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견지낚시의 메카, 충북 단양 남한강 상류 지역을 찾아서
- 맑은 물과 적당한 여울, 간단한 장비로 짜릿한 ‘손맛 ’
- 비대면 보장되고 스트레스와 무더위 한방에
- 쉽게 배울 수 있고 비용도 저렴한 가족 단위 레포츠
- 한국전통견지협회, 견지낚시 보급에 앞장
[쿠키뉴스] 단양· 곽경근 대기자 =곧 장마가 끝나면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온다. 미국 해양대기청(NOAA)은 ‘세계 연평균 기온 순위 보고서’에서 2020년 올 해가 역대 가장 더울 확률이 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다 올해 최대의 불청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마스크도 얼굴을 떠나지 않으면서 체감온도는 급상승 중이다. 사람들 많이 모이는 곳도 피하면서 가족의 정을 돈독하게 하면서 시원하게 여름나기를 할 수 있는 레저는 무엇이 있을까?
바로 우리 고유의 전통 낚시인 ‘견지낚시’를 추천한다.
- 견지낚시와 기본 장비
견지낚시란 대쪽으로 만든 납작한 외짝 얼레에 낚싯줄을 감고 바늘에 미끼를 달아 이것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물고기를 낚는 전통 낚시법이다. 견지는 실을 감는 실패의 옛말이다. 견지 견지낚시의 주요 대상 고기는 끄리 ·누치 ·모래무지 ·살치 ·피라미 등이 있으며 미끼는 주로 톱밥에 양식한 생구더기를 사용한다. 꿈틀거리는 생구더기에 거부감이 있는 어린이나 여성들은 인조구더기를 사용해도 무방하다.
견지낚시의 기본장비는 견지대와 수장대, 미끼인 구더기와 집어용 깻묵, 밑밥통과 살림망, 바지장화와 구명조끼 등이 필요하다. 견지채는 종류에 따라 대나무대 ·합죽대 ·추목(가래나무)대 ·등(藤)대 ·피아노대 ·수각대 등이 있다. 주로 대나무를 재료로 많이 사용하며 휨새에 따라 상‧중‧하로 나눈다. 잘 휘고 낭창거리는 것은 작은 물고기 잡을 때, 휨새가 뻣뻣한 강대는 물살이 빠르고 누치 등 큰 어종을 잡을 때 사용한다. 수장대는 바위틈이나 모래 속에 꽂아 몸을 지탱하거나 살림망을 걸어두는데 사용한다. 이동 시에는 안전 지팡이 역할도 담당한다. 밑밥통에는 들깻묵과 구더기를 넣는다. 보통 캔에 들어있는 구더기는 깨끗한 동물성사료로 양식하고 세척해서 판매해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체온 유지와 미끄러운 돌바닥에서 이동하려면 바지장화와 특히 무릎 위로 흐르는 물에 들어 갈 경우는 반드시 안전(구명) 조끼를 착용해야한다.
- 견지낚시 방법은
포인트 선정과 어종과 물의 흐름에 따라 편납의 무게 조절, 물속에서 생미끼가 오래 버티도록 미끼를 제대로 끼울 줄 알아야 한다. 마지막은 스침질과 정확한 챔질이다.
포인트 선정 즉 수장대를 어디에다 꼽느냐가 첫 번째 관건이다. 물이 굽이쳐 흐르다 잠시 멈추는 곳이나 두 갈래 물길이 합쳐지는 곳에서 가까운 상류 지점이 포인트다. 물이 얕은 곳에서 깊은 쪽으로 낚싯줄을 흘려 보내야 한다. 마른 깻묵을 물에 흘려서 깻묵이 물가로 빠져나오면 물이 옅은 곳으로 흐른다는 의미다.
