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중년남성들이 듣기 싫어하는 말 중의 하나가 ‘정력이 약해졌다’인데, 남성들은 정력을 성 능력으로만 생각하고 자존심으로까지 여기는 경향이다. 도대체 정력의 정확한 정체가 뭐길래 남성들이 그렇게 집착을 하고, 여성들에게는 정력이란 존재하지 않는지 궁금하다.
남성의 정력이 강하다는 기준은 애매모호하다. 의학적으로 남성의 성기능은, 성욕, 발기, 사정, 쾌감 4가지로 나눈다. 좋은 정력은 정상적인 성적 능력으로, ‘왕성한’이 아닌 ‘적절한 성욕’, ‘강력한’이 아닌 ‘충분한 발기’, ‘오래’ 하는 것이 아닌 ‘알맞은 사정’, ‘열렬한’이 아닌 ‘무던한 쾌감’과 이러한 성관계를 수행할 수 있는 ‘건강한 체력’을 의미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 건강한 성생활이 삶의 행복과 부부 관계에서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서 떨어지는 성적 능력은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크다. 서서히 성호르몬이 감소하는 남성들과는 달리, 폐경 이후 극단적으로 감소하는 불편함이 여성에서 훨씬 더 많고 더 심하게 나타난다. 남성들에게는 주로 발기 문제가 생기지만, 여성들의 성기능 장애는 성욕 이상, 질 분비물 감소, 성교통, 극치감 저하, 불감증 등 다양하고 복합적으로 나타난다.
성 관계 시 사정과 쾌감으로 마무리가 되는 남성들과는 달리, 여성들은 오르가슴을 느껴야만 만족하는 것은 아니고 행복감을 느끼는 성생활을 더 원한다.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기 위해서는 삽입이나 강력한 피스톤 운동보다는 부드럽고 편안한 분위기,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이 더 중요하다. 여성에게 성생활은 친밀감의 교감이고 사랑받고 있음을 확인하고, 여자로서 정체성을 느끼게 해주는 수단이다.
하룻밤에 몇 번씩 했다는 정력을 자랑하는 남성들이 있는데, 많이 해서 좋다는 건 단지 본인만의 생각일 뿐이다. 횟수는 섹스의 즐거움이나 만족감과는 관계가 없다. 섹스에 이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두 사람 모두의 만족감이다. 섹스에서 얻어지는 쾌감은 하늘에 별이 보이고 종소리가 들리는 황홀함이 아니라 ‘상쾌하고 즐거운 느낌’을 받는 것이다. 성생활은 배려와 소통이므로, 각자의 정신적 육체적 컨디션에 따라 적절하게 하는 것이 좋다.
나이가 들면서 정력 감소로 인한 문제들은 성호르몬 감소로 인해서 육체적, 정신적, 성적인 면에서 다양하게 나타난다. 정력은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므로 성적 능력만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정력 강화비법은 따로 없다. 평소 건강관리를 잘 해서 삶의 활력을 유지하고 정신적 안정감으로 남성 혹은 여성으로서의 감정과 느낌을 되찾는 것이다.
균형 있는 식사, 충분한 휴식과 숙면, 규칙적인 배변 배뇨습관, 꾸준한 운동과 적당한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담배는 끊고 과음을 피하고 스트레스를 오래 간직하지 않는다. 한마디로 ‘건전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비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