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시대 경기부양을 위해 추진 중인 ‘그린뉴딜’ 사업 일환으로 수돗물 공급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그린뉴딜’ 사업에서 국산장비를 사용하는 기업들은 사업기회 자체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업을 발주하는 지방자치단체가 행정상 편의를 위해 외산장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입찰방식도 다른 사업자들은 배제한 수의계약이어서 그린뉴딜 사업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 작년부터 환경부는 수돗물 수질사고를 막고, 누구나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3년간 1조4000억원 규모의 ‘스마트 상수도 관리체계’를 시작했다. 전국 상수도 관망에 수질‧수량‧수압 감시 장치, 자동배수설비, 정밀여과장치 등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수질 현황을 파악하는 거싱 목적이다.
스마트상수도는 정수장에서 수도꼭지까지 수질‧유량을 실시간으로 측정‧관리하고 관련 정보를 즉시 제공해 수돗물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 사업 첫해인 지난해에는 전국 44개 지방자치단체가 7월부터 스마트 관망관리 인프라 구축사업을 개시했다.
이 중 수질계측기는 스마트상수도의 핵심장비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의 경우 해외에서 핵심부품을 수입해 조립한 뒤 납품하는 형태의 외산장비가 시장의 90%를 차지한다. 해당 기업들이 스마트상수도 사업에 납품하는 수질계측기는 국산제품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에 낙찰되고 있다.
그럼에도 해당사업을 주관하는 지자체는 수의계약인 ‘제3자 단가계약’으로 납품사업자를 선정하고 있다. 제3자 단가계약은 수요기관에서 공통적으로 필요로 하는 수요물자를 제조‧구매 및 가공 등의 계약을 할 때 ‘단가’만을 미리 정해 계약하고, 계약상대자에게 직접 납품을 요구하는 구매제도다.
현재 7대 특‧광역시 중 서울‧광주를 제외한 5개 광역시는 이 방식으로 공고를 냈다. 문제는 이러한 입찰방식이 수질계측기 국산화에 성공한 국내 업체들의 사업참여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3자 단가계약 방식은 마치 쇼핑몰에서 미리 가격이 정해진 제품을 구매하는 것과 유사하다. 이 경우 지자체가 조달청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된 업체들로부터 직접 물건을 납품받기 때문에 국산 장비를 개발한 기업들은 사업 공고조차도 보지 못하고 그린뉴딜사업을 빼앗기게 되는 셈이다.
“그린뉴딜사업 참여를 원한다면 조달청 우수조달제품으로 등록하면 된다”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신규등록은 6개월 이상 소요돼 사실상 올해 사업 참여는 불가능하다. 관련 업계는 행정편의만을 위한 조달방식 선택이 국산장비 업체를 그린뉴딜에서 탈락시키고 있다고 목소를 내고 있다.
또 외산장비를 들여와 단순조립 후 납품할 경우 사후관리가 어렵다는 점도 그린 뉴딜 사업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실제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이 공급하는 수질계측기의 핵심부품인 ‘경막필터’를 교체하는데 드는 연간 유지비만 200만원인데, 국산 부품을 활용할 경우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종성 민주당 의원은 “지자체 상수도본부 및 사업소의 먹는물 분야 수질계측기 구매에서 외산 의존도가 90%에 달할 정도로 국산화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임 의원은 “지자체에서 광역상수도나 수자원공사에 납품한 실적을 요구하기 때문에 기술력이 있는 국산업체의 시장진입이 어렵다. 국산업체가 수질자동측정기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당시 환경부 조명래 장관이 동의했지만, 이후에도 개선책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그린뉴딜사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지자체들이 ‘규격/가격입찰’ 방식으로 사업공고를 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낸다. 이 입찰방식은 입찰기업의 계약이행능력을 심사해 일정수준 이상의 평점을 받은 우량업체를 낙찰자로 결정하는 제도다. 가격은 물론 기술수준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공정한 입찰 방식이다.
특히 업계는 그린뉴딜사업이 코로나시대 경기회복과 국내 산업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시작된 만큼 행정편의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을 대폭 개선해 본래 취지를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에 올해 하반기부터 77개 지자체가 공고할 2차 연도 사업에서는 국산장비를 공급하는 기업들에게 기회가 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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