추 맞춤을 어느 정도 무게로 맞추느냐도 핵심이다. 너무 가벼우면 물에 뜨고 또한 무거우면 바닥에 가라앉고 만다. 유속에 따라 어종에 따라 중간층이나 바닥층을 공략해야한다. 여울견지는 채비를 바닥에 가라앉혀 누치 등 바닥어종을 잡아내는 바닥견지와 중충어종인 끄리나 피라미, 갈겨니 등을 낚아내는 띄움견지로 분류한다. 현장 상황이 다 틀려서 스스로 추무게는 조절해야한다. 편납이나 조개봉돌은 육안으로 확인한 유속보다 조금 무겁게 감고 유속에 맞추어 조금씩 잘라내거나 하나씩 떼어내면서 무게를 맞추는 것도 한 방법이다.
생미끼가 오래 살려면 미끼 양끝을 보며 어느 한쪽에 까만 점이 있는데 이 점처럼 보이는게 촉수다. 반대 쪽 뭉특한 끝으로 미끼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살짝 3마리 정도 끼우면 적당하다. 물에서 미끼가 활발하게 움직여야 고기들이 덥석 무는 건 당연하다.
들깻묵은 물에 적셔 수시로 뿌려주면서 집어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낚싯줄은 대략 50m 정도가 견지대의 뒤틀어진 설장(머리부분)에 감겨있는데 주로 10m~20m 정도 푼 지점에서 고기를 낚는다. 물 밖에서 하는 일반 낚시와는 달리 견지낚시의 유일한 기술은 스침질이다. 견지에 감긴 낚싯줄을 좌우로 혹은 상하로 한 번씩 끌어당겨주면서 줄을 감았다가 풀어주는 스침질은 밝은 색의 미끼가 생동감있게 움직여 물고기의 식욕을 자극한다.
가족단위 견지낚시의 가장 큰 장점은 소통이다. 얼마나 큰 물고기를 몇 마리나 잡느냐는 중요하지 않다. 가족과 함께 맑게 흐르는 여울에 나란히 발을 담그고 편안하게 스침질 하면서 마음껏 웃고 떠들어도 민물낚시처럼 눈치 주는 사람이 없다. 그동안 못다한 이야기도 나누고 실없는 소리도 해보고 미운 사람 흉을 봐도 그냥 흐르는 물에 함께 떠내려 보내면 그만이다. 단 견지대 잡은 손끝의 감각만 유지하면서…
-견지낚시의 중심, 단양 남한강에 발을 담그다
크고 작은 몽돌을 타고 흐르는 여울아래 낚싯대 드리우고 녹음 내려앉은 푸른 강물에 몸 맡기면 사람도 어느 새 자연의 일부가 된다.
초여름 견지낚시 성수기를 맞아 지난 달 하순, 견지낚시의 성지로 불리는 단양 남한강을 찾았다.
여울에서의 견지낚시는 채비도 간단하고 쉽게 익힐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친환경 레포츠다. 특히 맑은 물과 적당한 여울을 이어진 단양의 남한강 상류지역은 더위와 북적이는 사람들을 피해 전통 견지낚시를 즐기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단양 남한강의 견지낚시 포인트는 상류지역인 가곡면 사평 여울과 가대 여울, 향산 여울, 장대 여울, 군간 여울 등 10여 곳이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전통견지협회의 낚시체험장으로 애용되는 장대 여울은 경치가 아름다운 데다 유속이 완만해 최고의 견지낚시터로 손꼽힌다.
드넓은 갈대밭과 강변을 따라 길게 펼쳐진 자갈밭은 한 폭의 풍경화를 그려내면서 가족, 동호인 단위의 견지 낚시인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흐르는 강물에서 낚싯줄을 감았다 풀었다 하면서 물고기를 낚는 견지낚시는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전통낚시 기법이다.
