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칼로 베이는 것 같다’. ‘전기가 슝슝 지나가는 것 같다’, ‘주사기나 바늘로 찌르는 것 같다’, ‘쓰라려서 옷을 못 갈아입겠다’.
여러 환자들이 하나의 질환 때문에 생긴 통증에 대해 표현한 얘기들입니다.
이 질환은 신경에 병이 생겨 나타납니다.
그래서 어딘가에 닿아서 느끼는 촉각을 아픔으로 잘못 인식하기도 하고, 때론 그 통증이 무디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또 갑자기 묵직하거나 예리하게 엄습하기도 하죠.
바로 대상포진의 증상입니다.
대상포진 하면 대개 물집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죠.
대상포진이라는 이름 자체가 한자로 ‘띠 대’자, ‘모양 상’자를 써서 몸에 띠 모양을 두르듯 포진, 그러니까 물집이 잡힌 것을 말하는데요.
상당수가 이 포진과 함께 통증을 동반합니다.
시기를 놓쳐 대상포진 치료가 늦어지면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게 될 수 있습니다.
<리포트>
얼마 전 감기 증세를 보여 입원까지 했던 오진영 씨.
어느 순간 귀 주변에 생긴 발진이 심해지고 통증이 나타나더니 급기야 성대가 마비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오진영(가명) / 대상포진 환자·43세
“열이 심하게 나고 오한이 있어서 감기로 생각하고 입원을 했는데요. 입원한지 며칠 만에 갑자기 귀에 수포 같은 게 올라오더니 대상포진이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당뇨 초기에 있었는데 그 순간 면역력이 떨어지고 당뇨 수치가 많이 높았나 봐요. 그러면서 대상포진이 발병하고 신경이 이어진 목에, 성대 쪽에 연결되면서 성대가 반쯤 마비됐습니다.”
오 씨의 경우 피부에 생긴 포진은 한 달 정도, 성대 마비는 두 달가량 지난 후에야 나아졌습니다.
대상포진은 면역력이 줄어든 틈을 타고 느닷없이 찾아옵니다.
면역력은 암 같은 큰 질환에 걸렸을 때, 정신적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았을 때, 그리고 외상을 입었을 때 저하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우리 신체가 노화되는 과정에서도 점차 떨어집니다.
김남희 교수 / 동국대일산병원 신경과
“대상포진은 어렸을 때 수두를 앓고 나서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감각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 면역력이 떨어지면 바이러스가 복제되면서 감각 신경절을 따라서 발현이 되고요. 거기에서부터 염증이 시작되고 또 신경이 파괴되다 보니까 처음에는 통증으로 발현하고 시간이 지나면서 피부절을 따라 피부 병변이 생기는 식으로 나타납니다.”
대상포진이 시작되면 일반적으로 통증이나 감각 이상이 수일간 지속됩니다.
또 선처럼 가늘고, 줄을 이룬 모양의 발진이 발생하는데요.
일부 환자들은 초기에 발염감과 전신 쇠약감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발진이 가셔도 물집이 있던 자리에서 짧게는 한 달, 길게는 1년 이상 통증이 계속될 수 있습니다.
김남희 교수 / 동국대일산병원 신경과
“손상이 경미할 경우는 염증이 지나가고 나면 자발적으로 복구가 잘 되는데, 손상이 심할수록 한참 지나면 복구는 되긴 하겠지만 후유장애가 남을 확률이 좀 높겠죠. 그래서 처음에 항바이러스제를 빨리 써서 바이러스 양을 줄여 손상을 최소화하는 게 목표가 되는 중요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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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 말고 단순포진이란 게 또 있죠.
두 질환은 바이러스가 원인이 된다는 점은 같지만, 바이러스 자체가 다릅니다.
대상포진은 주로 가슴, 얼굴, 허리에 띠 모양의 물집이 나타나는 반면, 단순포진은 입 주변이나 사타구니, 등에서 관찰되곤 합니다.
특히 대상포진의 경우 극심한 통증을 불러올 수 있는데요.
의외로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고생하는 환자들이 많다고 합니다.
대표적 특징인 띠 모양의 물집이 아닌 다른 모양의 물집이 잡힐 수도 있고, 물집 없이 통증이 먼저 발생하기도 하고요.
또 물집이 머리카락이나 몸속 구석에 숨어 잘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여러 합병증을 막기 위해서라도 꼼꼼한 진단과 치료가 필요합니다.
<리포트>
홍종수 교수 / 동국대일산병원 피부과
“10~15%의 환자에서는 대상포진이 눈 주변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그 경우에는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눈으로 침범하게 됩니다. 그래서 각막염이나 홍채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키게 되는데요. 그런 합병증이 생기면 심한 경우에는 실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빠른 진단 및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대상포진 치료는 크게 항바이러스제 투여, 통증 조절, 합병증 예방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요.
여기에도 골든타임이 있습니다.
특히 수포 같은 증상 발현 이후 72시간 안에 항바이러스제를 투여하는 게 중요합니다.
바이러스 활성화를 억제하고, 동시에 바이러스로 인한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인 겁니다.
항바이러스제는 보통 일주일간 사용하고, 통증이 극심한 경우에는 진통제를 함께 처방하기도 합니다.
통증 기간이 3개월을 넘어가면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는 진단명이 붙게 되는데, 이땐 단번에 통증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통증 완화 치료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통증의 강도가 10이었다면 6~7, 2~3으로 차츰 줄여나가는 겁니다.
이처럼 치료 과정마저 힘겨울 수 있다 보니 최근에는 사전에 대상포진 예방 접종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홍종수 교수 / 동국대일산병원 피부과
“대상포진 예방 접종이 따로 있고요. 이게 독감 예방 접종처럼 모든 국민에게 다 맞으라고 권고하지 않는 이유는 예방률이 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보통 50~60% 확률에서 예방할 수 있다고 돼 있고요. 다만 대상포진 후 신경통 합병증의 발생 확률을 한 60~70% 낮춰주는 것으로 돼 있어서 맞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모든 예방 접종은 부작용이 있기 때문에 30, 40대 분들은 부작용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아서 보통 50, 60대에 추천 드리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치료가 끝났더라도 대상포진은 재발할 수 있습니다.
신장 이식 등의 수술 과정에서 필요에 의해 인위적으로 면역을 떨어뜨려 놓은 경우가 아니라면 일반적으로 재발은 한 번 정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항바이러스제를 조기에 투여해 대상포진을 잘 다스리면 재발 위험도 낮출 수 있다고 하는데요.
단순한 피부질환으로 치부하거나 별 것 아니라고 생각해서 수포를 방치하고 관리하지 않으면 앞서 전문의가 얘기한 각막염이나 홍채염 외에도 봉와직염 같은 세균감염증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수포나 통증이 있으면 지나치지 마시고 꼭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시길 바랍니다.
김성일 기자 ivemic@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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