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점부터 제가 손지은인지 박하선인지 헷갈리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 막을 내린 채널A 드라마 ‘오후 세 시의 연인’(이하 ‘오세연’)으로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배우 박하선은 “시원섭섭하기보다 마음이 허하다”는 종영 소감을 털어놨다. 작품을 마치고 난 후 몸살이 나기도 했다. 촬영하는 내내 자신의 역할과 그를 둘러싼 상황에 푹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오세연’은 금기된 사랑으로 인해 혹독한 홍역을 치르는 어른들의 성장드라마다. 박하선이 연기한 손지은은 마트에서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하며 성실하고 무료하게 살아가는 30대 주부로, 대안학교 생물교사인 윤정우(이상엽)을 만나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역할을 떠나보내는 것은 힘들었지만, 오랜만에 연기할 수 있었던 것은 신나는 일이었다. 최근 서울 학동로 한 카페에서 만난 박하선은 3년 만의 복귀에 관해 “부담감보다 설렘과 신남이 앞섰다”고 말했다. 이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캐릭터를 표현하는 것에도 공을 들였다.
“일이 재미있어진 시점과 휴식기가 맞물려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었죠. 오랜만에 복귀한다는 부담감보다 연기를 할 수 있어서 신나고 재미있다는 마음이 컸어요. 이 전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준비도 많이 했고요. 하던 대로 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톤으로 연기에 변화를 줬죠. 예전엔 대본 안에서 정답을 찾아가려고 했다면, 이번엔 제가 맡은 역할의 그 인물로 살아 있는 것처럼 연기하려 노력했어요.”
달라진 것은 연기뿐 만이 아니다. 박하선은 ‘오세연’을 작업하며 “시청자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다”라고 고백했다. 0%대에서 2%대까지 상승한 시청률 추이를 보며, 예전엔 몰랐던 부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이전에 했던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잘 나온 편이에요. 계속 잘 되니까, 원래 그런 것인 줄 알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 0%대 시청률을 보고 아니란 걸 알았어요. 귀한 시간을 내서 많은 채널 중 우리 프로그램을 선택해 봐주시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깊이 느꼈어요. 이것도 하나의 성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번에 얻은 시청자의 응원과 반응으로 평생 연기할 힘을 얻었다는 박하선은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다른 색이 있는 역할이라면 마다하지 않고 도전하고 싶다는 그는 “무엇이든 웰컴”을 외쳤다.
“연기가 싫었던 적도 있어요. 돌이켜보니 잘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으니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지금은 연기만큼 재미있는 게 없어요. 30대가 되면서 일에 재미를 느끼니,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와 안정도 뒤따라왔죠. 얼마 전에 여름 자두를 먹었는데, 문득 정말 행복하다고 생각했어요. 예전엔 소소한 것에서 행복을 찾자고 다짐해도 어려웠는데, 이제는 자연스럽게 그렇게 돼요.”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