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트레저 고생했어.’ 지난 7일 데뷔한 보이그룹 트레저는 자신들의 영상에 달린 댓글 중 이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YG보석함’ 종영 이후 1년6개월여만의 데뷔. 그간의 노고를 팬들이 알아줬다고 느낀 걸까. 멤버들은 “(댓글을 읽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9일 서울 와우산로 YGX 사옥에서 만난 트레저가 들려준 얘기다.
SBS ‘인기가요’에서 데뷔 무대를 마친 지 만 하루만에 가진 인터뷰였다. 열두 멤버의 얼굴엔 아직도 방송 데뷔의 흥분과 설렘이 남아있는 듯했다. “연습실과는 달리 (방송 무대는) 조명도 많고 세트도 커서 적응하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무척 신났어요.”(방예담) 멤버들은 ‘인기가요’ 무대를 마친 뒤 서로에게 ‘고생했다’며 감격을 나눴다고 한다. 팀의 공동 리더인 지훈은 “너무나 벅찬 순간이라 (기분을) 표현하기 어려웠다. ‘고생했다’는 말이 서로를 향한 최고의 격려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트레저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팀이다. ‘YG보석함’으로 선발된 멤버 13명이 지난해 ‘트레저13’으로 데뷔할 예정이었으나,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가 여러 스캔들에 휘말려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팀의 데뷔도 무기한 연기됐다. 이 과정에서 동고동락하던 하윤빈이 지난해 말 음악적 차이를 이유로 YG와 계약을 해지하고 팀을 떠나는 일도 있었다. 특히 SBS ‘K팝스타2’ 출연 이후 YG에 둥지를 틀었던 방예담은 무려 7년을 연습생 신분으로 보내야 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던가. 트레저 멤버들은 “주어진 일에 더욱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미래가 불안할 때면 멤버들끼리 마음을 나누면서 서로를 다독였다. 방예담은 연습 기간동안 “뿌리를 내렸다”고 했다. 실력과 인성 모두 한층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의미다. 멤버들 모두 음악 작업에도 열을 올린 덕분에, 데뷔곡 ‘보이’(BOY)와 수록곡 ‘들어와’(COME TO ME) 작사에 최현석·요시·하루토가 참여할 기회를 얻기도 했다.
“오랫동안 연습하면서 성장할 기회가 많았어요. 오히려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하죠. 멤버들과 팀워크가 강해지고 합도 잘 맞아가는 모습을 보며 뿌듯하기도 했고요.”(방예담)
“‘우리가 데뷔하면 팬들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상상하며 연습에 집중했어요. 멤버들과도 계속 소통하며 팀워크를 다졌고요. 우리만의 뜻깊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요.”(최현석)
트레저의 강점은 YG 특유의 강렬한 음악과 ‘소년미’(美)의 조화다. 평균 나이 19세인 이들은 “소년의 순수함과 저돌적인 모습을 자연스러럽게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했다. 중학교 3학년인 막내 소정환은 “나이 어린 멤버들이 많아 앞으로 시도할 수 있는 것들도 더욱 많을 것 같다”며 수줍게 미소 지었다. 다인원 그룹의 특징을 앞세운 군무도 볼거리다. ‘보이’ 퍼포먼스는 해외 유명 안무가 6명이 합심해 만들었다. 트레저는 전 세계 팬들을 대상으로 ‘보이’ 댄스 커버 콘테스트도 열고 있다.
연습생 시절 틈틈이 받은 독서 특강과 문화 체험은 창작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됐다. 지훈은 “(음반에 실린 곡 외에) 개인 작업물도 열심히 만들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들에겐 일상에서 마주하는 사소한 순간들이 모두 음악적 씨앗이 된다. 요즘엔 팬들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는단다. 지훈과 함께 팀을 이끄는 최현석은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담아 팬송을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YG가 글로벌 시장을 조준해 선보인 팀인만큼 해외 반응이 뜨겁다. ‘보이’는 발매 이후 세계 19개국의 아이튠즈 ‘톱 송’ 차트에서 1위에 올랐고, 일본 라인뮤직의 송 ‘톱100’ 실시간 차트 정상을 차지하기도 했다. 일본에서 온 요시·마시호·아사히·하루토는 가족에게 현지 반응을 전해들었다며 뿌듯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해외 팬을 직접 만나긴 어려운 상황이지만, 꿈의 무대로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하프타임쇼”(최현석) “코첼라 페스티벌”(소정환)을 꼽았을 정도로 해외 진출을 향한 열망이 높다.
“한 번, 한 번의 무대를 열심히 해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매번 최선을 다해야 많은 분들이 다시 한 번 우리를 봐줄 테니까요. 그 마음 잃지 않고 계속해서 열심히, 재밌게 활동하려고요.”(최현석)
“우리가 겪어온 시간이 많잖아요. 언젠간 음악을 통해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싶어요. 우리의 소소한 일상을 음악에 녹여서 팬들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전하고 싶어요.”(방예담)
wild37@kukinews.com / 사진=YG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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