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중국계 대학생이 현지 10대 청소년들로부터 인종차별적 모욕을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20일(현지시간) 일간 라 레푸블리카에 따르면 중국계 대학생 발렌티나 왕(19)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직접 경험한 에피소드를 공개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베네치아 카포스카리대에 다니는 그는 어느 날 아침 가족을 만나기 위해 베네치아의 한 기차역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10대 소년 2명이 다가오더니 이유없이 왕에게 욕설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차에 따라 올라타 모욕적인 언행을 이어갔다.
왕이 '그만하라'고 외쳤으나 이들은 "당장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며 큰 소리로 되받았다. 서양인이 아시아인을 조롱하기 위해 하는 '눈 찢기' 행위도 있었다고 한다.
왕은 이들이 기차가 떠나기 전 침을 뱉고,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고선 사라졌다고 전했다.
왕이 게시한 글은 소셜네트워크미디어(SNS)상에 금새 퍼졌다. 이 글은 이날 오전 현재 5900회 공유됐고, 댓글도 5400여개가 달렸다.
중국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이탈리아 시민권을 소유한 왕은 이 경험담을 공개하면서 길을 가다 '엿먹어라'와 같은 욕설을 듣는 등 이탈리아에서 수시로 인종차별 언행에 시달렸다고 밝혔다.
왕이 묘사한 심각한 수준의 인종차별 피해에 현지 사회에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엘레나 보네티 이탈리아 양성평등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매우 심각한 사태"라며 "특히 나이 어린 청소년들이 이런 끔찍한 행동을 했다는 게 나를 아프게 한다"라고 썼다.
이어 "이탈리아인이라면 우리 스스로 세운 헌법 규정에 따라 모든 사람이 똑같이 사회적 존엄을 누리고 그것을 존중해야 한다"며 "용기를 잃지 말라. 그 가치에 부합하는 이탈리아를 같이 만들어보자"고 덧붙였다.
한편, 이탈리아 국영 철도회사인 트렌이탈리아 측은 즉각 관련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문창완 기자 lunacy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