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떨어진 줄 알았다. 오디션 이후 한 달동안 아무 연락도 오지 않았다. 3차 오디션을 잘 못 봤다는 생각에 이렇게 오래 연락이 안 오면 안 된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갑작스런 합격 통보를 받고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신인 배우 유수빈은 tvN ‘사랑의 불시착’에 합류했다.
유수빈이 ‘사랑의 불시착’에서 맡은 역할은 5중대 중급병사 김주역이다. 열혈 한류 팬으로 드라마를 통해 알게 된 남한 지식으로 초반부 리정혁(현빈)과 윤세리(손예진)의 소통을 돕는 인물이다. 최근 쿠키뉴스와 만난 유수빈은 김주먹이 되어가는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고 했다. 의욕이 넘쳐 과한 설정을 한 것이 실수였다.
“처음에는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어요. 고민해서 캐릭터 설정이나 제스처를 많이 짰는데 대본 리딩을 하니까 저만 과한 거죠. 다른 배우들과 섞이지 못하고 호흡도 안 맞았어요. 갈피를 못 잡는 제게 감독님이 단순하게 생각해보자고 하셨어요. 톤 자체에 힘을 빼고 일상에서 얘기하듯이 해도 될 것 같다고 하셔서 대본을 다시 봤어요. 사실 주먹이는 대본에 있는 걸 그대로 표현해도 명확하게 잘 알 수 있는 캐릭터였던 거죠. 대본을 잘 지켜보고 똑바로 소화해보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렇게 하니까 부담감도 덜하고 마음이 편해지면서 잘 섞이는 것 같았어요.”
유수빈은 ‘사랑의 불시착’ 후반부에 배우 최지우와 함께 등장하는 장면으로 큰 화제가 됐다. 한류 드라마 팬이던 김주먹을 위해 윤세리가 실제 최지우와 만나게 해주는 장면이었다. 유수빈은 김주먹 캐릭터를 위해 일부러 SBS ‘천국의 계단’을 처음부터 다시 봤다고 했다.
“‘천국의 계단’ 드라마 내용을 제가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야 상상도 되고 집중도 될 것 같았죠. 드라마를 어릴 때 봐서 기억이 잘 안 나더라고요. 그래서 ‘천국의 계단’을 ‘정주행’했어요. 제가 기억해야 할 만한 장면은 영상도 따로 찍어서 촬영 전에 계속 돌려봤어요. 소라게 장면은 각도 같은 것 혼자 따라하면서 연습했고요.”
유수빈은 어린 시절부터 사람들 앞에 나서서 웃기고 재밌는 이야기 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다. 수업시간에 국어책을 읽을 때도 읽기 싫어하는 친구들과 달리 일부러 대사를 말하듯이 읽었다. 그게 재미있어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연기학원을 등록하며 배우의 길이 시작됐다. 김주먹을 위해 시키지 않아도 많은 걸 준비한 것처럼 스스로 노력하고 발전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제 스스로가 발전했으면 하는 욕구가 커요. 전보다 조금 더 연기적으로 성장한 모습을 느끼고 싶죠. 그게 정말 기분 좋고 재밌거든요. 저는 빨리 뭔가를 이루고 대단한 걸 성취하는 것보다 남들보다 느려도 똑바르게 잘 짚어가면서 천천히 성장하고 발전하는 연기자가 되고 싶어요.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연기를 1~2년 할 것도 아니고 평생할 거잖아요. 천천히 진중하게 가려는 마음이에요.”
기적처럼 시작한 ‘사랑의 불시착’은 지난달 종영했다. 북한 병사 김주먹은 서울로 이동하며 후반부까지 5중대원의 한명으로 드라마를 채웠다. 유수빈에게도 ‘사랑의 불시착’은 그만큼 특별하다.
“‘사랑의 불시착’은 제가 한층 성장한 느낌을 주는 작품이에요. 영광스러운 작품이고 배운 것도 많아요. 자신감도 좀 얻었고요. 또 시청자 분들의 관심도 받고 저를 응원해주시는 분들도 생겼잖아요. 제가 농담으로 운을 끌어다 쓴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너무너무 감사한 작품입니다. 드라마와 주먹이, 그리고 저까지 사람들에게 오래오래 남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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