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보름 만에 밥구경해요” 코로나19 길어지며 빈곤층의 삶 위기

[르포] “보름 만에 밥구경해요” 코로나19 길어지며 빈곤층의 삶 위기

[르포] “보름 만에 밥 구경해요” 코로나19 길어지며 빈곤층의 삶 위기

기사승인 2020-03-10 06:00:00

-복지사각지대 취약계층코로나19 장기화로 기본적인 삶조차 무너져-

-‘굶주림은 마스크 공급 못지않게 시급, 정부와 민간단체 머리 맞대야-

-주위 돌아보며 따뜻한 손길 내밀 때 코로나19’도 사라질 것-

-급식소 공백푸드뱅크·바우처로 해결해야-

[쿠키뉴스] 곽경근 대기자 = 보름 만에 따뜻한 밥을 먹게 되었어요

9일 오전, 청량리역 인근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만난 김 모 씨가 도시락과 마스크가 든 까만 비닐봉투을 들어 보이며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무료급식소에 의지해 매 끼니를 해결했었는데 그동안 밥을 주는 곳이 없어서 굶기도 하고 빵이나 생라면 등으로 때웠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밥퍼나눔운동본부는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차단을 위해 지난 221일부터 37일까지 급식을 중단했다. 급식을 중단하며 “39일 다시 밥퍼의 문을 여는 날 만나자는 말을 기억하고 찾아온 사람들이 한두 명씩 모이더니 어느덧 긴 줄을 이뤘다.

밥퍼나눔운동본부 최홍 부본부장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를 차단하기 위해 밥퍼의 사역을 다시 보름간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힘들고 어려운 시기입니다건강 잘 지키시고 오늘 오신 분들에게는 도시락을 드립니다또 마스크와 손세정제소독용 티슈도 함께 드립니다맛있게 드시고 건강 잘 지켜 보름 뒤에 기쁨으로 뵙겠습니다.”라고 안내하며 한 사람 한 사람에 준비한 도시락을 전달했다.

이날 도시락을 받기 위해 줄 선 사람들 가운데 신발을 짝짝이로 신고 온 모녀가 눈에 띄었다. 뇌병변을 앓고 있는 딸(34)의 손을 꼭 잡고 차례를 기다리는 이은주 씨(64·가명). 딸의 걸음걸이가 한쪽으로 쏠려 신발의 바닥이 늘 한쪽 면만 달아서 왼발과 오른발의 신발을 서로 바꿔서 신는다고 말했다. 이문동에서 왔다는 이 씨는 평생 듣지도, 보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딸을 돌보느라 바깥일은 전혀 할 수 없었다. 2주간 밥을 못 먹어 딸의 체중이 10kg은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밥퍼에서는 혹시나 하고 찾아온 노인들과 노숙인 300명에게 도시락을 전달했다. 최홍 부본부장은 급식 중단 보름이 지난 오늘은 공동급식을 할 수 있기를 기도했는데, 다시 2주일 더 중단하게 되어 가슴 아프다지금은 함께 식사할 수 없지만 보름 뒤인 323일에는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기를 기약한다.”고 전했다.

다일공동체 김미경 실장은 수도권 전 지역에서 전철 등을 이용해 배고픈 사람들이 이곳에 모인다.”배고픈 노인들과 노숙인들의 허기를 채워주려 하지만 코로나 19의 지역 확산을 차단하는 것이 더 우선인 정부의 시책에 맞출 수 밖에 없어 배고픔을 보고도 밥을 줄 수 없는 현실에 눈물이 난다.”고 아쉬워했다.

지하철 기관사로 근무하며 10년 넘게 밥퍼 자원봉사활동을 해온 김동열 씨는 무료급식소 한 군데에서 많은 사람이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배고픈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관공서와 지역 교회들의 음식 나눔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다일공동체에서는 무상급식 중단에 따라 인근 다일천사병원 앞에 대형쌀독을 설치했다.

배고픈 사람은 누구나 와서 필요한 만큼 쌀도 퍼가고 취약계층을 위해 다일천사병원에서는 마스크와 소독약도 무료로 나눠주고 있었다.

-코로나보다 무서운 건 배고픔

이 외에도 사회적 취약계층의 최소한의 생계를 돕기 위한 노력은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진자가 7천명이 넘어선 가운데 제기동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프란치스코의 집역시 지난 주초까지 무료급식을 실시했으나 국가 재난 지침 권고에 따라 도시락 5백인분을 만들어 취약계층에 주5회 제공하고 있다

서울역 인근에서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따스한채움터’ 역시 식사를 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열 체크도 하고 손소독제마스크 쓰기를 의무화하면서 밥을 나눠주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청량리역과 서울역 광장에서는 시민단체에서 도시락이나 빵 등을 싣고 와 어려운 이웃에게 나눠주는 모습도 보였다.

저소득 위기가구의 복지를 담당하는 전국 각 시군에서는 주 1~3회 대체식(봉사자들이 만든 도시락)이나 컵라면, 즉석밥 등 간편식을 제공하고 있지만 이조차도 제공받지 못하고 사회안전망에서 빠져있는 행려자, 노숙인과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빈곤층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프란치스코의 집 시설장 김수희 수사는 여기서마저 밥을 나눠주지 않으면 정말 굶어 죽는 사람들이 생길 겁니다. 최대한 위생과 방역에 신경 쓰면서 정성껏 준비한 음식을 나눠주고 있습니다. 하루빨리 이 사태가 종식되기만을 기도한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중요한 현시점에서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것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사회적 약자들을 그대로 방치할 수도 없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전문가들은 각 지방자치단체나 정부에서 무료급식소 운영 중단으로 인한 공백을 푸드뱅크 확대나 식사 바우처등으로 채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밥퍼나눔운동본부 관계자는 지금 대한민국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모든 행정력이 예방과 확산 방지에 집중되어 있지만 정부와 민간단체가 머리를 맞대고 우리가 미처 돌보지 못하고 있는 복지 사각지대 취약계층의 일대일 긴급 돌봄체계 가동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kkkwak7@kukinews.com  사진=곽경근 대기자/ 왕고섶 사진가

곽경근 기자
kkkwak7@kukinews.com
곽경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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