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회동, 화기애애함 속 날선 신경전도

청와대 회동, 화기애애함 속 날선 신경전도

김태년·문재인, ‘일하는 협치 국회’ 강조 vs 주호영, ‘공수처·추경·탈원전’ 질타

기사승인 2020-05-28 22:03:21

[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566일 만에 열린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 간 청와대 회동이 환한 웃음으로 시작해 환한 웃음으로 끝났다. ‘최악’이란 오명을 쓴 국회가 ‘소통’과 ‘협의’에 기초한 ‘일하는 국회’로 거듭날 기틀을 마련한 성과도 있었다. 하지만 웃음 사이엔 날 선 긴장감도 감돌았던 것으로 보인다.

28일 문재인 대통령 초대로 오찬을 겸해 청와대 상춘재에서 열린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의 회동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당초 예정된 70분을 훌쩍 넘긴 156분간 진행됐다. 특별히 정해진 의제도 없어 허심탄회한 논의도 이뤄졌다.

다만 의제와 격의 없는 이날 회동은 그렇기 때문에 중간 중간 날카로운 신경전과 설전도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7월 출범을 앞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위기극복을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뜨거운 감자였다.

문 대통령은 여·야 원내대표에게 “공수처는 7월 출범해야 한다”면서 “제 시간에 국회를 열어 공수처법 시행을 위한 공수처장 인사청문회법과 국회법 등 후속입법을 조속히 처리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주 원내대표가 반발했다. 주 원내대표는 “많은 국민과 우리 당은 검찰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고, 패스트트랙 과정에서도 정해진 기한을 채우지 못하고 연동형 비레대표제와 결연관계가 돼 넘어간 절차상 문제도 있다. 인사청문제도도 없는데 지금 바로 해달라는 것은 졸속”이라고 비판했다.

특별감찰관 제도도 쟁점이었다. 주 원내대표는 “특별감찰관이 3년째 비어있는데 조속히 채우는 것이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에서도 건강한 조직이 될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특별감찰관 임명을 독려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특별감찰관과 공수처 간 기능이 중복될 수 있다”며 제도폐지 혹은 임명문제를 양당이 협의해달라고 뜻을 고수하며 공을 국회를 넘기는 모습을 보였다.

◆ 코로나 위기극복 ‘공감대’… 3차 추경· 탈원전 문제엔 온도차 ‘커’= 공수처와 관련해 충돌했던 대통령과 야당 원내대표는 3차 추경에 대해서도 부딪쳤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더욱 확장된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3차 추경의 신속한 협의를 당부했다.

그러나 주 원내대표는 동의하지 않았다. 그는 “상생과 협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야당을 진정한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한다면 저희도 적극 돕겠다”고 전제하면서도 “3번이나 추경을 해야 하는 상황을 국민이 납득하려면 재원대책을 국민이 소상히 알아야 한다. 재원 구상에 대한 전체적인 큰 그림을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나아가 “국가부채가 GDP(국내총생산)의 40%를 넘어서면 어렵다는 주장을 문 대통령도 과거에 한 적이 있지 않냐”면서 “이미 513조원이란 슈퍼예산을 편성했고 2차례에 걸쳐 26조원을 추경했다. 부채가 100조원을 넘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3차 추경까지 하면 부채가 46.5%를 넘어 국가 신임도에 영향을 주고 더 큰 지출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다”고 강하게 반대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재정 건전성은 중요하다. 당국은 건전성에 보수적 관점을 갖고 있지만 국제통화기금(IMF)조차 왜 확장재정을 하지 않는지 이해를 못하고 있다. 확장재정을 통해 2분기나 3분기에는 ‘V자형 경제회복’을 하기를 바란다”며 “추경안이 제출되면 신속히 처리해주기 바란다. 추경에 대한 자세한 보고를 하겠다”고 3차 추경에 대한 의지를 거듭 피력했다.

탈원전 정책과 관련해서도 주 원내대표는 “원전 건설 생태계가 깨지면 외국에 수출하는데도 지장이 있다”면서 “계약회사와 지역의 어려움을 고려하고, 에너지 전환정책의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공사 재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반면 문 대통령은 “에너지 수요가 더 늘지 않고 있고 전기 비축률이 30%를 넘는 상황이라 추가 원전 건설이 불필요하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계약회사인 두산중공업의 어려움에 관해서는 피해가 없도록 별도로 관리하고 있다”고 답했다.

◆ 위안부·전직 대통령 사면 등 다양한 현안도 화두로 = 국민통합 차원에서의 위안부 문제해결에 대한 입장차도 재확인했다. 주 원내대표는 위안부 문제의 핵심인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에서 시작된 논란과 정부의 무관심을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지난 정권의 위안부 합의를 무력화하면서도 이번 정권 3년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아 위헌상태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이 과정에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보상 관련 입장을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윤미향 사건’이 불거졌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렇지만 문 대통령의 시각은 조금 달랐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이 (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해 문제해결이 되지 않은 것”이라고 사안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만 윤 당선인과 정의기억연대에 대한 논란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이날 회동에서는 ‘일하는 국회’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심사권을 폐지하자는 민주당의 제안부터 ‘국민 통합’의 측면에서 이명박·박근혜 전직 대통령들의 사면 등 주요 정치적 화두들도 의제로 떠올랐다.

여기에 특임장관 혹은 정무장관의 부활, 이천 화재참사 후속조치, 코로나19 위기극복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피해를 본 이들에 대한 적절한 보상, 고용보험 확대와 고용 유연성 확보, 규제개혁 등 기업환경 개선, 북핵 및 미중갈등 등 외교·안보 문제까지 다양한 논의도 이뤄졌다.

그러나 이날 논의된 주제들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나 이행약속 등은 이뤄지지 않았다. 20대 국회에서의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를 확대·재편할 것이라 기대를 모았던 상시적 논의기구 일명 ‘코로나 협의체’ 구성도 ‘자주 만나자’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오히려 대부분의 논의과제가 국회의 여·야 협상 테이블로 옮겨졌다. 이에 개원을 앞두고 21대 국회 원 구성 등 협상을 이어가야할 여·야가 어떤 모습과 해법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oz@kukinews.com

오준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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