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문대찬 기자 =과거 3차례의 음주운전 사고로 집행유예 실형을 선고 받은 강정호는 미국 취업 비자 발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야구인생이 송두리째 뒤집혔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로 복귀했지만 떨어진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방출 당했다. 벼랑 끝에 몰린 강정호에게 남은 선택지는 국내무대 복귀였다. 그는 지난달 KBO에 복귀 의사를 타진했고, 상벌위원회 결과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 징계를 받았다. 원소속팀 키움 히어로즈의 검토가 긍정적으로 마무리된다면 다시 KBO에서 뛸 수 있는 신분이 됐다.
강정호는 일련의 상황이 진행되는 동안 미디어 등에 직접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상벌위 결과가 나올 때도 미국에 있었고 사과문 또한 컴퓨터로 작성, 에이전시를 통해 발표했다.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으로 귀국했을 때도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그런 그가 긴 침묵 끝에 드디어 입을 연다. 강정호의 에이전시인 리코 스포츠는 16일 “강정호가 23일 오후 2시에 서울 상암 스탠포드호텔 그랜드 볼룸에서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기자회견의 성격은 팬들을 향한 강정호의 사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강정호의 사과가 여론을 돌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팬들은 범법자인 강정호가 큰 제약 없이 KBO로 복귀한다면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일부 팬들은 사과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을 접하곤 “목소리도 듣기 싫다”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는 중이다.
성난 여론을 들쑤시지나 않으면 다행이다. 혹여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철지난 사과라도 나오면 큰일이다. 강정호는 과거 음주운전 사고 뒤 조사를 받고 나오면서 “너무 죄송하고 앞으로 제가 야구로써 보답할 일밖에 없는 것 같다”며 고개를 숙인 바 있다. 야구를 잘하는 건 속죄가 될 수 없다. 강정호가 전성기 기량을 되찾아 불방망이를 휘두른다 해도 본인만 좋은 것이지, 팬들은 박탈감만 느낄 뿐이다. 그의 활약에 위안을 얻는 팬들이 있더라도 극히 일부일 터다.
고개 숙인 사과를 팬들이 쉬이 받아들이진 않을 것임을 강정호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강정호의 최선은 그가 야구계에, 그리고 우리 사회에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재능을 환원할 것인지 기자회견 자리를 빌려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것뿐이다. 앞서 그가 언급했던 ‘연봉 사회 환원’ 그 이상의 대안들 말이다. 그가 주변의 성화에 못 이겨 떠밀리듯 기자회견에 참석한 것만은 부디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