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로카드] 폭행-음주운전 감싼 SK, 휴가가 징계인가?

[옐로카드] 폭행-음주운전 감싼 SK, 휴가가 징계인가?

기사승인 2020-07-15 18:26:40
▲사진=연합뉴스
[쿠키뉴스] 김찬홍 기자 = 한 때 KBO를 대표하는 '모범 구단'이었던 SK 와이번스가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SK는 지난 14일 “일부 신인급 선수들이 중복된 숙소 지각 복귀와 숙소 무단 외출을 했고, 이 과정에서 지난달 7일 선배 선수 2명이 후배들에게 두 차례 얼차려와 폭행을 가했다”고 밝혔다.

해당 사건은 지난 5월에 발생했다. 신인급 선수들이 잦은 숙소 복귀 지각과 숙소 무단 외출 및 등 구단의 기강을 해치는 행동을 했고, 이에 선배 2명이 이들을 대상으로 두 차례 얼차려를 주고 가슴과 허벅지를 치기도 했다. 신인급 선수 2명은 숙소로 복귀하면서 경찰에 적발되지 않았으나 SK의 추가 조사 과정에서 음주운전과 무면허운전까지 한 사실이 드러났다.

신인급 선수들의 안일한 판단이 또 문제가 됐다. 구단 발표에 따르면 해당 선수들은 술을 별로 마시지 않았고, 정신이 맑은 상태에서 운전을 했다고 한다.

최근 프로야구에서는 음주 운전으로 인해 선수 생명이 끊긴 사례가 수두룩하다. KBO 복귀를 추진했다가 무산된 강정호를 비롯해 술을 마시고 다음날 운전을 했다가 단속돼 불명예스럽게 은퇴한 박한이의 사례도 있다. 같은 팀 선배인 강승호도 음주 운전을 하다가 임의 탈퇴 징계를 받았다. 신인들의 경각심 부재가 사단을 낸 셈이다. 

신인급 선수들에게 폭행을 가한 선배 선수들 역시 논란에서 자유롭기는 어려워 보인다. 최근 체육계 전체가 고(故) 최숙현 사건을 계기로 폭력 문제를 뿌리 뽑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절대 나와서는 안 되는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 후배 선수들의 일탈로 선수단의 기강을 잡겠다는 의도가 있었다지만, 폭행의 경중 여부를 떠나 선수 간에 폭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용납할 수 없다.

가장 큰 문제는 SK 구단의 대처다. 해당 사건 직후 SK는 해당 선수들에 대해 자체 징계와 교육 측면에서 성찰의 시간과 기회를 주기 인근 사찰로 보내 3주간 템플스테이를 체험하도록 했다.

하지만 SK는 해당 사실을 KBO에 곧바로 알리지 않았다. 최근 커뮤니티를 비롯한 인터넷 상에서 소문이 떠돌자 뒤늦게 입장 발표를 하며 KBO에 보고 했다. 심각한 사안이 한둘이 아님에도 조직적으로 은폐를 시도했다는 의혹을 감출 수가 없다.

SK의 해명도 납득하기 어렵다. SK는 해당 사건을 자체적 징계 사안으로 판단했다고 언급했다. 선수단 내 폭력과 무면허 운전은 KBO규약의 품위손상행위에 포함된다. 사건을 파악하면 10일 이내에 KBO에 보고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SK는 선수들에게 템플스테이라는 휴가나 다름없는 징계를 내렸다.

SK는 해당 사건으로 인해 ‘클린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망가뜨렸다.

SK는 이제껏 큰 사건사고에 휘말리지 않으며 팬들에게 ‘클린 구단’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왔다. 지난해 내야수 강승호가 음주운전을 하고 이를 구단에 알리지 않고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는 일이 벌어지자 곧바로 강승호를 임의탈퇴 처리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공든 탑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렸다.

SK는 올 해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다. 현재 19승 41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러있다. 2년 전 우승팀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는 성적이다. 최근에는 염경엽 감독이 팀 성적 부진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쓰러진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다. 창단 20주년을 맞이한 SK에게 2020년은 구단 역사에서 지우고 싶은 최악의 해로 남을 듯하다.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
김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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