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구현화 기자 = 등에 매는 가방, 백팩(backpack)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컴퓨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35년전, IBM이 처음으로 포터블(휴대용) 컴퓨터를 상용화했다. 당시 이 컴퓨터를 가지고 다닐 수 있을 만한 알맞은 가방이 없었기 때문에 IBM 측은 가방 제조업체들에게 새로운 컴퓨터에 맞는 가방 제작을 문의했다.
당시 가방 제조업체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업체들은 모두 한 손으로 들고 다니는 가방을 제안했다. 당시만 해도 양쪽 스트랩으로 메는 가방은 노예들이나 메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타거스(targus)만은 어깨에 메고 다닐 수 있는 지금과 같은 형태의 가방을 제안했다. 큰 피로감 없이 무거운 것을 오랫동안 들고 다닐 수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다.
이 새로운 형태의 가방에 이름이 없었기 때문에, 타거스 측은 이름을 붙였다. 백팩(backpack). 등에 메는 가방이라는 뜻이다. 학생들은 물론 많은 비즈니스맨들이 즐겨 애용하는 가방 형태의 시작이다.
이제는 백팩으로 컴퓨터를 등에 메는 방식이 보편화됐듯이, 점차 포터블 단말을 들거나 보호하는 케이스나 모바일 액세서리도 흔한 것이 됐다. 최근에는 제조사와 협업해 '정품' 케이스를 만들기도 하고, 그에 따라 프리미엄이 붙기도 한다. 다양한 액세서리의 세계를 알아보자.
◇ 아이폰이냐, 갤럭시냐. 그것이 문제로다
백팩의 사례에서 살펴봤듯, 기술이 발달하면서 노트북과 같은 고가의 전자기기를 보호하는 케이스가 점차 필요해졌다. 이는 고가 음악감상 기기인 아이팟, 그리고 아이폰을 비롯한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지금 모두가 쓰고 있는 스마트폰의 원형은 아이폰이다. 아이폰이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인터넷이 가능한, 고가 스마트폰의 시대가 열렸다. 워낙 가격이 높은 데다 쓸수록 마모되는 소모품이다 보니 부딪칠 때 충격을 줄여주면서도 스타일을 더하는 케이스가 필요해졌다. 당시 이 틈새 시장(니치 마켓)을 두고 다양한 모바일 액세서리 기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우선 등장한 기업 중의 하나는 앞에도 언급한 타거스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기반을 둔 타거스는 1983년 IBM의 포터블 컴퓨터를 운반하는 백팩을 만들면서 IT 액세서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타거스는 45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으며, 삼성과도 '갤럭시탭S6 Lite'의 정품 태블릿 케이스를 생산하는 계약을 맺고 있다.
'애플 프리미엄 케이스'의 대명사인 벨킨(Belkin)도 같은 해인 1983년 캘리포니아에서 등장했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컴퓨터 전용 케이스와 케이블, 보조 배터리를 주로 생산하며 50개 국가에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 가격이 높은 편이라 프리미엄군에 속하지만, 2년 보증기간으로 타사보다 긴 보증기간을 두고 있다.
벨킨의 경우 '애플 전용 액세서리'라고 불릴 정도로 주로 애플 기기 관련 액세서리를 취급하며,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필름은 취급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케이스의 경우에도 갤럭시를 커버하는 케이스가 거의 없다. 벨킨은 튼튼한 아이폰 강화유리로 유명하며, 애플 스마트폰과 애플워치를 동시에 충전 가능한 독 케이블을 판매하고 있고, 애플의 데이터 포트인 썬더볼트 관련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애플 협력업체인 폭스콘에서 벨킨을 인수하면서 명실상부한 '애플 업체'가 됐다고 보기도 한다. 벨킨은 앞으로도 애플과 관련 협업을 이어나가며 애플 액세서리와 관련한 시장의 강자로 자리를 굳힐 예정이다. 최근에는 아이폰SE 전용 강화유리를 내놓기도 했다.
타거스와 벨킨은 설립 시기가 비슷하고, 취급하는 제품군이 비슷한 만큼 자주 비교되기도 한다. 다만 벨킨이 애플과 관련한 액세서리를 주로 취급한다면 타거스는 삼성 등과도 협업한다는 점이다.
