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여섯 번에 걸친 신동주 전 부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해임건 다툼에서 승리했다.
여기에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수년간 지루하게 이어온 왕자의 난에 방점이 찍혔다.
2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날 오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제출한 신동빈 회장에 대한 이사 해임 안건과 정관 변경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4월 신 회장 이사 해임의 건과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인물의 이사 취임을 방지하기 위해 이사 결격 사유를 신설하는 정관 변경의 건을 담은 주주 제안서를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신 전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이 지난해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아 롯데그룹의 브랜드 가치와 평판, 기업가치가 훼손됐다”며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 대표이자 주주로서 롯데홀딩스의 기업지배구조 기능이 결여된 현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 신 전 부회장의 요구가 모두 부결되면서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됐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회사법을 근거로 신동빈 회장의 이사 해임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신동빈 회장을 후계자로 지목한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신 전 부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롯데그룹에 따르면 최근 고 신격호 명예회장의 유품을 정리하던 중 자필로 작성한 유언장이 동경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유언장에는 사후 한국과 일본 등 롯데그룹의 후계자를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고 기록돼있다. 유언장에는 “이후 롯데 그룹의 발전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고 전 사원의 행복을 위해 노력하라”는 유지(遺旨)가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유언장은 고 신격호 명예회장이 2000년 3월 자필로 작성·서명해 동경 사무실 금고에 보관하고 있던 것으로, 타계 후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지연되었던 사무실과 유품 정리를 최근에 시행하던 중 발견됐다.
유언장은 이 달 일본 법원에서 상속인들의 대리인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개봉되었으며, 롯데그룹의 후계자는 신동빈 회장으로 한다는 내용과 함께 롯데그룹의 발전을 위해 협력해 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롯데에서 신동빈 회장의 ‘원톱’ 체제가 굳혀지고 여기에 신 명예회장의 유언장이 공개됨에 따라 재계에서는 ‘왕자의 난’에 방점이 찍혔다고 보고 있다. 그간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간의 다툼의 원인에는 신 명예회장이 지배구조와 후계구도를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것이 원인으로 지목돼왔기 때문이다.
지배구조상 한국 롯데 계열사들의 최정점은 호텔롯데에 위치해있다. 호텔롯데 최대주주는 일봉롯데홀딩스이며, 일본롯데홀딩스의 지분은 광윤사가 28%, 종업원지주회가 27%, 임원지주회가 6%, 관계사가 1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5년 1월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일본롯데의 모든 보직에서 전격 해임되면서 본격적인 다툼이 일어났다. 여기에 같은 해 7월 신동빈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되자, 불과 11일 후인 27일 신격호 명예회장은 일본롯데홀딩스의 이사를 전부 해임하면서 맞불을 놨다. 당시 신동주 전 부회장이 사실상 후견인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이에 신동빈 회장은 긴급이사회를 열어 해임안을 무효로 돌린 뒤 아버지를 총괄회장에서 해임하고 명예회장으로 물러나게 했다. 이후 신동주 회장은 이날까지 총 여섯 차례에 걸친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복귀를 시도했지만 완패했다. 자신을 이사직에서 해임한 것이 부당하다며 일본 법원에 낸 소송도 결국 각하됐다.
이후 신동빈 회장이 국정농단 의혹에 휘말렸지만 이 같은 위기 상황에서도 한·일 롯데의 지배를 굳건히 하면서 사실상 추는 기울어진 상황이었다.
이날 신동빈 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주총회 결과와 유언장 공개와 관련해 “창업주(신격호 명예회장)님의 뜻에 따라 그룹의 발전과 롯데그룹 전 직원의 내일을 위해 노력해 나가겠다”고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akgn@kukinews.com
사진=박태현 기자 pt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