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레이디스 코드는 7년째 ‘반상회’를 열고 있다. 멤버들이 한 자리에 모여 속내를 털어놓는 자리다. 데뷔 초엔 일주일에 한 번 날짜를 정해 반상회를 열었는데, 요즘엔 대화가 필요할 때면 수시로 모인다고 한다.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면서 세 멤버들의 우정은 더욱 돈독해진다.
“저는 평생 숙소에서 살고 싶어요. 주니가 청소를 정말 잘하거든요.” 팀의 맏언니의 애슐리는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집순이’인 주니는 지저분한 공간을 깔끔하게 치우면서 스트레스를 푼다. 술버릇도 청소다. 덕분에 두 언니들은 몸과 마음이 편한데, 정작 주니는 고개를 저었다. “언니들이 혼자서 (청소하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최근 서울 논현로 마이라이브홀에서 만난 레이디스 코드가 들려준 이야기다.
레이디스 코드에게 지난 2년7개월은 서로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닫는 시간이었다. 솔로 음반과 드라마 출연 등 개인 활동을 하는 동안 멤버들의 빈 자리를 크게 느껴서다. 세 멤버 중 가장 먼저 솔로곡을 냈던 소정은 “혼자서 노래 한 곡을 채우는 게 생각보다 어려웠다”면서 “(멤버들과 함께하는) 지금은 마음이 훨씬 편하다. 멤버들이 옆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된다”고 했다.
지난 16일 발매한 ‘피드백’(FEED BACK)은 레이디스 코드가 오랜만에 내는 완전체 신곡이다. 2016년 낸 ‘미스터리’(MYST3RY)와 ‘스트레인저’(STARNGE3R)에서 몽환적인 분위기를 강조했던 것과 달리, 이번엔 펑키한 분위기와 멤버들의 에너지로 노래를 채웠다. 멤버들은 “데뷔 초의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반가운 노래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더 좋은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는 욕심에 작곡가를 닦달해 녹음도 여러 번 했다. 주니는 코러스를 여덟 트랙이나 쌓았다.
“작년 8월에 녹음해놓고 발매를 미뤄두고 있던 노래에요. 이번 컴백을 준비하면서 예전에 녹음해뒀던 걸 들어보니, 목소리가 너무 어리게 느껴지더군요. 더욱 성숙한 느낌을 주고 싶어서 다시 녹음했죠. 다들 욕심이 커져서 작곡가 오빠를 많이 괴롭혔어요.(웃음) 뉴트로 펑크 장르인데, 우리와 가장 잘 어울리는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애슐리)
레이디스 코드는 신곡을 준비하는 내내 무대를 기다렸다. 한층 여유로운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해서다. 데뷔 초엔 “무대에서 실수를 하면 나 자신이 너무 싫어졌”(애슐리)을 만큼 완벽을 추구했지만, 이젠 흠 잡을 데 없는 가창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았다. 바로 무대를 통해 전달할 수 있는 에너지다. 소정은 “이제 관객들의 표정이 보인다”고 했다. 자신들을 보며 즐거워하는 관객들의 모습에 레이디스 코드는 더 큰 힘을 얻는다.
“데뷔 초엔 오늘이 마지막일 거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혔던 것 같아요. 스트레스가 켰죠. 그런데 6~7년 활동하다보니, 앞으로 60년 이상은 노래를 부르겠더라고요. 예전엔 왜 그렇게 여유가 없었던 건지…. 이젠 길게 보고 있어요. 그래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소정)
레이디스 코드는 꿈이 많다. 작게는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하고 싶다는 소망부터 크게는 월드투어를 열고 싶다는 포부까지 마음에 품고 있다. 미국 국적인 애슐리는 “부모님이 계신 뉴욕에서 꼭 공연을 열고 싶다”며 눈을 빛냈다. 애슐리의 부모님은 아직까지 딸의 라이브 무대를 보지 못했다. 소정은 “언니(애슐리)의 부모님 댁 거실에서 공연할 수도 있다. 두 분만을 위한 콘서트”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아직 행사 외에는 길게 공연해본 적이 없어서, 언젠가 단독 콘서트를 꼭 열어보고 싶어요. 단체 무대는 물론 유닛과 솔로 등 다양한 무대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애슐리)
“세계 곳곳을 누비면서 공연하고 싶은 마음도 있죠. 친구들한테 ‘나 일본이야’, ‘내가 지금 파리라서…’라고 얘기해보고 싶어요. 하하.”(주니)
“맞아. 전화하면 맨날 일본, 유럽이래. 우리만 한국에 있나봐. 음악방송 1위도 한 번 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1위를 하게 된다면 눈물이 날 거 같아요. 그런데 다 울면 안 되는데…. 누구 하나는 1위 소감을 말해야 하잖아요. 일단 언니(애슐리)는 많이 울 거 같고…. 그럼 제가 할게요. 하하하.” (소정)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