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10개월을 준비하던 드라마에서 하차한 배우가 있습니다. 안타까운 심경을 담은 그의 SNS 글이 알려지며 하차 소식이 수면 위로 드러났습니다. 언뜻 드라마 제작사의 횡포처럼 보였으나 이후 제작사가 반박 입장을 밝히며 서로의 주장이 엇갈리는 형국입니다.
드라마는 KBS2 ‘학교 2020’, 배우는 안서현입니다. 지난 19일 안서현은 자신의 SNS에 “이 또한 지나가겠지”라는 글과 함께 눈물이 맺힌 영화 ‘옥자’ 당시의 사진을 올렸습니다. ‘학교 2020’이 처음 기획되던 지난해 5월부터 주인공 물망에 올랐던 안서현은 최근까지 상대 배우인 김요한과 한상우 PD 등을 만난 근황을 올리기도 했다. 긴 시간동안 드라마를 준비해왔고 대본 리딩도 모두 마쳤습니다. 이대로 드라마 촬영에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드라마에서 하차하게 된 것이죠. 안서현은 “‘학교 2020’을 300일째 기다리며”, “코로나19보다 더 속상한 일이 생겼다”, “어른들은 왜 약속을 지키지 않을까” 등의 글을 SNS에 올리며 심경을 토로했습니다. 안서현의 빈자리는 배우 김새론이 물망에 올라 출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고요.
이후 안서현의 부친은 OSEN과의 인터뷰에서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출연 제안을 받은 이후 제작사를 세 번이나 바뀌는 과정에서 계약서를 쓰지 않았다는 얘기였습니다. 최근 처음 제의와 다른 계약서를 보여주며 하차하게끔 유도한 것 같다는 주장도 했습니다. 제작사 대표에게 하차해달라는 메시지도 받았다는 이야기도 했고요.
‘학교 2020’의 제작사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제작사는 보도 자료를 통해 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안서현 부친의 무리한 요구를 수차례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차와 관련 배우 측과 협의를 마쳤고, 하차를 통보했다는 건 안서현 부친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얘기도 포함됐습니다.
종합해보면 계약 조건에 있어 양 측의 생각이 달랐던 점이 배우 하차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입니다. 제작에 들어가기까지의 긴 시간 동안 생긴 오해와 불안이 쌓였을 가능성도 있고요. 제작사가 갈등이 지속되면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밝힌 만큼 논란이 이어질 여지도 남아 있습니다.
안서현은 논란 이후 SNS에 “난 괜찮아요”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첫 고등생활 즐길 것이며 더 좋은 작품으로 찾아뵙겠다”는 메시지로 자신을 걱정하는 팬들을 안심시켰죠. 결국 양 측 모두에게 상처만 남긴 논란이 됐습니다. 배우는 10개월의 시간을 잃었고, ‘학교 2020’은 촬영 전부터 대중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게 됐죠. 꼭 이렇게 끝나야만 했던 일이었는지 어른들이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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