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모 생활용품업체 환경캠페인 슬로건이다. 황폐화된 산림을 되살리자는 취지로 시작된 운동은 햇수로만 올해로 36년째다. 그 사이 로고가 3번이나 바뀌었으니 그 속에 담긴 자부심과 긍지를 엿볼 수 있다.
민간도 이렇게 열심인데 하물며 정부는 어떨까. 산림 정책을 논하자면 아쉬움은 있다. 이번 강원·동해 산불도 현 정책이 부른 ‘화’가 아닌가 싶다. 강원 고성과 속초·강릉·동해·인제는 불이 난지 3일째인 지난 6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만큼 심각성이 컸다. 이 불을 제압하기 위해 전국 소방인력이 총동원됐다고 한다.
위기대처 속도는 빨랐다. 국가위기경보 수준은 4일 ‘심각’에서 9일 오전 10시를 기점으로 ‘경계’로 낮춰졌다. 그러나 불씨가 강풍을 타고 번지면서 진화가 쉽지 않았다. 행정안전부 중대본 발표에 의하면 이 불로 10일 11시 현재 임야 530헥타르와 사유·공공시설 2567개가 소실됐다. 속초와 강릉에서 사상자가 1명씩 나왔다.
피해지역을 대상으로 복구가 진행 중이지만 민심은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애당초 재난에 미리 대비해놨더라면 피해를 조금이나마 덜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실제로 우리 산림은 불에 취약하다. 예컨대 임도(林道)가 적어 화재 조기진압이 어렵다. 산림조합중앙회에 따르면 산림선진국인 독일과 일본은 100m당 임도가 46m, 13m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2.9m에 불과하다. 사람은 다녀도 소방차는 다닐 수 없다. 산불진화를 사람과 헬기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하나는 산림정책이 숲을 가꾸기보다는 보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자연 그대로 상태를 유지하려다보니 산에 불쏘시개나 잡목, 잔가지 등이 많다. 불이 나는 순간 화재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만다. 소방력만 하더라도 들불은 소방청이, 산불은 산림청이 끄는 구조라 효율성이 떨어진다.
단기소득 임산물 재배농가에게는 이번 화재가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농산물은 가뭄이나 풍수피해를 입으면 국가가 나서서 보상을 해주지만 임산물은 아니다. 강원 인제군은 전국 최대 자연산 버섯 생산지로 알려져 있다. 이곳은 송이버섯이 특히 유명한데 당분간은 향긋한 송이 향을 맡을 수 없을 것이라는 하소연이 들린다. 산림재해 보상체계 도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이런 이유에서 비롯됐다.
산불 소식은 매년 심심찮게 찾아온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이다. 올해는 상상 이상으로 참혹했다. 정부가 이제는 산림에 더 관심을 기울일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재해방지 대책을 잘 수립해 국민이 고통을 겪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이틀째 내린 봄비로 건조특보가 해제됐다. 재발화 우려도 가라앉았다. 이 비가 피해주민 시름도 씻겨주길 바란다.
송금종 기자 so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