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첫 번째가 예의고 두 번째가 열정이에요. 상대 배우가 열정이 없어 보이면 화가 날 때도 있어요. 그렇다고 화를 낸 적은 없어요. 어떻게 그래요.”
최근 종영된 JTBC ‘으라차차 와이키키2’를 보면 유독 배우 이이경에게 눈길이 간다. 유일하게 시즌1과 시즌2를 모두 출연한 배우여서만은 아니다. 그가 쏟아내는 에너지가 곧 드라마의 분위기를 좌우하고, 그가 만들어내는 안정감이 다른 배우와 시청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으라차차 와이키키’는 이이경의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지난 15일 서울 논현로 한 카페에서 약 1년 만에 이이경을 만났다. 지난해 시즌1 종영 당시 감기에 심하게 걸려 양해를 구했던 것과 달리, 이날 이이경은 건강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기자들을 맞았다. 이이경은 실제로 “시즌1에 비해 몸을 쓸 일이 없었다”고 좋은 컨디션을 자랑하며 시즌2를 마친 소감을 전했다.
“시즌2를 시작하면서 시청자들의 기대에 못 미치면 어떡하지 싶었어요. 과하면 오버한다는 얘기를 듣고, 힘을 빼면 성의 없어졌다는 얘기를 들을 것 같았거든요. 균형을 맞추는 것에 대한 고민이 많았죠. 감독님의 생각은 달랐어요. 제가 나오는 것만으로도 시청자들이 이해해줄 거라 하셨죠. 또 시즌1 때는 특수분장을 비롯해서 할 게 정말 많았어요. 그에 비해 시즌2는 몸이 편했던 것 같아요. 두 시즌을 해보니 시즌1의 그림을 가지고 시즌2를 그려나간 것 같아요. 뭐가 더 나은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이경은 다른 작품과 달리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리즈에 많은 애정을 쏟는다. 촬영장에 가기 전에 미리 머릿속으로 콘티를 그려갈 정도다. 생각한 소품이나 의상을 직접 준비해 가는 경우도 많았다. 촬영에 많은 에너지를 쏟는 만큼, 대신 평상시엔 말없이 앉아서 체력을 보충하는 스타일이다.
“생각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촬영 콘티를 머릿속으로 짜서 가는 경우도 있고요. 확성기나 강아지 인형처럼 제가 생각한 소품이나 의상을 현장에 가져가요. 그렇게 안 하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거든요. 시청자들이 열심히 연기한다는 얘기를 하면 감사해요. 촬영할 때 에너지를 쏟아붓는 대신 평상시엔 말이 많지 않아요. 대기할 때도 아무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어요. 매니저가 많이 느꼈을 거예요. 평소에 아무 말 안 하고 가만히 있던 형이 촬영에 들어가서 갑자기 연기를 하니까요.”
지난해 ‘으라차차 와이키키’ 시즌1을 시작한 제작발표회에서 이이경은 열의에 넘쳤다. 혼신의 힘을 다해 웃기려 한다는 각오가 대단했고 그것을 드라마에서 입증했다. 이이경은 이후 두 시즌에 걸쳐 원 없이 코미디 연기를 하면서 자신감이 붙기도 했지만 고민도 생겼다.
“자신감이 붙은 건 맞아요. 하지만 고민스러운 것도 있어요. 대본 안에서 웃겨야 한다는 게 있거든요. 개그도 처음 봤을 때는 웃지만 두 번 보면 신선함이 떨어져서 웃을 수 없잖아요. 매번 대본을 받을 때마다 고민을 안 할 수 없어요. 그래서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을 많이 해요. 결국 저를 써먹어야 하니까요. 이번에도 우연히 이빨 사이로 침 뱉는 걸 시작했다가 반복해서 했어요. 나중에 보니 이 사이가 많이 벌어졌더라고요. 실생활에서 소재를 찾으려고 해요.”
‘으라차차 와이키키’를 하면서 행복한 순간도 많았다. 웃겼다는 반응에 뿌듯하기도 하고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반영되는 것에 기분 좋은 순간도 있었다. 시즌3에 대한 질문에 “꼭 하고 싶다”는 대답을 자신 있게 내뱉는 이유다.
“시즌2의 대본을 받았는데 다 시즌1에서의 제 말투로 써있더라고요. 작가님이 이제 제 말투를 아시니까요. 또 제 차가 ‘레베카’로 바뀌어서 나오고 에피소드도 생겼어요. 그렇게 제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것들이 대본에 나오는 걸 봤을 때 제일 기분이 좋아요. 예전엔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면, 지금은 작품 자체로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이번에도 그래서 좋았어요. 행복했다거나 웃기다는 반응이 정말 좋더라고요. 개그맨 분들이 이런 희열을 느끼는 걸까 생각할 정도로 뿌듯했습니다.”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HB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