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폐지 이후 촉발된 국립암센터 ‘파업 사태’ 완전 종료

포괄임금제 폐지 이후 촉발된 국립암센터 ‘파업 사태’ 완전 종료

복지부, 시간외수당을 특이소요분으로 인정…“과도기 상황, 올해만 예외 적용”

기사승인 2019-09-17 05:00:00

11일간 암환자 및 보호자들의 애간장을 태웠던 국립암센터 파업 사태가 16일 종료됐다. 사측이 인금 1.8% 인상과 함께 쟁점이 되었던 ‘시간외근로수당’을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대한 정부 승인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7일 오전 6시 모든 환자 진료가 정상화된다.

개원 이후 처음으로 벌어진 이번 파업 사태는 지난 7월 1일 ‘포괄임금제’가 폐지되면서 촉발됐다. 포괄임금제는 연장·야간근로 등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수당을 급여에 포함시켜 일괄지급하는 임금제도이다. 제도 폐지로 시간외수당이 발생했으나 암센터측은 올해 임금교섭에서 시간외근로 수당을 포함한 1.8% 임금 인상을 제시했다. 정부의 공공기관 임금 가이드라인에 따른 총액인건비 1.8% 인상 외에는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2019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 의하면 정부 가이드라인에 명시된 임금인상률 위반 시 위반한 금액만큼 깎여서 차후년도 인건비 예산 편성이 이루어진다. 임금인상률은 기관경영평가의 주요 지표로서, 정부가 정한 인상률을 어기면 경영평가 인건비 지표에서 0점을 받는다. 즉, 전체 경영평가 등급 산정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이에 따라 기관평가성과급의 지급률도 낮아질 수 있다는 것이 암센터의 설명이다.

또 시간외수당을 특이소요분으로 별도 인정받으면 이러한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만 공식적인 보건복지부 승인이 없어 임금 인상분에 시간외수당까지 포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암센터는 임금교섭 결렬 및 파업에 대비해 9월 2일부터 입원환자 540여 명 중 400명 이상을 동국대 일산병원·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등으로 전원시키거나 퇴원 조치를 했다.

결국 노동조합(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립암센터지부)은 시간외근로 수당을 총 인건비와 별도로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6일 오전 6시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당시 노조는 “대부분의 병원에는 각종 수당 제도가 있으나 이 병원에는 수당이 전혀 없는 상태여서 수당 신설에 대한 조합원들의 요구가 대단히 높은 상황이다”라며 “그럼에도 병원장은 임단협(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타결을 위해 힘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병동의 입원 환자를 줄이기 위해 힘쓰는 등 교섭 중에도 파업에 대비한 활동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후 지난 11일과 15일 교섭이 재개됐으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파업은 당초 예상보다 길어졌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의 몫이 됐다.

쟁의행위 시 필수유지업무의 범위·협정·결정 관련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규정(제42조의2 내지 제42조의4)에 따라 응급실·외과계중환자실·내과계중환자실은 100% 업무가 유지됐지만 수술·투석·진단검사·응급약제·치료식환자급식·산소공급·비상발전·냉난방 업무는 40~60% 업무만 유지됐다. 파업 돌입 전 530여명(병상가동율 96%)이었던 입원환자수는 파업 돌입 후 70여명(병상가동율 13%)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암센터는 16일 최종 교섭에서 노조의 요구인 ▲임금 총액 1.8% 인상 외 시간외근로수당 지급 ▲합리적 임금체계 마련을 위한 임금제도 개선 위원회 구성 ▲복지 포인트 30만원 추가 지급에 합의하고 파업 철회를 요청했다.

복지부도 포괄임금제 폐지에 따른 과도기적 상황을 인정하고, 올해에 한해서만 시간외근로수당을 특이소요분으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복지부 김기남 질병정책과장은 “암센터의 경우 지난 7월 포괄임금제가 폐지돼 시간외수당을 처음으로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러한 특수성과 간호직의 임금 수준이 다른 병원에 비해 낮다는 점을 감안해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밝혔다.

암센터 관계자는 “그동안 이중으로 고통 받은 암환자들과 국민께 참으로 면목이 없다. 아직 전체 조합원을 대상으로 하는 임단협 잠정합의안 찬반투표가 남았지만 재파업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면서 “이제 노사가 지혜와 힘을 모아 어려운 경영 여건 등 우리 앞에 놓인 난관을 슬기롭게 극복하겠다”고 전했다.

파업을 이끈 이연옥 국립암센터병원지부장은 “충분히 노사가 합의할 수 있었는데도 파업을 유도하고 장기파업으로 내몬 암센터측의 태도 변화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암센터가 직원존중을 통해 세계 최고의 암센터가 되고 국가암관리사업의 중추기관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바로 세우기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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