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경] ‘원기옥’ 모아 확장…M&A 열풍 신의 한수와 악수

[알경] ‘원기옥’ 모아 확장…M&A 열풍 신의 한수와 악수

기사승인 2020-07-01 07:10:00

[알경]은 기존 [‘알’기쉬운 ‘경’제]의 앞글자 딴 새로운 코너입니다. 어려운 경제 용어 풀이뿐만 아니라 뒷이야기 등 다양한 주제를 새로운 형식으로 전달하고자 합니다.


[쿠키뉴스] 유수환 기자 =최근 세계를 주도하는 IT(정보통신기술) 기업들이 경쟁하듯이 수많은 스타트업기업을 M&A(인수합병)하고 있습니다. 미국 IT업종 대장주인 애플은 최근 가상현실(VR) 기술 스타트업인 넥스트VR과 아일랜드 AI 스타트업 보이시스를 인수했습니다. 아마존도 1조원이 넘는 자금을 들여 미국 자율주행차 스타트업 죽스(Zoox)를 손에 넣었습니다. 이처럼 글로벌 대기업들이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자체 R&D(연구개발) 투자 보다는 알짜 중소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사업적으로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실제 국내외 기업들이 인수합병을 통해 사업 영역을 확장합니다. 이 과정에서 ‘신의 한수’로 불릴 만한 성공적인 거래를 하기도 하고, 기업이 크게 쇠락하기도 합니다. ‘알경(알기쉬운 경제)’에서는 대박을 터트린 M&A 사례와 안한 것만 못한 ‘실패’ 사례를 언급해 보고자 합니다.

◆ M&A를 통한 대박 사례…구글·카카오의 ‘신의 한수’

M&A 역사에서 초대박이라고 할 수 있는 대표적인 거래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인수를 꼽을 수 있습니다. 

구글은 지난 2005년 안드로이드라는 스타트업 기업을 약 5000만달러(약 550억원)에 인수했습니다. 안드로이드는 현재 스마트폰 운영체제(OS) 80%에 달하는 시장 점유율를 기록하고 있는 플랫폼으로 손꼽힙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인수함으로서 인터넷 검색과 인터넷 광고에 의존했던 구글의 사업 영역을 모바일의 세계로 확장할 수 있게 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안드로이드는 구글보다 먼저 삼성전자에 인수를 제안했지만 단칼에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물론 당시 안드로이드 체제는 지금과 달리 뚜렷한 수익구조가 없었기에 삼성전자로서는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만약 삼성전자가 안드로이드를 인수했다면 단순 휴대기기·IT제조기업이 아닌 애플에 버금가는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 기업으로 재탄생할 수 있었을 겁니다. 삼성전자로서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죠. 

구글의 유튜브 인수도 M&A 역사에서 손꼽을 만한 초대박 거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유튜브는 글로벌 최대 동영상 플랫폼으로 이미 우리 생활 속에 자리잡은 콘텐츠라고 할 수 있죠. 물론 인수 초기에는 여러 가지 우려도 있었습니다. 막대한 인터넷 사용료와 서버 관리 비용으로 적자에 허덕이면서 실패한 M&A라고 지적받곤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유튜브는 구글의 성장동력의 하나로 꼽히고 있죠.

국내에도 신의한수로 불릴만한 M&A 사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카카오의 로엔 인수입니다. 당시 카카오는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서 로엔을 약 2조원(1조8700억원)에 달하는 금액으로 인수했습니다. 당시에는 시장 예상 가격 보다 너무 높게 인수했고, 음원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현재 멜론은 카카오 콘텐츠 부문의 수익에 30% 책임지는 효자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또한 단순 음원 제공을 넘어 플랫폼 기업으로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죠.

◆ 최악의 인수합병, 국내외 사례는

인수합병이 늘 좋은 결과를 보여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무리한 M&A 탓에 회사 기반 전체가 흔들리거나 사업 방향이 정체되는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국내 M&A 역사에서 최악의 사례를 꼽는다면 금호아시아나의 대우건설 인수입니다.  지난 2006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자산관리공사로부터 대우건설 주식 72%를 주당 2만6200원에 매입했습니다. 인수가격은 6조4000억원으로 이는 M&A(인수합병)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금호아시아나는 당시 대우건설을 인수하면서 신한은행 등 17개 투자자들로부터 주당 2만 6262원씩 3조5000억원을 지원받았습니다. 당시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자금을 모집하면서 풋옵션(풋백옵션)을 부여받게 됩니다. 내용은 2009년 12월15일까지 대우건설 주가가 3만1500원 이하일 경우 차액만큼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문제는 대우건설의 주가가 반등하기는 커녕 급락했고, 2008년 말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면서 1만원까지 추락해버렸습니다. 금호아시아나는 재무적 투자자들에게 돌려줘야 할 자금이 4조원에 이르렀고, 이는 그룹 전체의 유동성 위기로 이어지자 대우건설 매각을 결정했습니다. 이 같은 후유증은 그룹 계열사 매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알짜 계열사로 불리던 금호타이어도 중국기업에 넘겨야 했고 아시아나항공까지 매물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해외에서 거론되는 M&A 실패 사례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노키아 인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MS는 과거 PC 운영체제 시장을 장악한 기업이었으나 스마트폰이라는 모바일 시장으로 힘의 균형이 넘어오면서 성장이 정체됐습니다. MS는 아이폰의 등장을 과소평가하면서 모바일 시장에 적응할 수 있는 사업 개편을 늦추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결국 MS는 핀란드 휴대폰제조업체 노키아를 인수하면서 추격에 나섰지만 오히려 악수가 돼 버리고 맙니다. 이들은 스마트폰이라는 기구를 단순한 휴대폰이 아니라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모바일 인터넷이란 변화에 대비된 플랫폼과 개발도구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것으로 전락하고 말았죠.

결국 MS는 2015년 스마트폰 사업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고, 1850명의 인력 조정과 9억5000만달러(약 1조1200억원)을 손실 처리했습니다.

이처럼 M&A는 기업의 시너지를 내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도 하지만 기업의 근간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악수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때문에 투자자들은 M&A 거래가 이뤄지는 기업들의 움직임과 이를 연동할 수 있는 사업 카테고리를 고민하면서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shwan9@kukinews.com

유수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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