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오준엽 기자 = 21대 국회가 결국 ‘절름발이’로 전락했다. 야권의 말을 빌면 여당만이 존재하는 ‘1당 의회독재’ 상황이 초래된 셈이다. 이에 향후 국회 운영에 상당한 지장이 초래될 전망이다.
박병석 국회의장과 더불어민주당은 29일 오후 미래통합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 18개 상임위원장 모두를 민주당 소속 의원으로 선출하는 국회 본회의를 열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본회의에 앞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18개 상임위원장을 민주당 의원들에게 모두 맡기는 방안을 기정사실화 했다.
나아가 “오늘 이렇게 되는 상황이 안 오길 정말로 바랐다. 안타깝기 그지없는 일이다. (하지만) 국회 정상화를 위해 탐하지 않고 주옥같은 상임위를 우리가 양보했지 않았느냐. 그런데 결과는 여기까지 왔다”며 “모든 것을 다 짊어지고 가는 상황이라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이어 “저기(미래통합당)는 협상창구가 단일화되지 않은 것 같다. 협상자와 최종 판단하는 사람의 견해가 달라 이런 상황이 온 것”이라고 여야간 원구성 협상 결렬의 이유를 통합당의 의사결정구조의 문제로 돌리며 “이렇게 중요한 회기도 외면하면서 다음 집권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고 힐난했다.
반면 통합당은 반쪽국회의 출현을 민주당의 문제로 설명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같은 시간 통합당 의원총회에서 “민주당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절대 내줄 수 없다고 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중재역을 자인하며 권한행사를 강조하는 등 반 협박을 했다”고 전했다.
덧붙여 “민주당이 실질적으로 국회를 장악하겠지만 실질적으로 독주하고 우리를 들러리 세우려는 것을 받아들이기는 어려웠다”면서 “사실상 의회가 없어졌다. 1당 독재, 의회독재가 이뤄지는 참담한 날이다. 국회는 이제 민주당이 전적으로 책임지고 독재를 하던 하는 상황이 됐다. 이제 우리는 야당 의원으로 역할에 충실히하며 방향을 잡아갈 것”이라고 강경대응을 시사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거들었다. 그는 “의회는 다수당과 소수당이 머리를 맞대고 화합을 도모해야하는데 다수가 마음대로 뜻대로 하겠다고 억지를 쓰는 이상 소수가 어떻게 대항할 방법이 없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다만 “상당히 괴로움을 느끼는 순간이 될지도 모르지만 오히려 큰 약이 될 수도 있다. 국민만을 보고 야당의원의 직무를 다할 때 우리 스스로 정권을 창출할 수 있다는 신념을 불태운다면 이게 좋은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주호영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뜻을 모아 강경한 원내투쟁을 당부하는 모습도 보였다.
한편 진보계 소수야당인 정의당 역시 민주당에서 18개 상임위원장직을 모두 가져가는 것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강은미 원내대변인은 이날 본회의에 앞서 “정의당은 오늘 국회 본회의에는 참석한다. 코로나 민생위기 극복을 위한 추경 심사, 그리고 비상한 외교·안보상황에서 더 이상 국회를 공전시켜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라면서도 “정의당은 상임위원장 선출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상임위원장 배분이 거대양당 교섭단체에게 주어진 권한이라지만 협상의 실패로 18개 상임위원장을 하나의 당이 독식하는 사태가 발발한 것, 그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 배분에만 집착해 ‘법사위원장 쪼개기’ 협상까지 이뤄진 점 등은 문제라는 인식에서다.
강 원내대변인은 “법사위의 타위법 체계·자구 심사권 폐지는 논의도 되지 않았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국회로 인한 가장 큰 피해는 국민이 본다는 사실을 거대양당은 명심하기 바란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민생위기극복은 국회의 도리”라며 비정상적 국회상황을 용인하고 받아들이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oz@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