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약 급여화 시범사업이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청와대-대한한의사협회 유착 의혹으로 잠시 뒤로 미뤄지게 됐다.
지난 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순례 의원은 청와대와 한의협의 결탁 의혹을 제기했다. 문재인 케어 지지해준다면 첩약 급여화를 해주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한의계 내부에서 자료를 전달받았다며 최혁용 한의협 회장의 발언이 담긴 동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11일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했고, 7일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이 최혁용 회장과 이진석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보건의료 관련 정책은 국민의 건강권과 생명권이 직결된 사안으로 보건의료 질서를 엄격히 준수하고 안전성·유효성을 검증받은 건에 대해서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한의협은 감사 청구와 고소로 인해 첩약 급여화 전체 회원 투표를 뒤로 미루기로 했다. 첩약급여화에 대한 최종안을 전 회원 투표를 거쳐 보건복지부와 논의해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었다. 김계진 한의협 홍보이사는 “지난 임시총회에서 10월 내로 전체 회원 투표를 하기로 했지만, 변수가 생겨 잠시 뒤로 미루는 것. 회원과 약속했던 일정이 다소 미뤄지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최혁용 회장은 15일 담화문을 통해 “(첩약 급여화가) 약사 출신 국회의원에게 공격의 소재로 이용될 것이라고 상상도 못했다. 참담한 심정이다”고 밝혔다. 또 “한의계 발전을 발목잡고 음해하려는 자들의 헐뜯기가 약사 출신 국회의원을 통해 국감장에서 여과없이 제기되는 것을 막지 못해 송구할 따름”이라고도 표현했다.
이에 대해 대한약사회는 "국정감사에서 김순례, 윤일규 의원이 첩약 건강보험을 시행하려면 안전성과 유효성, 경제성을 갖춰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철저히 국민의 건강을 위한 국회의원의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며 "이를 특정 직능 출신이 한의협 추진 정책을 깎아내리는 것이라는 한의협의 태도가 참으로 왜소하기 그지없다"고 강하게 비판해 직능 간 다툼으로 번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김승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도 국감에서 첩약 급여화의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지적했다고 밝혔다. 이는 복지부와 관련 공공기관도 ‘첩약’이 급여화 되기에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의협은 안전성과 유효성에 대해 첩약 급여화가 기존 약이 건강보험에 들어가는 과정과 맥락이 다르다고 맞서고 있다. 개별 약재에 대한 안전성 검토와 더불어 사후 감시 부분을 강화하면 된다는 것이다. 유효성에 대해서는 각 약재에 대한 효능은 밝혀져 있지만, 조합해야 하는 첩약의 데이터가 없다는 것은 인정했다. 시범사업을 통해 데이터를 쌓으면 보완되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노상우 기자 nswrea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