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어요. 기사를 읽고 ‘우주의 기운이 모였구나’라고 생각했죠. 좋은 일이니까 축하드리지 않을 수 없고요. 저도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배우 공효진의 말에 듣던 기자들도 웃음이 터졌다. 자신이 출연했던 SBS ‘질투의 화신’의 실제 모델이었던 김현우 앵커와 이여진 기상캐스터의 결혼 소식마저 ‘공효진’을 한 번 더 언급하는 계기가 됐다는 얘기였다. 두 자릿수 시청률로 1위를 달리는 KBS2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 출연 중인 공효진은 2일 개봉하는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로 스크린에서도 관객들을 만난다. 때마침 경쟁작이었던 TV조선 ‘뽕 따러 가세’도 종영을 맞아 가수 송가인에게 고맙다는 얘기가 꺼냈다. 그의 말처럼 우주의 기운이 공효진에게 모이고 있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는 전 여친에 상처받은 재훈(김래원)과 전 남친에 뒤통수 맞은 선영(공효진)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현실 로맨스를 다룬 영화다. 최근 서울 삼청로 한 카페에서 만난 공효진은 ‘가장 보통의 연애’를 제안받으며 ‘남녀가 술 먹는 얘기’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영화의 느낌이 촬영을 시작한 겨울과 잘 맞는다고 생각한 것도 출연 이유 중 하나였다.
“영화 속 장면들의 배치나 구성이 아주 적절했다고 생각했어요. 시작하는 부분도 재밌었고요. 김래원 씨에겐 ‘지질한 역할인데 할래?’라고 했겠지만, 저에겐 ‘썸 타는 남녀가 술 마시는 얘기야’라고 하셨어죠. 무슨 얘길까 궁금했는데 읽어보니 정말 재밌더라고요. 촬영을 겨울에 했는데 포장마차나 오뎅바의 느낌들이 계절에 잘 맞는 것 같았죠. 엔딩도 깔끔했어요. 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는 결말이 뻔하거나 관객을 배려해서 아쉬울 때가 있잖아요. 전 칼같이 자르는 배려심 없는 엔딩이 좋아요. 그래야 극장에서 나올 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거든요.”
영화 속에 제목인 ‘가장 보통의 연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인물들이 보통의 연애가 무엇인지 논쟁을 벌이는 내용이다. 공효진 역시 인터뷰 도중 ‘가장 보통의 연애’에 대한 설명을 더했다. 이 영화 속 현실적이고 부끄러운 모습들이 ‘가장 보통의 연애’ 같다는 이야기였다.
“한국 영화에 많이 등장하는 예쁘고 미화된 연애가 아니라. 흑역사만 나열한 것 같은 얘기여서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자긴 그런 적 없다고 하겠지만, 평생에 한 번은 있을 법한 얘기잖아요. 헤어진 애인에게 ‘뭐해? 자니?’라는 연락해 본 적도 다들 있지 않나요. 메시지 옆에 숫자 1이 지워지네, 안 지워지네로 고민하고, 인터넷에 1자가 안 보이게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찾고요. 상대가 나를 차단했는지 확인하는 방법도 있더라고요. 연애가 미화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서로 발을 뒤로 빼면서 미궁에 빠지는 관계도 재밌었고요. 적당히 빠지면 영화 같았겠지만, 끝까지 ‘기억 안 나는데?’ 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니네도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가 영화적이지 않고 느낌이 일관적이어서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공효진은 드라마와 영화로 동시에 주목받는 소감을 이야기했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타이밍이 좋았다고 공을 돌렸다. 다시 자신에게 이런 시간이 올까 싶어 즐기려고 한다는 얘기도 했다.
“항상 평가를 항상 받는 직업이잖아요. 기자들의 취향도 맞추기 힘든데 대중의 취향을 다 맞추긴 더 힘든 일이고요. 그래서 지금 너무 좋아요. 이게 무슨 일인가 싶기도 하고요. 제가 기가 막히게 잘했다거나 변화를 잘한 게 아닌 걸 생각하면 좋은 시점이 제게 온 것 같아요. ‘동백꽃 필 무렵’과 ‘가장 보통의 연애’ 모두 대중이 응원하고 싶은 작품들의 성향을 띄었다고 보거든요. ‘동백꽃 필 무렵’은 착해서 잘됐으면 좋겠고, ‘가장 보통의 연애’는 영화가 침체기인데 적은 예산으로 만든 톡 튀고 재밌는 영화가 오랜만이라 북돋워 주고 싶은 상황이라고 생각해요. 이런 시간들이 다시 올까 싶어서 많이 들여다보고 즐기려고 해요. 평소엔 정신이 없어서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기억도 못 하거든요. 요즘엔 자꾸 기억에 남기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이준범 기자 bluebell@kukinews.com / 사진=NEW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