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공공성 외면, 각종 비위 논란으로 질타를 받았다. LH는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기업이지만 국토교통부 산하 기관 중 가장 질타를 받는 곳이다. 올해도 LH공사가 추진하는 사업 방향, 내부 직원들의 기강 해이와 비위 행위 등이 도마에 올랐다.
◆ LH, 공공성 외면에 ‘도마’…“공기업 사익 추구 골몰”=이번 국정감사에서는 LH가 수익에 매몰돼 공기업으로서 공공성을 외면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표적으로 판교신도시 임대주택(10년)이 분양전환을 추진한 이후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둔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4일 “정부가 10년 전 공급한 판교 10년 임대주택을 시세대로 분양전환할 경우 추정이익이 2조4000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동영 대표는 또 “LH가 판교 택지매각과 아파트 분양을 통해서 가져간 이익까지 고려하면 총 8조7000억원의 개발이익을 거두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에 정동영 대표는 “공공택지에서 공급된 10년 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들이 저렴하게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입된 제도”라며 “로또방지를 핑계 삼아 고분양을 하는 것은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 LH공사의 폭리”라고 비판했다.
정동영 대표는 “정부의 실책으로 집값을 잔뜩 올린 것도 모자라 10년전 분양전환가격을 약속받은 입주민들에게 로또를 막는다는 명목으로 공기업이 폭리를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관련법에 어긋나는 시세기준 가격으로 막대한 이득을 가져가겠다면 공기업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LH가 토지수용으로 쫓겨나는 원주민들에게 공급하는 이주자용 택지를 비싸게 팔아 200억원 이상의 부당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이현재 의원(자유한국당)은 이주자용 택지 공급과 관련 부당이득금 소송 내역’을 토대로 “실제 법원은 지난 2014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5년 6개월간 76건의 소송에서 LH가 203억원의 부당이득금을 주민들에게 반환하라고 판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LH는 공공사업자로서 국민소유 토지에 대한 강제 수용권, 택지독점개발 권한, 용도변경 결정 등 특권을 위임받은 공기업”이라며 “하지만 해당 특권으로 막대한 분양수익을 올리는 LH가 원주민들의 토지강제수용에 따른 정당 보상과 이주대책 마련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차용지를 매각함으로써 주차난과 주차비 인상을 야기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김철민 의원은 LH가 주차용지 매각으로 11개 택지지구에서 약 6500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국정감사에서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문제는 매각된 164개 주차용지 가운데 공공에 매각한 것은 14곳에 불과했다. 민간에게 매각될 경우 주차용지에 수익이 높은 음식점, 마트, 영화관 등을 조성되는 경우가 많다. 주차장은 건물 지하 등에 부설주차장으로 만들기 때문에 국민들이 비싼 주차요금을 물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오히려 주차난이 가중된다는 지적이다.
LH는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일부 동의하면서도 임대주택 분양전환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으로 해명했다. LH 관계자는 “10년 임대주택은 사업구조상 건설단계에서 사업비 투입 및 10년간 임대기간동안 손실이 발생하는 등 장기간에 걸쳐 발생하는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당초 모집공고 및 임대차 계약 시 분양전환가격은 ‘감정평가금액’으로 한다고 명시했다”며 “가격기준을 변경할 경우 입주민의 자가 취득은 수월해 지나 주택가격 상승분이 소급해서 입주민에게 돌아가는 문제가 발생한다”고 해명했다.
◆ 끊이지 않은 비위행위 및 모럴헤저드(도덕적해이) 논란=LH직원들의 비위행위와 모럴헤저드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 직원들이 지위를 이용한 뇌물수수나 특혜 등이 끊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업 직원의 비위행위는 국정감사에서 ‘단골손님’처럼 거론되지만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LH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LH는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 경찰·검찰로부터 직원 11명의 뇌물·횡령 혐의를 통보받고 이들을 해임·파면하는 등 징계했다.
11명을 포함해 LH 직원의 내부 징계 건수는 ▲ 2016년 11건 ▲ 2017년 21건 ▲ 2018년 33건 ▲ 2019년(8월까지) 24건 등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2018년 이후 최근까지 대표적 비리 사례를 보면, A씨는 지인이나 직무관련자들로부터 투자 조언과 자문 제공 등의 명목으로 4차례에 걸쳐 1억3150만원을 받았다. B씨는 공사 현장 납품을 청탁한 업체에 그랜저 승용차 렌트비 2천191만원(33차례)을 대신 내게 했다.
이에 박홍근 의원은 이처럼 위법과 비리 사실이 드러나도 LH 자체 심의 과정에서 상당수의 경우 징계 수위가 낮아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LH 감사실이 징계 처분을 요구한 건 가운데 19% 정도가 징계위원회를 거치며 '징계 감경'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 반복되고 있다. 위법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공공기관으로서 사익 추구에 매몰됐다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이 가운데 LH직원들이 사용하는 업무용차량 비용이 규정보다 초과 운영하며 매월 1억2천만원 이상을 낭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이 제기한 내용으로 내부 감사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11일 기준 LH의 업무용차량은 총 799대다. 이는 행정안전부 ‘공용차량 관리규정’과 LH의 ‘차량관리 및 운영기준’에 따른 차량 정수 649대 보다 150대 많다. LH에서 통상적으로 임차하는 9인승 승합차량 기준으로 150대의 차량을 임차하는 데는 매월 1억2150만 원이 추가로 소요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 평균 1회 이하로 운행한 LH의 업무용차량이 지난해에만 총 100대(업무용 차량의 12.5%)에 달했다. 2015년 12월, 4,150만원을 들여 구매한 쏘울, 월 78만원을 임차료로 내고 있는 그랜저 등 단 한 차례도 운행되지 않은 차량은 8대다. 이 가운데 임차한 6대의 월 임차료 433만원이 허투루 나가고 있는 셈이다.
강훈식 의원은 “130조 규모의 부채를 안고 있는 LH가 예산절감 노력이 부족하다”며 “업무차량의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마련해 예산을 절감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수환 안세진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