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 “상상이 더 큰 울림 줬어요”

[쿠키인터뷰] ‘비와 당신의 이야기’ 강하늘 “상상이 더 큰 울림 줬어요”

기사승인 2021-04-28 07:00:12
사진=배우 강하늘. (주)키다리이엔티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한 사건이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감독 조진모)에서 영호(강하늘)는 우연히 주고받게 된 편지로 삶의 궤도가 바뀌는 인물이다. 편지는 설렘과 희망, 위로 등 매번 다른 색깔로 그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편지를 쓴 상대와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기다린다. 매년 12월31일 밤마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강하늘은 자신이 연기한 영호에 대해 “소심하고 갈팡질팡 하지만 곧은 심지가 있는 친구”라고 소개했다. 편지를 매개로 한 멜로 라인이 눈에 띄지만, 영호의 성장 이야기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 시나리오를 처음 읽은 순간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관객으로서 이런 작품에 갈증이 있었어요. 대본을 읽었을 때 정형화된 느낌이 아니었어요. 뭔가 ‘이런 느낌인가? 이런 감정인가?’ 하고 생각해볼 수 있게 하는 작품이었죠. 그 느낌이 굉장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어요. 전 제가 맡는 역할에 끌리는 편이 아니에요. 제가 읽은 대본이 재밌으면, 그 자리에서 다 읽히면 하게 되는 편이죠. 작품 전체 분위기에 끌리는 편이고요. 출연한 작품들이 다 그랬던 것 같고, ‘비와 당신의 이야기’도 그런 작품이었어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스틸컷

강하늘은 같은 작품에서 호흡을 맞춘 상대 배우인 천우희를 거의 만나지 못했다고 했다. 극 중 설정 때문에 만날 일이 없었다. 대신 편지를 읽는 내레이션을 녹음하며 먼저 녹음한 천우희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는 “상상하는 것들이 오히려 저에게 더 큰 울림을 줬다”고 말했다. 처음 대본에 비어 있던 장면도 상상력으로 채워갔다.

“처음 대본엔 간결하고 함축적인 장면과 꼭 필요한 대사만 있었어요. 작가님과 감독님이 제가 느끼는 걸로 채우고 싶다고 말씀하셨죠. 처음엔 영호가 뭘 할지도, 이게 맞는지도 모르겠는 상황이었어요. 삼수 생활에 지쳐있는 친구인데, 소희와 편지를 나누면서 점점 성장해나가는 거예요. 지친 삶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딛고 올라갈 수 있는 느낌이 컸어요. 소희와 편지가 영호에게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를 주지 않았나 생각했어요. 보통 다른 작품에선 이 인물이 표정이나 반응을 어떻게 할까 고민했다면, 이번엔 내가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했지를 먼저 고민했습니다.”

인물에 비어있는 공백을 배우가 직접 채워나가는 경우는 드물다. 조진모 감독이 처음부터 캐스팅 1순위었다는 배우 강하늘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작품에서 튀려고 하지 않는 강하늘의 태도도 맞아 떨어졌다.

사진=배우 강하늘. (주)키다리이엔티

“항상 연기할 때 제 인물이 작품보다 튀지 않으려고 노력을 많이 해요. 제가 인물을 넘어서 튀어나오면 매력이 사라지는 것 같거든요. 제가 튀어나오는 것보다 제가 맡은 역할을 먼저 보여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러려면 어떤 방법이 있나 고민하죠. 내가 혹시 작품에서 허용하는 표현 범위를 넘지 않았나, 과하지 않나 항상 고민해요.”

최근 배우로서 하는 고민을 묻자 평소 고민하지 않는 편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쉬는 날 충분히 더 쉴 수 있을까 같은 고민을 한다”고 억지로 답변하며 또 웃었다. 과거를 후회하는 대신, 모두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알아 가면 알아갈 수록 더 어려워지는 일이라 하면 할수록 멀어지는 기분이 들어요. 배우로서 지금의 목표는 ‘하루하루 더 재밌게 살기’예요. 그렇게 지내다보면 어느 순간엔 최종 목표를 할 수 있지 않을까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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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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