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김희란 인턴기자 =미국에서 비무장한 흑인 남성이 경찰이 여러 차례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진 사건이 발생했다. 이에 분노한 시민들은 격렬한 시위를 일으켰다.
CNN 방송·워싱턴포스트(WP) 등의 현지 언론보도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시위 저지를 위해 미국 위스콘신주(州) 커노샤에는 군이 배치되고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토니 에버스 위스콘신 주지사는 이날 해당 카운티의 주요 기간시설과 소방관 등의 보호를 위해 125명의 주 방위군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시위를 막기 위해 연방군 200명을 투입했다. 같은 날 커노샤 카운티에는 오후 8시부터 다음날인 25일 오전 7시까지 통행금지령이 내려졌다.
카운티의 통행금지령에도 시민들은 거센 시위를 멈추지 않았다. 분노로 가득 찬 시민들의 폭력적인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벽돌과 화염병을 던져 수차례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들이 이토록 분노에 찬 것은 ‘제이컵 블레이크 총격 사건’ 때문이다. 지난 23일 오후 5시쯤 비무장 상태였던 흑인 남성 제이컵 블레이크는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쓰러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블레이크는 길거리에서 일어난 타인의 싸움을 말리고 있었다. 후에 블레이크가 거리에 주차된 차량으로 걸어가자 백인 경찰관이 그를 향해 총을 겨눈 채 따라갔다.
블레이크가 차량 문을 열자마자 경찰관이 그의 등에 총을 수차례 발사했다. 사건 정황이 담긴 영상을 보면 총 7발의 총성이 들린다. 블레이크가 총에 맞을 때 차 안에 타고 있던 그의 아들 3명이 사건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확산됐다. 영상을 본 시민들은 분노하며 시위를 일으켰다.
위스콘신주 법무부에 따르면 해당 주는 이 사건을 조사 중이며, 연루된 경찰관들은 휴직에 들어갔다. 현지 경찰은 ‘가정 문제’로 현장에 출동했다는 점 외에 구체적인 총격 배경을 언급하지 않았다.
블레이크는 총격을 받은 직후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지만 중태에 빠졌다고 전해졌다.
해당 사건에 대해 미국의 여러 유명 인사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총을 쏜 경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총격이 나라의 영혼을 관통했다”고 전했다. 벤 크럼프 인권 변호사는 “아이들은 경찰이 아버지를 총으로 쏘는 장면을 목격했다”며 “이들은 영원히 트라우마로 고통받을 것”이라고 참담한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5월25일 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사망해 논란이 됐다.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이후 미국 전역에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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