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지영의 기자 = 짐 로저스(80)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주식 투자자라면 모르는 이가 없는 전설적인 투자의 대가다. 로저스는 멀리보는 투자 철학과 기업의 미래 가치에 대한 꼼꼼한 분석을 진행한 후에 '잘 아는 기업'에만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저평가된 기업을 찾아 장기투자하는 것으로 유명한 그의 투자처에는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다.
그는 한국에서는 어떤 기업에 투자했을까. 투자의 대가 짐 로저스가 국내에서 눈여겨보고 투자결정을 내린 기업을 들여다봤다.
로저스 Pick “대한항공” “아난티” “이엔플러스”
로저스는 국내 항공주의 대표주자인 대한항공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동아시아 항공주의 유망함을 강조하고 나서기도 했다. 다만 로저스가 장기투자 중인 대한항공은 지난해부터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항공업은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봉쇄 움직임 속에 타격을 가장 크게 받은 업종이다.
백신 보급이 시작되고 항공주 회복에 대한 기대가 일면서 최근 증권가에서는 대한항공의 주가전망을 줄줄이 올려 잡고 있다. 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한 통합 항공사 출범으로 몸집 키우기에 나선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를 받는다.
대신증권 양지환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부터 올해 실적 추정치를 상향 한다”며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통합 항공사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 3조3000억원의 유상증자를 고려한 올해 말 추정 자본총계는 약 7조92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내달 24일 신주 상장 이후 현재의 주가가 유지된다면, 시가총액 10조원 이상의 초대형 항공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저스도 여전히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장기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만큼, 일반 투자자보다 더 멀리까지 내다보고 기다리고 있다는 평가다.
로저스는 최근 경제 관련 한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내가 대한항공을 포함한 항공사 주식을 보유하고 있고, 호텔업 아난티 주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 안다”며 “호텔과 요식업, 여행업 등과 관련된 업종이 피해를 봤는데 이 기업들은 곧 나아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짐 로저스는 유명한 북한 투자론자이기도 하다. 북한을 유망한 투자처로 여겨온 그는 “할 수만 있다면 전 재산을 북한에 투자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로저스가 보유 중인 투자 종목 중에도 국대 대표적인 대북주로 꼽히는 아난티가 있다. 아난티는 호텔업을 영위 중인 코스닥 상장 민간기업이다. 로저스는 아난티의 지분 2000주를 지난 2019년 3월 2차례에 거쳐 매입했다.
아난티는 지난 1987년 피혁제조업체로 시작해 지난 2004년에 레저시설 및 골프장 운영으로 사업 전환에 나섰다. 지난 2008년 5월 북한산 금강산 관광단지에 ‘금강산 아난티 골프&온천 리조트’를 세우면서 대표적인 대북주로 꼽히게 됐다.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 때마다 가장 먼저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게 된 배경이다. 다만 반복적인 남북관계 냉각으로 인해 골프장 및 리조트는 방치되고 있는 상태다.
다만 로저스는 아난티 및 관련 대북 사업 관련 투자처들에 대해 “북한 관련 관광 사업은 매력적인 투자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아난티의 최근 2년간의 실적 흐름을 살펴보면 양호한 편은 아니다. 지난 2018년부터 2년 연속 매출 흐름이 감소세를 탔다. 지난 2019년 연결기준 실적은 매출액 1427억400만원, 영업이익 47억1000만원, 순손실 79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호텔업이 침체를 겪으며 곧 발표될 지난해 성적표는 저조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난티는 투자 이전 로저스를 사외이사로 섭외하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난티 이만규 대표가 로저스에게 직접 제안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난티는 지난 2018년 12월27일부로 짐 로저스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오는 12월26일 임기만료로, 연장에 관한 사항은 확정된 바 없다. 지난 2019년에는 로저스가 직접 이사회 참석을 위해 방한하기도 했다.
아난티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현장 이사회를 열 수 없어 비대면으로 진행했다”며 “올해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어서 로저스 이사의 방한 여부 등에 대해서는 현재로서는 결정된 사항이 없다”고 설명했다.
로저스가 투자 중인 다른 기업은 코스피 상장사 이엔플러스다. 소방용 기계 제조업으로 시작해 지난 2003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기존 사명은 ‘나노메딕스’였으나 지난해 3월부터 이엔플러스로 변경했다. 지난 2019년 10월 첨단소재 그래핀 전문 기업 스탠다드그래핀에 투자하면서 관련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들로 이루어진 얇은 막으로 ‘꿈의 신소재’로 불린다.
이엔플러스 투자에도 로저스의 대북 관련 기대감이 반영돼있다. 그래핀의 원료가 그래파이트(흑연)이기 때문에 천연자원이 많은 북한과 협력을 하게 되면 한국 기업이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이엔플러스도 지난 2019년 8월부터 사업관련 조언을 위해 짐 로저스를 사외이사로 영입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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