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는 분노하고, 다른 누군가는 박수를 보냈습니다. 한쪽에서는 사과하고, 다른 쪽에선 엉뚱한 피해를 받고 있습니다. 대통령을 인터뷰한 한 기자의 태도에서 시작된 논란입니다.
지난 9일 오후 8시30분 방송된 KBS1 '문재인 정부 2년 특집 대담-대통령에게 묻는다'는 송현정 KBS 기자가 문재인 대통령과 대담을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딱딱한 질의응답을 벗어나 가볍고 편한 분위기에서 정부 출범 2주년을 맞은 대통령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는 콘셉트인 것이죠.
하지만 이날 대담의 진행을 맡은 송현정 기자의 태도가 논란이 됐습니다. 대통령 입장에서 불편한 내용을 다루는 과정이 문제였습니다. 문제가 된 건 대통령의 답변을 자르는 장면이었습니다. 장관 후보자 인사 검증과 관련해 문 대통령이 검증 실패를 부정하자, 송 기자가 말을 자르며 "그런 부분은 제대로 설명이 되지 않았다"고 반박한 것이죠.
또 ‘독재자’란 표현도 문제가 됐습니다. 야당에서 대통령을 비판할 때 쓰는 표현인 ‘독재자’를 직접 언급하며 “독재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느냐”고 질문한 것이죠. 문 대통령은 난감해하면서도 "물리적인 저지를 하지 않기로 하고 그 해법으로 패스트트랙이라는 해법을 마련한 것이다. 그 해법을 선택하는 것을 가지고 독재라고 하는 것은 조금 맞지 않는 이야기"라고 반박했습니다.
방송 이후 송 기자의 태도에 대해 많은 시청자들이 분노했습니다. 하룻밤 사이에 해당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2000건이 넘는 항의글이 올라왔고, KBS 시청자상담,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도 방송에 대한 불만이 쏟아졌습니다. 방송사의 공개사과를 요구하기도 하고 ‘공영방송’을 언급하며 수신료를 내지 않는 방법을 다른 시청자들에게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문재인 정부 2주년 대담 프로그램 진행자의 질문 수준과 대화방식에 대해 질문합니다'는 글이 이날 오후 2시 기준 1만4000명의 동의를 받고 있습니다.
청원자는 해당 글에서 "대통령 취임 2주년 방송의 취지를 시청자 입장에서 기대했던 것은 지난 2년을 돌아보고 앞으로의 3년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준비했을 것이라 생각했다"며 "그러나 방송 시작 20분이 넘도록 북한 문제를 이야기한 데다 대통령 발언 중 진행자가 계속해서 말을 끊거나 '독재자'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매우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시청하면서 진행자의 의견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느낌이라는 것을 지울 수 없었다"고 차분하게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반대로 송현정 기자의 인터뷰를 칭찬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자유한국당 민경욱 의원은 자신의 SNS에 “기본을 잘 지킨 인터뷰였다”며 “내내 답답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담방송 중에서도 그나마 좋았던 건 송현정의 존재감이었다. 부드러운 품위를 갖추면서도 추가 질문으로 정곡을 찌르고, 필요할 땐 말을 끊고 들어가는 그를 보고 KBS가 완전히 죽지는 않았다는 안도감을 느꼈다”는 의견을 적었습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 역시 SNS를 통해 “솔직히 말해 ‘문빠 기자’가 ‘진영 논리’에 기반하여 ‘문비어천가쇼’를 하겠구나 싶었다.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며 “송현정 기자가 요즘 멸종상태이다시피 한 진짜 방송 언론인이었다. 그녀는 인터뷰의 진면목을 보여줬다”고 칭찬했습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은 더듬고, 당황하고, 억지 미소를 짓는 표정 관리로 최선의 방어를 했으나 결론은 송현정 기자에게 영혼까지 탈탈 털렸다”고 평가했죠.
이광용 KBS 아나운서는 송현정 기자를 응원했다가 뭇매를 맞고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이광용 아나운서는 "해당 프로그램의 전반부를 제대로 보지 않은 채 섣불리 평가에 개입한 점, 또 지지자라는 표현을 일방적으로 사용해 많은 분들을 언짢게 한 점, 변명의 여지가 없는 제 잘못이다. 제가 썼던 그 글로 상처받고 기분 나쁘셨을 모든 분들께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SNS에 적었습니다. 이어 “말 한마디, 글 한 줄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뼈저린 교훈을 얻는 하루였다”고 덧붙였죠.
현재 군 복무 중인 그룹 인피니티 성규도 논란에 소환됐습니다. 그가 송현정 기자의 사촌 동생이란 이유 때문입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성규의 SNS를 방문해 “대단한 사촌 누나를 두셨다”, “사촌 누나와 가까운 사이냐”고 비판하는 댓글을 남기고 있습니다. 이에 성규의 팬들은 “왜 여기서 화풀이냐”라며 반발하고 있죠.
정작 문 대통령은 송 기자의 태도에 크게 개의치 않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10일 오전 브리핑에서 이번 논란에 대해 “대통령이 불쾌해하셨거나 그러진 않았다”며 “오히려 공격적인 공방 오갔어도 괜찮았겠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습니다.
아직 송현정 기자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발언과 태도로 불쾌감, 혹은 분노를 느낀 사람들이 많은 건 분명해 보입니다. 엉뚱한 사람들이 사과하고 비판받고 있기도 하죠. 송 기자는 자신으로 인해 시작된 논란을 지켜보며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