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은호 기자 =“행복 앞에 뾰족한 수는 없는 거 같다.” 싱어송라이터 장기하는 8일 출간하는 첫 산문집 ‘상관없는 거 아닌가?’에 이렇게 썼다. 상념 속에 빠지다가 이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다가 다시 상념에 빠지는 과정을 반복하며 내린 결론이었다. 이 과정에서 장기하는 자신을 괴롭히는, 그러나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는 것들’을 솎아내기 시작했다. 이날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그는 “책을 쓰는 건 더욱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나 자신을 위로하는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전달할 수 없는 생각들”
장기하는 2018년 10년간 이끌던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을 해체하고 6개월여간 자유를 만끽했다. 그가 책을 쓰겠다고 결심한 건 작년 초, “생각을 말로만 표현하려니 답답하다”고 느끼면서부터라고 한다. 장기하는 “글로 표현하지 않으면 전달할 수 없는 생각들이 내 안에 쌓였다는 신호라고 여겨서 책을 내게 됐다”고 했다. 이후 1년간은 집필의 시간이었다. 장기하는 “나를 괴롭히는 생각 가운데 아무래도 상관없는 게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라며 “별로 중요하지 않은데도 날 괴롭히는 문제들에 대해 써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 “하기 싫은 것은 정말 하기 싫다”
책의 내용은 결국 ‘나답게 사는 것’으로 귀결된다. 장기하는 ‘자유로운 삶’을 지향한다. 그가 내리는 모든 선택의 기준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은가’에 있을 정도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 하기 싫은 것은 정말 하기 싫었다”며 “어떡하면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밴드도 하고 책도 쓰며 여기까지 온 거 같다”고 했다. 2030 세대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느냐는 말에 “늘 정답이 있고 세상에 정해진 게 있다고 착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답한 것도 이런 맥락이었다. 장기하는 “사람 10명이 있으면 10개의 상황이 있고 100명이 있으면 100개의 상황이 있다. 옆에서 7~8명이 비슷한 길을 가는 것처럼 보여도 나에게 맞는 길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좀 편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 “책을 쓰는 건 나 자신을 위로하는 과정”
자신이 무엇에 괴로워하는지 살펴보고 그것이 아무래도 상관없는 일임을 직시하는 과정은 결국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장기하는 “책에 ‘나를 위로하기 위해 노래를 만든다’는 내용이 있는데, 책을 쓰는 것도 노래를 만드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는 마음속에 일어나는 고민이나 걱정을 써놓고, ‘이게 내 행복에 얼마나 도움 되는 일인가’를 따져보면서 “본격적이고 체계적으로 나 자신을 위로”했다고 말했다. 독자에게 책이 어떻게 읽히길 바라느냐는 질문엔 “심심하실 때 읽어주시면 그만이다. 그러다 책이 자기 인생과 맞닿는 면이 있으면 (책을) 기억해주실 수도 있지 않겠나”라며 “기억만 해주신다면 어떻게 기억되는가는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 “이날만을 기다렸다…하반기엔 열심히 음악 작업”
장기하는 책을 쓰면서 자신의 솔로 음반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에 관해서도 실마리를 얻었다고 했다. “가장 핵심적인 정체성은 ‘저의 말’이라고 생각해요. 그 외엔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마음으로 음반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는 앞서 SNS를 통해 올해 안에 솔로 음반과 콘서트를 선보이겠다고 했으나 이 약속은 지키지 못할 것 같다며 웃었다. 집필과 음악 작업을 병행하지 못한 탓이다. 장기하는 “(책이 출간되는) 이날만을 기다렸다”면서 “책이 완성됐으니, 하반기에는 열심히 음악을 만들면서 지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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