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하며 선처를 호소했다. 조 전 회장의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안재천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 조 전 부사장 측은 “공소 사실을 모두 인정한다”면서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필리핀 여성 5명을 대한항공 직원인 것처럼 허위로 초청해 가사도우미 일을 시킨 혐의(출입국관리법 위반 등)를 받는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은 “피고인이 워킹맘으로서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데 한국인 도우미는 주말에 일하지 않아 외국인 도우미를 생각하게 됐다”며 “법 위반에 대해 적극적인 인식이나 의도는 없었으니 이런 동기와 사정을 참작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또 “어떻게 외국인 도우미를 고용할지 몰라 회사에 부탁했는데 그런 과정에서 회사 직원들과 주위 분들에게 피해 입힌 것을 피고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회항 사건으로 조 전 부사장이 구속돼 어머니인 이 전 이사장이 도우미들을 관리했는데, 조 전 부사장에게 책임이 있는 부분 때문에 어머니까지 기소돼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 역시 “법적인 부분을 숙지하지 못하고 이런 잘못을 저지른 데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저로 인해 피해를 본 회사 직원들께 송구스럽고, 잘못을 뉘우치고 있으니 다시 기회를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벌금 1천5000만원을, 이를 도운 대한항공에 벌금 3000만원을 각각 구형했다.
반면 이날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이 전 이사장은 혐의를 부인했다. 이 전 이사장 측 변호인은 “필리핀 여성 6명이 허위 초청돼 국내에 입국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피고인은 이 부분을 지시하거나 총괄한 적이 없고, 대한항공 비서실에 부탁만 했다. 그러면 밑에서 알아서 다 초청하는 식으로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한 것은 맞으나 불법인지 몰랐다”며 “2004년부터 필리핀 가사도우미를 고용했는데, 2016년 8월 처음 그것이 불법이라는 걸 알게 돼 당시 일하던 가사도우미를 돌려보내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이사장은 가사도우미 중 한 명의 비자가 만료된 후 연장된 과정에 대해 재판에서 직접 진술하기도 했다. 이 전 이사장은 “비자 연장을 할 때도 직접 하라고 한 적은 없다. 대한항공에서 도우미들의 여권을 갖고 있어 때가 되면 알아서 해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조 전 부사장에 대해 다음달 11일에 선고공판을 연다. 이 전 이사장에 대해서는 다음달 13일 증인심문을 진행한다.
민수미 기자 mi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