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노상우 기자 = 폐암에 이어 암 사망률이 높은 ‘간암’. 간의 70% 이상이 손상되기 전까지 증상이 거의 없어 조기진단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특히 40~50대 연령에서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어 증상이 없더라도 40세 이상이면 적어도 한 번은 간질환 검사를 받는 게 좋다.
간암은 단순 지방간으로 인해 발생하지 않는다. 주로 간염과 간 섬유화가 누적될 때 발생한다. 환자군을 살펴보면 80%정도가 이미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간경변증 환자 100명 중 연간 3~8명 정도에서 간암이 발견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만성간염 단계에서 간암이 발견되기도 한다.
심재준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단순 간염 환자에서 간암 발생 위험은 간경변증 환자의 약 1/10 수준”이라며 “흔히 일상생활 속에서 무심코 넘길 수 있는 피로감, 식욕 및 체중감소 등이 대표적인 증상으로 자각하는데, 한계가 있어 가족력이 있거나 평소 과음하는 경우, 만성바이러스 간염이 있다면 반드시 정기적으로 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최근 암 의학지(Cancer Medicine)에 발표한 심재준·김기애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한 B형간염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간암으로 인한 사망 위험이 44% 감소하였다.하지만, B형간염 진단 후 병원을 정기적으로 방문한 비율은 22.9%에 그쳐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이미 간경변증을 앓고 있다면, 추가적인 간 손상을 피해야 한다. 즉, 반드시 금주하며 정기적인 간암 감시 검사를 통해 조기발견에 힘써야 한다. 다행스러운 점은 2003년부터 국가암검진사업에 간암이 포함되어 있어 간경변증 환자라면 부담 없이 연 2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간경변증이 없는 만성 B·C형간염 환자도 동일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초기 단계인 1~2 cm의 작은 결절 단계에서 간암을 발견하는 것이 완치 가능성이 가장 높다.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조기 진단법은 간 초음파 검사와 알파태아단백 혈액검사다. 다양한 종양표지자를 이용한 혈액검사나 MRI 검사법 등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은 연구 단계에 그치고 있다.
심재준 교수는 “간암의 성장 속도를 고려한다면 6개월에 한 번씩 검사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며 “복부비만이 있거나 간경변증으로 간이 매우 작은 경우, 간 전체를 자세히 볼 수 없을 때는 CT나 MRI 검사를 추가 진행하여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간 초음파 검사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이 없더라도 알파태아단백 수치가 상승하면 간암이 동반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치료 중이거나 치료가 끝난 바이러스간염 환자에게 ‘알파태아단백 수치’는 매우 유용하다.
간암의 외과적 치료는 암(종양)이 위치한 곳을 일부 잘라내는 간 절제술과 간이식으로 구분된다. 수술은 가장 효과적 치료법이나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간절제술은 간 기능이 정상으로 유지되고 암세포가 일부에 국한돼 있어야 한다. 또한, 간경변증이 심하지 않고, 암세포가 혈관을 침범하지 않았을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김범수 경희의료원 후마니타스암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는 “간암의 조기진단율을 고려해볼 때, 약 10~20% 정도만 간 절제술을 받을 수 있다”며 “대부분의 간암 환자는 간경변증을 동반하고 있다 보니 간기능이 떨어져 있어 만성간염,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간암 환자에게 가장 이상적인 치료법은 간이식”이라고 말했다.
간이식은 정상인의 간을 옮겨 붙이는 수술로 기존의 손상된 간을 모두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즉, 간암과 함께 간경변증 등 동반된 간질환을 동시에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또한 간 절제술과 마찬가지로 제한이 있다. 간외 전이가 없으며 종양의 크기가 작고 개수가 적어야 한다.
김 교수는 “간암 예방을 위한 유일한 답은 바로 정기검진을 통한 조기발견”이라며 “본인이 고위험군(B·C형 간염, 간경변증 등)에 해당된다면, 항바이러스제 치료와 금주, 적절한 운동·식습관을 통한 당뇨·지방간 관리 등으로 간 건강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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