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이 지난 3일 신곡 ‘요를 붙이는 사이’를 냈다. 소속사 동료 드레스가 작곡·프로듀싱하고 작사가 안다영이 노랫말을 붙인 곡이다. 자신의 노래 대부분을 직접 써온 주영에겐 흔치 않은 작업방식이었다. “다른 사람의 곡을 부르는 데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어요. 예전엔 제가 쓴 곡을 더 좋아했는데, 이젠 좋은 노래면 다 오케이죠.” 주영은 듀엣 상대로 ‘성당 친구’ 헤이즈를 점찍었다. 1년 전 자신의 노래에 피처링해준 데 대한 보은이었을까. 헤이즈는 주영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한다.
“많은 분이 도와주셔서 쉽게 작업한 노래에요. 여러 사람이 뒤섞인 공간에서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는 미묘한 분위기를 상상하며 불렀죠. 헤이즈에겐 ‘네 스타일대로 불러 달라’고 했어요. 워낙 잘하는 친구라서 고칠 부분이 없더라고요.”
이날 만난 소속사 관계자는 주영이 ‘일벌레’라고 귀띔했다. 신곡 작업을 왕성하게 하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주영 역시 “새 음반에 실을 곡을 7개 정도 확정해놨다”고 귀띔했다. 알엔비에 뿌리를 둔 이전의 음악 스타일을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이 더욱 공감할 수 있을 만한 음악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함께 일하던 프로듀서가 미국에 가게 된 바람에 일정이 잠시 중단됐지만, 주영은 “그동안 낸 음반 중에 제일 좋을 거란 확신이 있다”며 눈을 빛냈다.
주영에게 음악가의 길을 열어준 아버지는 지금도 그와 음악적 교감을 이어가고 있다. “채찍질을 많이 해주시는데, 요즘엔 칭찬도 늘었어요.” 그는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듣던 음악을 함께 음미하며 삶에 음악을 녹여왔다. 마이클 잭슨, 비틀스, 조지 벤슨 등의 당시 들었던 음반이 지금의 주영을 만든 감성적 토대가 됐다. 열아홉 살 겨울, 그는 싱어송라이터 라디에게 자신이 부른 노래를 보낸 것을 계기로 그의 ‘제자’가 됐다. 이듬해 내놓은 첫 정규음반은 “거의 모든 아티스트들에게 (음반이 좋다고) 연락왔”을 정도로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한 우물만 파던 젊은 음악가는 20대 중반 늦은 사춘기를 겪었다. 2014년 가수 효린이 피처한 노래 ‘지워’(Erase)를 발매했을 때였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얻을 기회였지만 주영은 갑작스러운 관심에 혼란을 겪었다. 하루 10시간씩 안무 연습을 하면서도 그는 스스로가 어색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내가 잘하고 있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서른 살이 된 지금, 그는 “좀 더 즐길 걸 그랬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한 덕분이다. “제 앞에 주어진 일은, 그게 뭐가 됐든 일단 해보자는 생각이 커요. 그 안에서 느끼고 배울 수 있는 게 분명 있을 테니까요.”
‘요를 붙이는 사이’의 표지에는 어린아이가 헤드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 모습이 담겼다. 주영이 낸 아이디어였다. 그는 “사진을 보자마자 심장이 뛰었다”고 했다. “아이라는 생명체가 순수함을 표현하잖아요. 저도 이 노래를 순수하게 표현하고 싶었어요.” 가수가 된 지 벌써 10년. 한때 “세상에 불만이 많았다”는 청년은 이제 “여전히 음악할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으로 매일을 살아가고 있다.
“요즘엔 먼 미래의 계획까지 세워놓고 살고 싶어요. 20년쯤 뒤엔 명예로운 사람이 돼 있었으면 좋겠네요. 영화도 만들어보고 싶고, 아니면 영화 음악을 해볼 수도 있겠죠. 어렸을 때 소묘를 공부했었는데, 요즘엔 유화에도 재미를 붙였거든요. 나중엔 제 그림들로 전시회를 열어보고 싶어요. 물론 음악은 계속할 거고요. 어려운 일이겠지만, 또 모르죠. 음악도 그저 꿈만 꾸다가 현실로 이뤄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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