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도중 발생한 의사와 간호사의 신체 접촉은 성추행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2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대학병원 간호사로 근무했던 A씨가 의사 B씨와 학교를 상대로 낸 성희롱 및 성추행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일부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다만, 회식자리에서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서는 B씨와 병원이 공동으로 5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A씨는 지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B씨가 집도하는 수술에 전담 간호사로 참여했다. 지난 2016년 4월 두 사람이 모두 참석한 학술대회가 끝난 뒤 술자리에서 A씨는 B씨에게 수술 중 신체접촉과 관련해 부적절한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날 발언 이후에도 수술 도중 신체접촉이 계속해서 발생하자 A씨는 B씨의 신체접촉이 성추행에 해당하며, 술자리에서의 발언은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수술실에서 벌어진 신체 접촉은 성추행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수술실에는 다른 의료진도 함께 있고 B씨가 고의적인 성추행을 시도할 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의사가 팔을 움직이면 수술 기구도 움직이게 된다는 점을 들어, B씨가 환자의 생명이 달린 수술중 위험을 무릅쓰고 성추행을 시도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술자리에서 B씨가 “가족끼리 키스하는 것 아니냐”는 등의 발언은 일반적인 미혼 여성이 유부남인 남자에게 들었을 때 성적 수치심을 느낄 만한 표현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해당 발언이 학술대회 후 술자리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포괄적인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봤다. 따라서 B씨의 사용자인 대학교도 A씨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한성주 기자 castleowner@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