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이라크 리스크에 ‘전전긍긍’…대규모 수주 사업 어쩌나

현대건설, 이라크 리스크에 ‘전전긍긍’…대규모 수주 사업 어쩌나

기사승인 2020-01-16 04:00:00

이란의 미국 이라크 기지 보복 공습으로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는 가운데 이 지역에 수주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건설사들도 긴장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조원 규모의 해수공사 플랜트 낙찰의향서를 접수했던 현대건설에겐 악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해 5월 이라크 바스라 지역에 위치한 해수공급시설 플랜트 공사에 낙찰의향서를 받아 단독수주라는 쾌거를 이뤘다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이번 공사는 정진행 부회장이 주도해 수주한 사업이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라크 바스라 지역이 긴장이 커지면서 사업 진행 가능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건설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건설업계는 미국·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것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란이 미국의 이라크 기지 공습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다. 실제 이라크는 미국과 이란이 중동 내 헤게모니를 다투는 지역이고, 꾸준히 국지전 형식으로 군사적 대립을 이어오고 있다.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의 가셈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도 이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이다.

 현재 국내 건설사들은 미국과 이란의 갈등을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라크에는 14개 건설사가 진출한 상황이다. 

 현대건설의 경우 지난해 5월 이라크 바스라 남부 유전 유정에 주입할 해수처리 플랜트 공사 사업을 수주했다. 이 공사는 이라크 석유부 산하 바스라석유회사가 발주한 해수처리 플랜트 프로젝트다. 당시 현대건설 측은 “정진행 부회장이 특사단과 동행하며 수주를 진두지휘했다”고 자평했다.

 다만 현대건설이 수주한 이라크 바스라 지역 해수처리 플랜트 공사 사업은 현재까지 계약이 완료된 것은 아니다. 실제 현대건설 공시에도 “상기 사항은 최종계약 사항이 아니며, 본계약 체결시 일부 변경이 있을 수 있다. 향후 진행과정 중 발생하는 확정 내용을 재공시할 예정이다”라고 명시돼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도 “아직 수주 계약이 끝난 것은 아니고 진행 중으로 나와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최근 미국과 이란 간의 군사적 긴장관계가 커지면서 자칫 사업 진행에 큰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 라진성 연구원은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이 격화되면 현대건설의 이라크 유정물공급시설 사업과 대우건설이 입찰에 참여한 알-포(Al-Faw) 방파제 및 컨테이너 사업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더군다나 현대건설이 수주했던 이라크 남부 바스라 지역은 군사적 긴장이 커지면서 이 지역에 근무하던 주재 미국인들이 이라크를 떠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지난 2014년 이라크와 리비아의 내전사태가 악화되자 당시 정부는 각 현장에 있는 건설사들에게 철수를 권고한 바 있다.

 더군다나 현재 미국과 이란의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 김기명 연구원은 “솔레이마니 사망 이후 이란이 핵합의 파기를 선언함으로서 중동지역의 긴장 강도는 과거보다 높은 수준을 보일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이란의 지원을 받아온 이라크 내 친이란 시아파 민병대의 보복 공격이 이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하고, 미국의 대 이라크 경제 제재가 단행되는 상황으로 갈 경우 한국 기업의 직접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건설업계에서는 중동지역 건설 수주는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중동 보다는 리스크가 덜한 동남아나 홍콩  수주 사업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액은 44억달러로 전년(92억달러) 대비 49% 감소했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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