼 국민의 눈물을 닦아줄 수 있는 정치를 하고 싶다. 국민들이 먹고사는 민생정치, 그 전에 현장을 알고자 하는 현장정치, 함께하는 소통정치, 법안 발의 후 끝이 아니라 실행될 때까지 책임지는 책임정치. 이 네 가지를 통합하면 ‘살림’의 정치라고 생각한다. 사람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정치를 하겠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약력>
▲20대 국회의원(재선·서울송파병)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민생연석회의 운영위원장
▲(전)제20대 국회 전반기여성가족위원장
▲(전)더불어민주당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장
▲(전)새정치민주연합 전국여성위원장
▲(전)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
▲(전)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전)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엄예림 기자 yerimuhm@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