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제제 처방이 치매에 치료 효능이 있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과학적으로 규명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정수진 한의학연 임상의학부 박사 연구팀이 알츠하이머 및 혈관성 치매 모사 동물모델에서 보중익기탕과 황련해독탕의 치료 효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의학에서 치매 치료는 허(虛)와 실(實)을 가려 이뤄진다. 허증 치매는 주로 뇌의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경향이 많고 실증 치매는 몸 안의 담음 등으로 인해 갑자기 발생하는 경향이 많다. 담음이란, 기의 흐름이 순조롭지 못해 생긴 일종의 수독을 말한다.
연구팀은 한약제제의 치매 치료 효능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자 치매 질환의 대표 처방인 보중익기탕(허증 처방)과 황련해독탕(실증 처방)을 각각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 모사 동물모델에 투여하고 증상을 관찰했다.
이어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체를 쥐의 뇌에 주입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도했다. 그 후 보중익기탕을 투여한 실험군과 그렇지 않은 대조군으로 나눠 동물시험을 진행했다. 실험결과 실험군의 공간인지능력이 대조군보다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동물실험 중 하나인 Y-미로시험에서는 치료하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보중익기탕을 투여한 실험군의 행동비율이 37%까지 향상됐다. 또 수동회피시험에서 대조군의 행동지연 시간이 12초인 것에 반해 실험군의 행동지연은 220초까지 향상됐다.
연구팀은 양측 경동맥 결찰로 유도한 혈관성 치매 모사 동물모델을 대상으로 황련해독탕을 투여했다. 그 후 이어진 Y-미로시험에서 황련해동탕 추출물을 투여한 실험군의 행동비율이 대조보다 20% 향상된 것을 확인했다. 신물질탐색시험에서는 실험군의 식별지수가 대조군보다 31% 향상했다. 황련해독탕을 투여한 쥐의 뇌 조직에서 미세아교세포 활성이 억제되는 등의 염증 저해 효능도 확인했다.
연구에 참여한 정수진 박사는 “이번 연구는 치매 유형별 치료에서 한의학적 변증에 기반한 한약 처방의 효능을 입증한 것”이라며 “향후 변증 처방의 약리기전 연구를 보강하고 충분한 임상시험을 거치면 치매에 대한 한의 치료의 가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의학연 기관 고유사업과 보건복지부 한의약선도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됐으며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 및 몰레큘스(Molecules)에 발표됐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