엄기훈 한국타거스 지사장은 "벨킨과 타거스가 지향하는 바는 다르다. 벨킨은 애플 제품에 치중한 면이 있으며, 폭스콘에 인수되기도 했다"며 "타거스는 정책상 한 기업만을 위해 모든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등 다양한 기업과 협업하고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타거스와 벨킨 외에도 액세서리 업체들은 다양하다. 인케이스는 1997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작됐고, 몰스킨도 1997년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현재는 벨기에의 그룹이 인수했다. 아이러브(iluv)는 미국 워싱턴에 기반을 둔 회사다. 액세서리 회사 중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회사가 많은 것은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한 영향으로 보인다.
국내에도 액세서리 업체들이 있다. 제조사 및 통신사들이나 오픈마켓도 국내 엑세서리 업체들과 협업해 독특한 케이스 등을 만들거나 액세서리 할인 쿠폰을 제공하기도 한다. 예컨대 LG벨벳은 디자인스킨과 협업, 벨벳 전용 케이스를 만들기도 했다. 11번가는 아이폰SE 자급제폰을 내놓으면서 베루스, 케이맥스 등 7개 휴대폰 액세서리 브랜드에서 사용할 수 있는 50% 할인권을 제공하기도 했다.
◇ 가방 만드는 회사가 충전기도 팔아?
전자기기와 함께해온 역사 때문에, 이런 액세서리 업체들은 전자기기 주변기기도 판매한다. 대표적으로 충전 케이블이다. 따라서 가방도 팔고, 심지어 그 가죽을 이용한 다이어리나 노트도 팔고, 디바이스 액세서리도 파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다. 가방 만드는 회사가 충전기도 파는 것이 의아했다면, 이렇게 살펴보면 아주 쉽게 이해된다.
타거스의 상품군을 보면 크게 가방과 케이스, 노트북 제품을 얹어 두는 도킹 스테이션, 그 외의 주변기기로 나뉜다. 도킹 스테이션이란 노트북 컴퓨터를 데스크톱 컴퓨터처럼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거치대 형식의 외장하드 제품이다. 사무실이나 가정에서는 확장 슬롯이나 USB 외부기억장치를 이용할 수 있고, 외부로 이용할 때는 노트북만 가져갈 수 있다.
인케이스도 살펴보면 백팩이 주력이지만 노트북 케이스, 스마트폰 케이스도 만들고 애플 워치 스트랩도 만든다. 몰스킨도 다이어리와 노트를 팔면서 백팩과 지갑, 아이폰과 아이패드 케이스를 만든다. 이 때문에 액세서리 업체들은 사실상 패션기업이기도 하면서, IT기업이기도 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자인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명색이 케이스인데, 예쁘고 세련되지 않으면 사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벨킨은 카카오프렌즈와 제휴해 어피치, 라이언 등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무선충전 스탠드를 제공하기도 했다. 또 타거스는 여성 백 브랜드 코치의 디자이너를 영입하는 등 제품 디자인에 신경을 쓰고 있다.
주변기기에는 충전기, 케이블, 어댑터, 키보드, 마우스, 프레젠터, 캠 등을 포함한다. 사실상 컴퓨터와 스마트폰 빼고 다 만드는 셈이다. 액세서리 들은 전자기기 업체와 협업하여 제품을 출시하기 때문에 전자기기 회사들이 만드는 모니터 등의 겹치는 품목은 만들기를 지양하고 있다. 타거스나 벨킨 등의 업체들은 미국 가전박람회(CES)에서 자사의 주변기기를 출품해 혁신상을 수상하는 경우도 있다.
벨킨의 경우 와이파이 공유기로 잘 알려진 회사 링크시스를 갖고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최근에는 게이밍에 최적화된 와이파이 공유기인 MR9000X를 내놓기도 했다. 커버리지가 넓고, 게이밍 장치를 우선순위로 지정하는 방식으로 끊김 없는 게임을 가능하게 한다.
최근에는 게이밍이 최신 전자기기 트렌드가 된 만큼 다양한 주변기기 업체들이 게이밍과 관련한 기기를 만드는 데 참여하고 있다. 로지텍은 게이밍 마우스인 '라이트싱크(LIGHTSYNC)를 내놓기도 하고, 아이패드용 블루투스 키보드 케이스를 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프렌즈와 협업하거나 색감을 예쁘게 하는 등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다양한 협업들이 이루어지고 있다"며 "디자인 측면에서도, 기능 측면에서도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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