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 시범경기 등판에서 또 한 번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1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 마이어스의 해먼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네소타와의 경기에서 3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곁들이며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김광현은 이날 경기를 포함해 시범경기에서 4경기 연속 무실점 호투로 평균자책점(ERA) 0의 행진을 이어갔다. 총 8이닝을 던져 안타 5개를 맞고 삼진은 11개를 뽑아냈다.
이날 호투는 특히 더 의미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내로라하는 강타선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상대 선수단과 사령탑의 눈길마저 사로잡은 투구였다.
미네소타 타선은 ‘홈런 공장’이다. 지난해 홈런 307개를 때려내며 아메리칸 리그 홈런 1위에 오른 팀이다. 이날 미네소타는 김광현을 상대로 베스트 라인업을 꺼냈다. 선발 라인업 중 8명이 지난해 홈런 226개를 생산한 강타자들이었다.
게다가 미네소타는 지난 시즌 좌투수를 상대로 유독 강했다. 좌투수 상대 타율이 0.285로 시카고 화이트 삭스와 함께 메이저리그 전체 1위였다.
하지만 김광현은 이날 경기에서 지난해 홈런 41개를 때린 4번 타자 넬슨 크루스, 37개를 기록한 조시 도널드슨을 각각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구위를 입증했다. 크루스는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로, 도널드슨은 바깥쪽 높은 속구로 속여 삼진을 얻어냈다.
김광현의 세 번째, 네 번째 무기가 통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김광현은 흔히 투 피치 선수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론 슬라이더의 구속과 각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해 타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최근엔 느린 커브까지 장착해 타자들의 타이밍을 흐트러트린다.
김광현는 1회부터 커브를 충분히 활용했다. 선두타자 케플러에게 속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2구째 커브를 떨어뜨려 타자의 눈을 교란시켰다. 이어 빠른 공을 바깥쪽으로 꽂아 넣으며 헛스윙을 끌어냈다. 1B-2S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든 김광현은 이번엔 몸 쪽으로 속구를 넣어 루킹 삼진으로 첫 아운카운트를 잡았다. 2번 도널드슨에게도 역시 초구에 느린 커브를 보여준 뒤 2구 속구를 던져 헛스윙을 이끌었다. 3번 호르헤 폴랑코에게도 2연속 빠른 볼로 2스트라이크를 잡은 뒤 3구째에 다시 느린 커브를 던져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하며 첫 삼자범퇴를 끌어냈다. 시범경기 초반 1~2개 선보이던 커브를 이날 1회에서만 4개를 던졌다.
지난 해 아메리칸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던 미네소타의 로코 발델리 감독은 경기 후 한국 취재진들이 김광현을 거론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투구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며 관심을 드러냈다. 그는 김광현에 대해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피칭 감각을 가졌다”며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면서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다. 높은 회전수로 선수들을 상대하는 등 선발 투수로서 많은 모습을 보여줬다. 매운 인상적인 투수”라고 칭찬했다.
이번 호투로 김광현의 팀 내 입지도 더욱 커졌다. 김광현이 올 시즌 선발 후보라고 강력히 강조해 온 마이크 쉴트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김광현은 훌륭하고, 강력한 경쟁자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스로 헤쳐 나갈 수 있는 선수”라고 극찬했다. 코칭스태프의 신뢰를 얻은 만큼 시즌이 시작된 뒤 기회를 충분히 부여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물론 아직까지 안심할 수 없다. 이날 김광현의 뒤를 이어 나온 우완 투수 다니엘 폰세데리온도 5이닝을 2피안타 2볼넷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았다. 그는 시범경기 4경기에서 12이닝 1실점으로 평균자책점 0.69를 기록 중이다. 현재로선 김광현의 강력한 경쟁자다.
김광현은 오는 15일 로저 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마이애미 말린스와 시범경기에서 다시 한 번 선발로 등판한다. 김광현이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면서 선발 자리를 낚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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