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로 외국인 입국자가 크게 줄면서 의료관광을 오는 환자도 ‘0명’에 가까울 정도로 급감했다. 정부가 피해회복 및 산업 활성화를 위해 관련 기관 회의를 통해 의견수렴에 나섰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구체적인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외국인환자 유치산업은 꾸준히 성장하며 지난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환자 수는 전년대비 17.8% 증가한 37만8967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코로나19 감염 확산으로 입국자 수 자체가 줄면서 의료관광 목적의 환자수도 급감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무부가 파악한 월별 입국자 현황을 보면, 지난해 11월 입국자 148만1328명, 12월 149만735명에서 1월 132만11명, 2월 71만9449명으로 크게 줄었다. 국적별로는 ▲중국 11월 52만4127명, 12월 52만6970명, 1월 50만9852명, 2월 11만6318명 ▲홍콩 11월 5만7456명, 12월 7만526명, 1월 6만5685명, 2월 2만360명 ▲일본 11월 26만715명, 12월 25만7647명, 1월 20만8054명 ▲마카오 11월 4898명, 12월 8349명, 1월 5352명, 2월 506명으로 감소했다. 중국과 일본은 국내 의료관광객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국가다.
특히 1월 초 한 주간 입국자가 90만 명에 달했던 것에 반해, 정부가 해외 입국자 관리를 강화한 3월 22일부터 약 5만5000명 정도로 90% 이상 크게 줄었고, 4월 1일부터 단순방문 목적의 단기체류 외국인에 대해 의무적인 14일간 시설격리 조치가 시행되면서 단기체류 외국인의 입국도 상당수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해외 환자 유치산업을 진행하던 의료기관들은 사실상 ‘셧다운(일시적인 부분 업무정지)’ 상태라고 전했다. 인천 소재 A 대학병원의 국제진료협력센터 관계자는 “의료관광 목적의 외국인환자 수가 얼마나 줄었는지 세는 것은 의미가 없다. 셧다운 수준”이라며 “자국에서 한국으로 오기도 힘들고, 와도 2주 자가격리 등 방역조치를 해야 하니 정말 수술이 필요해서 온 환자 극소수만 있었다.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환자 다수가 중국, 러시아, CIS(독립국가연합) 국가에서 오는데, 1월 대규모 감염이 시작된 중국에서 오는 환자가 크게 줄었고, 이어 2월 한국에서 확진자가 대거 발생하며 입국자가 줄었다. 항공편도 줄어드니 환자들이 오고 갈 수 있는 환경 자체가 무너졌다”며 “가끔 한국은 안전하냐는 문의가 들어오고 있고, 업무차 필요한 검사를 위해 방문하는 이들이 조금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소재 B 대학병원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진료를 위해) 오고 싶어 하는 환자들은 많은데 자국에서 출국 자체가 안 돼 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항암치료를 중단한 경우도 있다”며 “외국인뿐만 아니라 내국인 환자도 크게 감소한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 소재 C 대학병원 관계자도 “암 등 중증 질환을 치료하기 위해 오는 소수의 환자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보면 된다. 한국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급격히 증가한 이후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그나마 종합병원은 국제 사업을 통한 진료수익 비율이 전체 범위의 2~5%정도여서 영업상 타격이 크지 않지만 개원가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특히 성형외과, 피부과 등 외국인환자가 많이 찾았던 의원급 의료기관 일부는 경영 악화로 직원들을 내보내거나 폐업을 고민하고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마케팅 등 현재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에 계약직, 아르바이트 직원들을 내보내는 곳이 늘고 있다”고 밝혔으며, 또 다른 관계자는 “서울 강남, 신사에 있는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 의원들은 임대료 부담으로 인력감축 등 조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얼마 전 폐업한 치과도 임대료 때문에 폐업하게 됐다고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면서 “지금은 국내 환자마저 줄어든 상태라 외국인환자 위주로 운영을 하던 작은 의원들은 타격이 큰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종식 후를 대비해 산업 피해복구 및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보건복지부 등 관계 부처, 유치업체 및 의료기관간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이다. 다만,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역량이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한 마케팅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이행신 외국인환자유치단장은 “지난 2월부터 관련 기관들과 함께 외국인환자 수를 파악하고 상황을 공유했다. 지금은 아니지만 사태가 안정화됐을 때 외국인환자가 다시 한국을 찾을 수 있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며 “의견수렴 중이고 아직 구체적 방안이 나온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피해 의료기관에 대한 직접적 지원은 어렵겠지만 대신 환자 유치 활성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한국의료의 위상이 높아졌고, 이를 마케팅 등에 잘 활용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전망은 병원 업계에서도 희망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부분이다. 이미 일부 국내 의료기관은 해외 의료기관의 요청으로 코로나19 유행 속 진료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A 대학병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한국 의료에 대한 국제 여론이 좋고 신뢰도 높기 때문에 추후 효과가 나타날 거라고 본다”며 “이전엔 유럽국가 쪽으로 의료관광이 잘 되어 있었는데 지금 통제가 잘 되지 않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이 의료선진국가라는 인식이 높아지면 기회도 넓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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