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사한 무대 뒤 숨겨진 아픔에 서글퍼질 법도 한데, 현아는 오히려 “이런 이중적인 면이 매력적이라고 느낀다”고 말한다. ‘아임 낫 쿨’은 이런 모순을 긍정하는 노래다. 이 곡에서 현아는 ‘나는 쿨하지 않다’(I’m not cool)고 몇 번이나 강조하면서도, “나는 내가 예쁜데, 어쩌라고 예쁜데”라며 자기애를 드러낸다.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는 최근 몇 년 간 아이돌 음악의 단골 소재였지만, 현아만큼 도발적인 이는 없었다. 수록곡 ‘굿 걸’(Good Girl)에는 아예 ‘착한 아이가 되지 마’(Don’t be a good girl)라는 가사까지 나온다.
돌아보면 현아는 언제나 그랬다. 19세 때 발표한 솔로 데뷔곡 ‘체인지’(Change)에선 “아무리 어려도 누가 뭐라 해도 모두 내 맘대로” 바꾸겠다고 외쳤고, ‘버블 팝’(bubble pop)에서는 연인에게 “너에게 날 맞추지 마”라고 경고했다. ‘좌중을 압도하는 섹시함’이라는 뜻의 별명인 ‘패왕색’처럼, 그의 퍼포먼스 역시 파격의 연속이었다. 성적 행위를 연상하게 하는 안무나 신체 일부를 강조한 동작에 자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온순하지 않은 표정으로 무대를 누비던 그는 대상화되는 존재라기보다는 스스로 욕망하며 상대를 압도하는 쪽에 가까웠다.

성애적 대상이되 스스로 성적 표현을 하는 것이 금기시되던 아이돌 시장에서 현아는 늘 예외적인 존재였다. 그래도 현아는 물러서지 않는다. 그는 ‘굿 걸’에서 “나답게 구는 게 왜 나쁜 거”냐고 묻는다. 무대에 오르기 전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 외던 주문을 가사로 옮긴 것이다. 모두가 좋아할 만한 기준에 자신을 맞추는 대신, 누군가에게 ‘나빠 보인다’는 평가를 받을지라도 가장 자신다운 모습으로 존재하겠다는 다짐이다. 그리고 현아가 만든 균열을 비집고 더 많은, 다양한 여성 아이돌들이 자기 자신을 드러낼 것이다. 대중이 상상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여성 아이돌의 폭을, 지금 현아가 넓히고 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현아 ‘아임 낫 쿨’ 뮤직비디오 캡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