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은 점점 거세지고 있지만, 당사자의 입장은 없습니다. 최근 ‘프로듀스X101’ ‘아이돌학교’ 등 오디션 프로그램 결과 조작 논란이 불거진 방송사 Mnet의 이야기입니다. ‘프로듀스X101’(이하 ‘프듀X’) 생방송 결과 조작 의혹에 이어 ‘아이돌학교’도 비슷한 의심을 받고 있지만, 이에 관해 Mnet 측은 “입장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지난 3일 방송한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프듀X’와 ‘아이돌학교’ 제작진이 합격자를 내정한 채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는 증언이 보도됐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Mnet 측은 시청자의 투표로 아이돌 데뷔 멤버를 뽑는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이는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제작진이 방송 전부터 합격자를 정해 놓고 결과를 조작했다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특정 연습생에게 경연 과제가 유출됐고, 심지어 오디션에 참석하지 않은 참가자가 본선에 진출하는 일도 있었다는 주장도 전해졌습니다.
출연자의 보호자 또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아이돌학교’에 출연했던 이해인의 아버지는 지난 2일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글을 올려 프로그램 조작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아이돌학교’ 촬영 당시 CJ ENM이 이해인에게 계열사인 기획사와 전속계약을 제안했다는 것입니다. 이해인의 아버지는“ 최종 멤버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모의 동의도 없이 전속계약서 작성을 요구했지만, 데뷔에 불이익이 갈까 봐 참았다”라고 폭로했습니다. 그러면서 “회사가 탈락 연습생들을 데뷔시켜준다고 약속했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딸을 포함한 연습생들을 방치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이해인은 ‘아이돌학교’ 방송 당시 유력한 데뷔 멤버로 꼽혔지만, 탈락한 연습생입니다. 당시 팬들은 모바일 투표 인증 사진을 5000건 이상 확보했는데, 실제 방송에선 투표수가 2700표로 나왔다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의혹은 ‘프듀X’ 최종회가 방영된 후 불거졌습니다. 생방송 최종 문자 투표 결과 1위부터 20위까지 연습생 득표수가 특정한 상수(7494.442)로 분석됐기 때문입니다. 우연이라고 보기 힘든 수치에 Mnet 측은 “방송을 통해 공개된 최종 득표수는 실제 득표수가 아니라, 소수점 둘째 자리로 반올림된 득표율을 득표수로 환산한 숫자”라며 “최종 순위에는 문제가 없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불신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Mnet의 설명엔 여전히 의문을 가질 만한 부분이 남아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시청자가 꾸린 진상규명위원회은 ‘프듀X’ 제작진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고발했습니다. Mnet 측도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선 긋기에 나섰죠. 경찰은 CJ ENM 본사와 오디션에 참여했던 일부 기획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관련 의혹을 확대해 수사 중입니다.
4일 열린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부정투표에 대한) 의혹이 오랫동안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고, 데이터만 봐도 투표 의혹이 충분히 예상된다”면서 “방통위가 유사프로그램 실태 파악을 위해 조사에 나서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강상현 방심위원장도 “경찰의 수사 결과를 포함해 심의를 엄격하게 진행하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국민 프로듀서의 열렬한 관심을 받았던 ‘프듀X’는 이제 다른 의미로 온 국민의 눈길을 받게 됐습니다. 하지만 Mnet은 최초 해명 이후 이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 중입니다. 명확한 설명도 반성도 없습니다. Mnet과 제작진이 수많은 오디션 참가자를 훈계했던 것처럼, 스스로 돌아보고 책임감 있는 자세를 보일 때입니다. ‘위 아 K팝’(WE ARE K·POP), Mnet이 채널에 직접 붙인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