큰 비가 내린다는 일기예보에 지난 달 중순, 서둘러 단양읍 가곡리에 위치한 한국전통견지협회를 찾았다. ‘코로나19’의 여파는 전국 어디에도 예외는 없는 모양이다. 지금쯤이면 개인과 단체 체험객으로 제법 분주할 시기이지만 아예 협회는 단체 체험객을 받지 않고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부지런한 조성옥(65) 한국전통견지협회 회장은 사람이 발길이 뜸해진 요즘, 그 동안 미뤄두었던 체험객 숙소 보수공사를 비롯해 공용 싱크대와 그늘막 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기자 일행을 반갑게 맞이하는 조 회장은 첫 마디가 “그림 만들어줄 모델들이 없어서 어쩌지! 매스컴 좋아하는 후배들도 코로나19 때문인지 내려올 수가 없다네”라며 “그래서 견지낚시 잘 하는 동네 어르신 몇 분 모시기로 했어요. 전통낚시니까 모델들도 전통이 있는 사람들이 더 좋지”라며 재치 넘치게 말한다.
하던 일을 대략 마무리하고 조 회장은 바지장화를 비롯 장비를 챙겨서 첫 번째 목적지인 영월군 김삿갓면 옥동천으로 향했다. 견지협회에서 40여분 달려 충청북도에서 강원도로 도 경계를 넘어서 도착한 옥동천은 이름 그대로 옥구슬에 흘러내리듯 바닥이 훤히 보일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이동 중 중간에서 합류한 지역 견지인들과 함께 바지장화 착용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카메라를 목에 걸고 계곡물에 발을 담갔다. 물은 시원하고 바닥의 돌은 몇 해 큰 비가 안와서인지 조금은 미끄러웠다. 조금씩 계곡 안쪽으로 들어서고 무릎 위까지 물이 차자 수압에 의해 바지 장화가 무릎과 허벅지를 조여왔다. 조 회장은 “한의사가 하체가 차가워지면 상체에서 따뜻한 피를 계속 내려보내 피를 순환시키기 때문에 관절을 비롯해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일행들은 각자 원하는 위치에 수장대를 꼽고 견지 줄을 능숙한 솜씨로 풀어낸다.
목에 건 깻묵통에서 수시로 깻묵을 흘려보낸다. 앞에서 카메라를 메고 있는 기자에게 첫 물고기를 자신이 선보이겠다며 각자 열심히 스침질을 시작한다.
구더기를 물에 흘려보낸지 얼마 되지않아 조 회장의 견지대가 타닥거리며 살짝 휘는 듯하자 순간 팔굽치를 뒤로 젖기며 챔질을 한다. 제법 힘을 쓰며 낚시줄을 좌우로 흔들더니 피라미치고는 덩치 좋은 놈이 딸려 올라왔다. 원래 물고기는 물에서 잡아야 고기가 상처를 받지 않지만 특별히 사진촬영을 위해 물 위로 올려 잠시 포즈를 취했다.
평생 견지낚시를 즐겨온 권태홍(82) 영춘면 노인회장은 “실력으로 따지면 당연히 내가 첫 수를 올릴 수 있었는데 회장 체면 세워주느라 일부러 양보한 것”이라고 농을 건네자 잠시 웃음꽃이 피었다. 이어서 너도나도 피라미, 갈겨니, 버들치 등을 낚았다.
조 회장은 “다양한 어종이 잡힌다는 것은 그만큼 천이 건강하다는 뜻이다”라며 “이 곳 옥동계곡은 물도 얕고 너무 맑아서 가족 견지 낚시터로는 최고”라고 말했다.
첫 날은 그렇게 중층에서 주로 잡히는 어종들과 얼굴을 마주하고 일정을 마쳤다.
다음 날 아침, 견지인들이 가장 즐겨 찾는다는 장대 여울을 찾았다. 늪실마을 앞에 있는 장대 여울은 말 그대로 여울이 크고 길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굵은 호박돌로 이루어진 강바닥으로 인해 대어들이 출몰이 잦고 누치자원이 풍부한 곳이다.
2008년 한국전통견지협회는 단양군과 함께 늪실마을 도로가에 누치 조형물을 세워 이곳이 견지낚시의 명소임을 알렸다. 조형물 기단아래에는 견지낚시 관련용품과 기록물을 담은 타임캡슐도 매립했다.
