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은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다. 누가 봐도 못된 ‘구해줘’의 이병석부터 장난기 많고 평범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의 김승철, 극단적인 선과 악을 모두 보여준 ‘손 더 게스트’의 윤신부까지. 작품에 가장 어울리는 모습으로 변신해온 윤종석은 tvN 월화극 ‘왕이 된 남자’에서 충직한 왕의 호위무사 장무영 역을 맡아 이전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줬다.
‘왕이 된 남자’ 종영 후 인터뷰를 위해 서울 쿠키뉴스 사무실에서 만난 윤종석은 약 반년 가까이 함께했던 작품을 떠나보내야 한다는 아쉬움에 젖어 있었다. 그는 “드라마 촬영을 마치면 시원섭섭할 줄 알았는데, 섭섭하기만 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윤종석에게 사극인 ‘왕이 된 남자’는 새로운 도전이었다. “사극의 호위무사는 모두 멋있어서, 저도 그럴 줄 알고 감독님께 ‘꼭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다”는 윤종석은 장무영을 표현하기 위해 검술과 승마를 연마하는 한편, 외적으로도 색다른 시도를 했다.
“사극이라 어려운 점도 있었지만, 재미있는 요소도 많았어요. 특히 저는 수염을 붙이는 게 재미있더라고요. 본격적인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김희원 감독님께서 ‘수염을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물어보셨는데, ‘화면에 조금 덜 멋있게 나오더라도, 역할을 위해서라면 붙이겠다’고 말씀 드렸어요. 그래서 수염을 붙였는데 초반엔 저를 잘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조금 속상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내가 정말 장무영처럼 보이나 보다’라고 생각했어요. 분장에 제 연기가 힘을 얻은 것 같기도 하고요.”
윤종석은 문관 집안 출신 무관이라는 인물설명을 바탕으로 장무영을 해석했다. 보통 사극에 등장하는 호위무사와 다르게, 예민하고 연민을 느낄 수 있는 인물로 장무영을 그리고 싶었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윤종석이 장무영의 인간적인 면을 부각한 덕분에, 그가 죽음을 맞는 마지막 장면의 안타까움도 극에 달했다.
“마지막회가 방영된 후 댓글을 봤는데, 무영의 죽음에 대한 시청자의 아쉬움이 많더라고요. 하지만 끝까지 임금의 곁에 있겠다는 무영의 소원이 이뤄졌다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기 전 무술감독님께 검으로 베이고 찔려도 끝까지 하선(여진구)만 바라보겠다고 했어요. 그리고 촬영에 들어가서 하선을 바라보는데 자연스럽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 장면 촬영을 마치고 한동안 마음이 허하고,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어요.”
최근 가장 주목받은 드라마에 연달아 출연한 소감을 묻자 윤종석은 의외의 대답을 내놨다. 겁이 난다는 것이다. 그는 아직은 불확실한 미래와, 연기자로서의 방향성 등이 고민이라는 속내를 털어놨다.
“잘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요. 다른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막연한 두려움도 생기고요. 이번엔 전작의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에게 혼란을 줄까봐 걱정하기도 했어요. 장무영을 연기하며 그 부분을 상쇄하려 무던히도 노력했죠. 그래서 ‘왕이 된 남자’의 촬영을 구경하시던 분들이 ‘보디가드’ ‘경호실장’ 배우라고 알아봐 주신 게 참 감사했어요.”
시인이 되고 싶었던 윤종석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를 보고 연기자를 꿈꾸기 시작했다. 시청각이 어우러진 화면에서 자신만의 색을 펼쳐 보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윤종석은 “연기를 처음 꿈꿨던 열아홉 살 때와 지금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제가 생각하는 파란색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했어요.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은 마음이에요. 제 안에 품고 있는 좋은 색들을 많은 분들께 보여드리고 싶어요. 누군가 저로 인해 조금이라도 감동을 받거나 즐겁다면, 저는 그것으로 만족할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건강한 기운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앞으로 50년은 걸릴 테니, 열심히 노력해야겠죠.”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박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