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옷빨래 교사 “마녀사냥 힘들어…맘카페 실명제해야”

속옷빨래 교사 “마녀사냥 힘들어…맘카페 실명제해야”

기사승인 2020-04-30 09:06:57

[쿠키뉴스] 김미정 기자 =초등학교 1학년 제자에게 팬티 세탁 숙제를 내고 성적으로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던 교사가 "익명의 네티즌이 한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마녀사냥'을 지켜볼 수 없다"면서 "인터넷 실명제를 위한 운동을 전개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A교사는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에 장문의 글을 올렸다. 현재 A씨 SNS 계정은 친구에게만 공개된 상태지만, 해당 글을 캡처한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해당 글에서 그는 “많이 힘들고 아프다. 지인들의 격려 문자와 전화로 견디고 있다. 마녀사냥이 남의 일인 줄 알았다”며 “대한민국에서 더는 익명의 다수 네티즌에 의해 다치는 사람이 생겨서는 안 된다. 이 고통은 저 하나로 끝나야 한다. 왜 연예인이 자살하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A교사는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진 '섹시'라는 표현을 쓴 것, 예전에 올린 '누드김밥'과 '후배님 아재개그' 다 잘못했다. 앞으로 교육자로서 말과 행동을 더 조심하겠다”면서도 “"교사를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사람을 죽음으로 내모는 마녀사냥을 지켜볼 수 없다. 저 하나 이 세상 떠나도 별 상관없다. 집에 방송국 사람들이 올까 봐 어머님 댁으로 가려 했는데, '부모님도 가만히 안 둔다'는 문자에 어떤 숙소에서 글을 올린다”고 자신의 처지를 비관했다.

또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이나 맘카페 실명제를 위한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싶다. 여러분의 가족이 피해자가 될 수 있다. 연예인이나 일반인도 악성 댓글로 자살하는데, 이런 피해자는 내가 마지막이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어 “대한민국 선생님들, 더는 교육이 맘카페나 익명의 네티즌들에게 휘둘려서는 안 된다”며 “제가 실수 1∼2개 해도 1년간 농사 잘 지을 수 있고, 해당 학부모님께 사과하고 더 좋은 방법을 모색하면 된다”고 썼다.

그는 “돌아다니는 팬티 사진으로 고생하는 작년 우리 이쁜 ○○, 제가 기록했던 단톡방 후배 ○○선생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올렸던 사진에 기분 나빠하실 지인들 모두 죄송하다”며 “다시 한번 부적절한 단어로 마음의 상처를 입으신 저희 반 부모님과 아이들에게 사과를 드린다‘며 글을 마무리했다.

A교사는 글과 함께 인터넷 실명제를 추진하자는 취지의 서명운동 링크도 첨부했다.

앞서 A교사에 대한 논란은 지난 27일 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졌다.

‘초등학교 1학년 선생님 정상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40대 후반인 1학년 담임교사인 A씨가 온라인 개학 후 첫 주말 효행숙제로 ‘자기팬티 빨기’를 내 학생들이 각자 팬티를 빨고 있는 사진을 학급 밴드에 올렸고, A교사는 학생들이 올린 사진을 보고 “매력적이고 섹시한 친구” “울 공주님 분홍색 속옷 이뻐요” “이쁜잠옷, 이쁜속옷(?)부끄부끄” 등의 댓글을 달았다고 지적했다.

이후 A교사 개인 블로그 등에 올렸던 과거 게시물이 SNS 등 온라인에 확산되면서 A교사에 대한 비난 수위가 커지고 있다. A교사를 파면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도 10만명 이상이 동의한 상태다. 울산시교육청은 경찰에 A교사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skyfall@kukinews.com

김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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