누치조형물 옆에 차를 세우고 10여분 거리의 강으로 향했다. 이 곳 역시 봄부터 마른장마가 계속되면서 이끼가 말라붙어 있는 크고 작은 호박돌을 넘어 물가에 다다랐다.
장대 여울은 물이 예전 같지는 않다고 해도 어제 옥동천하고는 물의 흐름과 깊이, 물 색깔이 틀렸다. 무언가 대물이 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기자도 드론으로 전경촬영을 마친 후 카메라가 물에 빠지지 않게 단단히 목에 걸치고 조심스럽게 물 가운데로 들어갔다. 역시 물의 흐름도 빠르고 바닥도 거칠었다. 한자리에 서서 30여분 버티기가 쉽지 않았다.
‘물반 고기반’이라더니 역시 그건 사람 생각이지 고기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어제처럼 쉽게 고기 얼굴을 볼 수가 없었다. 한 시간 가까이 밑밥을 뿌리고 스침질이 반복되었다. 조금은 지쳐갈 무렵 조 회장이 어제와는 틀리게 견지대를 똑바로 세웠다. “드디어 걸렸어!” 곧추세운 견지대의 머리부분이 조금씩 휘면서 ‘투둑투둑’ 낚시줄이 풀려나간다. 낚시줄을 풀어주었다가 감았다가 한참이나 누치와 힘겨루기가 이어졌다.
조 회장은 누치는 워낙 힘이 좋고 덩치도 커서 작은 바늘과 가는 줄로 끌어내려면 누치가 힘이 빠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단다. 여유있게 손맛도 보면서… 한참이나 힘을 쓰던 누치가 어느 순간 포기했는지 힘없이 딸려온다. 40cm는 족히 넘어보였다. 누치는 크기에 따라 20~30cm의 크기는 적비, 30~49cm의 크기는 대 적비, 50cm 이상의 대어를 ‘멍짜’라 부른다.
팽팽한 긴장감 속에 힘 좋은 누치, 끄리 등과 부러질 듯 낭창낭창한 견지대로 진검 승부를 펼치는 모습이 견지낚시의 백미처럼 느껴졌다.
“영업상무(방금 잡힌 누치)가 얼굴 보여줬으니 오늘은 그만 철수합시다. 아침도 먹어야하고~” 조 회장이 오늘도 할 일이 많은 것을 알고 있는 기자단은 조 회장의 한마디에 두 말없이 물 밖으로 함께 나왔다. 솔직히 흐르는 물에 오래 서 있으니 어지럽기도 하고 힘도 들었었는데 적당한 시점이었다.
- 한국전통견지협회는
단양군 가곡면 사평리 앞을 흐르는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자리한 한국전통견지협회는 비영리 민간단체로 해양수산부 인가를 받아 견지낚시의 명맥을 잇고 이를 보급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협회는 건물에 숙소를 비롯해 바지 장화와 견지낚싯대 등 장비들을 갖추고 동시에 80명까지 단체로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경기대학교 레저스포츠학과에 개설된 스포츠 피싱 과목을 수강하는 학생들이 매년 교육을 받고 있다.
견지낚시와 민물고기에 대한 조금 더 알고 싶으면 단양 읍에 위치한 낚시박물관을 찾아보자.
이 곳에는 국내 최대의 민물고기 아쿠아리움과 낚시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아쿠아리움에는 국내외 민물고기 140여종과 15,000마리의 민물고기가 수조에서 관람객을 기다린다. 낚시박물관에는 조선시대부터 근 현대에 이르기까지 전통 견지낚시 유물과 우리나라에 단 한 대 남은 견지낚시배로 주로 사용했던 낚거루, 민물 대낚시와 루어 낚시, 플라이 낚시 관련 옛 조구(釣具)와 현대 조구가 전시되어 있다.
kkkwak7@kukinews.com / 사진=곽경근대기자· 드론촬영=왕고섶 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