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을 낮춰 뇌 손상을 줄이는 ‘저체온치료’가 뇌경색 환자의 2차 뇌손상에도 안전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문구 분당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국내 5개 의료기관이 참여한 세계 최초의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을 통해 재관류 치료를 받은 뇌경색 환자에서 저체온치료의 안전성을 확인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에는 강지훈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정진헌 동아대병원 교수, 홍정호 계명대동산병원 교수, 장준영 서울아산병원 교수, 염규선 충북대병원 교수가 참여했다.
급성 뇌경색은 뇌로 혈류를 공급하는 혈관이 혈전에 의해 갑자기 막히면서 발생한다. 발생 직후 빠르게 혈관을 열어주는 재관류 치료가 필수지만, 혈류가 회복되는 과정에서 신경전달물질이 대량 분비돼 뇌세포를 다시 손상시키는 ‘재관류 손상’이 뒤따를 수 있다. 치료 후 예측이 어렵고 예방 방법도 확립돼 있지 않아 임상 현장에서 난제로 꼽힌다.
저체온치료는 이런 2차 손상을 줄일 수 있는 치료법으로 알려져 있다. 일정 기간 체온을 낮춰 뇌 대사를 줄이는 방식으로, 이미 심정지 후 환자의 재관류성 뇌손상 최소화에 효과가 입증돼 표준치료로 사용되고 있다. 다만 뇌경색 환자에 대해서는 효과와 적용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실제 활용은 제한돼 왔다.
연구팀은 2016년 12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뇌경색 발병 8시간 내 재관류 치료를 받은 환자 40명을 무작위로 배정해 48시간 동안 35℃의 저체온을 유지하는 전향적 연구를 진행했다. 그동안 다양한 변수와 평가 기준이 통일되지 않았던 기존 연구의 한계를 보완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연구 결과 저체온치료군은 기관삽관이나 인공호흡기 없이 목표 체온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다. 심박수 감소 등 부작용은 통제 가능한 수준으로 확인됐다. 임상적 예후는 저체온치료군과 비치료군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없어 향후 대규모 연구를 통한 효과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한문구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재관류 치료를 받은 뇌경색 환자에서 저체온치료를 안전하게 적용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제시한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라며 “미국과 유럽에서도 활발히 연구 중인 치료법인 만큼, 후속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