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故 김광석, 안치환, 변진섭, 더블유 앤 웨일(W&Whale)…. 시대별 인기 가수 목록이 아니다. 1997년생, 자신이 태어나기도 전에 데뷔한 가수들의 노래를 즐겨들은 이가 있다. 주인공은 그룹 러블리즈의 멤버 류수정. 그는 레코드 가게를 운영하는 부모님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했다. 대중가요는 물론, 연주곡과 클래식까지 섭렵한 장르도 다양하다. 19일 서울 월드컵북로23길의 한 카페에서 만난 류수정은 “가수 이름도 모르고 제목만 아는 노래도 많다”라며 “그런 노래들 한곡 한곡 모두 내게 영향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류수정은 20일 첫 번째 미니음반 ‘타이거 아이즈’(Tiger Eyes)를 낸다. 러블리즈 멤버로 데뷔한 지 6년 만에 내는 솔로음반이다. 류수정은 지난해 말부터 이 음반 작업을 시작해 6개월간 녹음에 녹음을 거듭했다. “제 목소리가 중심이 되는 음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러블리즈 음반에선 팀 색깔과 어울리는 보컬을 주로 썼지만, 이번엔 제 목소리를 좀 더 확실하게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타이틀곡은 음반과 제목이 같은 ‘타이거 아이즈’. 매력적인 이성의 눈빛을 호랑이의 눈에 비유한 팝 댄스곡이다. 류수정은 이 곡을 처음 받았을 때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다”고 했다. ‘사이는’(42=), ‘너의 이름’, ‘나, 니’(NA, NI) 등 앞서 녹음해둔 수록곡들과는 분위기가 전혀 달라서다. 평소 쓰던 창법도 바꿔야 했기에 낯설고 혼란스럽기도 했다. 노래 작업에 걸린 시간만 꼬박 한 달여. 결국 류수정은 이 곡의 매력과 멋을 느끼고 그것을 자기식으로 소화할 수 있게 됐다.
“표현하는 방식이 새로워서 재밌었어요. 노래의 개성이 강해서 오히려 힘을 빼고 절제하면서 불렀죠. 제 목소리를 다양하게 들려드리고 싶었는데, 그 시작을 잘 끊은 것 같아요. 안무나 표정도 러블리즈 활동 때와는 무척 달라요. 연습실을 어둡게 해놓고 눈빛 연기를 자주 연습했는데, 10대 시절처럼 부끄러움이 많아지더라고요. 헤헤.”
‘타이거 아이즈’ 속 류수정의 유혹은 나른하면서도 서늘하다. 러블리즈를 기억하는 이들에겐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류수정은 “그간 콘서트 솔로 무대나 커버 영상을 통해 여러 장르를 선보여왔다”라며 “제 노래를 즐겨 들으신 분들에겐 낯설지만은 않을 노래”라고 귀띔했다. 앞서 공개된 예고 콘텐츠들에 ‘섹시하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지만, 류수정은 “섹시보단 카리스마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류수정은 이번 음반을 통해 처음으로 자작곡도 공개한다. 음반의 마지막 트랙 ‘자장가’(zz)는 그가 스무 살 때 쓴 노래다. 미리 노래를 들어본 러블리즈 멤버들은 “류수정스럽다” “딱 네 감성”이라고 칭찬했단다. 류수정은 비활동기 때마다 꾸준히 곡을 쓰고 있다. 특히 우울하거나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을 때 창작욕이 활발해진다. 덕분에 류수정이 쓴 노래 가운데는 편안하고 몽환적인 분위기가 많다고 한다.
그가 속한 러블리즈는 올해로 데뷔 7년 차가 됐다. 많은 팀이 이 시기를 분기점으로 분해돼 가요계에선 ‘마의 7년’이라고 불리는 시기이기도 하다. 류수정은 “힘이 닿는 데까진 멤버들과 멋진 무대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단숨에 ‘대박’을 터뜨리진 못해도 러블리즈의 음악은 꾸준히 ‘웰메이드 팝’으로 평가받는다. 성과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류수정은 “성적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게 1순위가 돼선 안 된다. 좋은 음악을 통해 여러분에게 힘을 주고 공감을 얻고 싶은 마음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아직 스물네 살밖에 안 됐지만, 제 인생은 음악으로 꽉 차 있었어요. 물론 앞으로의 인생도 음악과 함께일 거라 믿고요. 저에게 음악은 한 단어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가까운 것이고 제 일부이기도 해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들으며 힘을 얻기도 하고, 감동도 받고, 음악에 의지도 많이 했거든요. 음악을 통해 받은 에너지를 이젠 다른 분들과 함께 느끼고 싶어요.”
wild37@kukinews.com / 사진=울림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