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인터뷰] 공승연 “나한테 영화 첫 주연? 진짜 캐스팅 맞나 의문 들었죠”

[쿠키인터뷰] 공승연 “나한테 영화 첫 주연? 진짜 캐스팅 맞나 의문 들었죠”

기사승인 2021-05-15 07:01:01
사진=배우 공승연. 바로엔터테인먼트

[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콜센터 상담원 진아(공승연)의 시선엔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다. 눈은 휴대전화 아니면 허공을 향하고, 귀는 이어폰과 헤드폰으로 덮여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어쩌다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도 곧장 후회에 빠진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은 무엇이 진아를 외부 세계와 단절시켰는지 이유를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진아의 내면에서 무언가가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세심하게 보여준다.

진아를 연기한 배우 공승연도 ‘혼자 사는 사람들’(감독 홍성은)을 찍은 후 변화를 맞았다. 첫 장편영화에서 받은 호평이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배우상으로 이어졌다. 배우 10년차를 맞아 생긴 망설임은 확신과 가능성으로 바뀌었다. 최근 서울 와우산로 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만난 배우 공승연은 ‘혼자 사는 사람들’에 출연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혼자 사는 사람들’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홍성은 감독님이 저를 진짜 캐스팅하려고 하시나 의문이 들었어요. 지금까지 진아처럼 무표정한 캐릭터를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고, 아직 영화를 시작도 안 한 저에게 첫 주연을 주셔서요. 정말 절 캐스팅하려는 게 맞는지 감독님을 만나서 물어봤어요. 감독님이 그동안 제 연기도 보셨고, 진아 역할에 잘 어울린다며 어떻게 했으면 좋겠다고 응원과 용기를 주셨어요. 겁이 났는데 잘할 수 있다며 잘 설명해주시니까 출연할 수 있었어요. 사실 저한테는 전부 다 새로웠어요. 제 연기로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을 몰입해서 끌고 갈 수 있을지 부담이 컸죠. 제가 하고 있는 게 맞는지 눈에 명확히 보이지도 않았고요. 저한테는 도전이었어요.”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 스틸컷

하던 대로 할 수는 없었다. 공승연은 진아로 변신하기 위해 콜센터 상담 영상을 유튜브로 보고 샤워하면서도 밝은 톤을 따라했다. 흡연 장면을 위해 한 달간 담배를 배우고 무표정을 연습했다. 왜 이렇게 생각이 많고, 왜 이렇게 사는지 잘 이해되지 않던 진아를 이해하는 과정도 필요했다. 그 결과가 첫 배우상 수상으로 이어졌다.

“사실 이전에는 뉴스타상이나 아이콘상을 받았어요. 연기에 대한 상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감회가 남달랐어요. 그동안 연기한 걸 보상받는 느낌보다는 응원과 격려라고 생각했어요. ‘너도 잘하고 있고, 너도 잘 해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 것 같았죠. 시상식에 갈 때 ‘가서 꼭 이 말은 해야지’라고 생각하며 갔어요. 멋있게 수상 소감을 얘기해야겠다고 걸어가면서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안녕하세요’라고 말하자마자 눈물이 나더라고요. 저도 그건 예상하지 못했어요. 수상 소감을 말하는 내내 진땀을 뺐던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을 못 전하면 어쩌나 싶고, 그동안 연기했던 모습들이 술술 지나가더라고요.”

‘혼자 사는 사람들’은 공승연에게 배우로서 전환점을 주는 영화가 됐다. 첫 영화로 영화제도 방문하고 상도 받고 개봉도 앞둔 요즘 “앞으로 더 힘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더 과감한 도전도 시도할 계획이다.

사진=배우 공승연. 바로엔터테인먼트

“영화를 정말 하고 싶었지만, 사실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어요. 오디션에 떨어지기도 했고요. 이렇게 좋은 영화를 만나서 발을 들여놓게 됐어요. ‘혼자 사는 사람들’도 처음엔 주저하고 겁을 냈어요. ‘난 못할 거야’, ‘난 여기까지야’라고 생각했죠. 그랬던 영화로 좋은 성과를 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드렸잖아요. 앞으로 겁내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제 한계를 더 넓혀두고 과감한 선택을 해보려고 합니다.”

이날 공승연은 그동안 배우로 활동한 10년을 돌아보기도 했다. 최근 연기상도 받고 응원과 격려를 받으며 앞으로 10년도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자신이 10년차에 맞는 배우인지 고민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10년 동안… 그냥 인정받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 자존심이기도 했고요. 이 일을 시작한 김에 끝까지 해보자는 오기도 생겼어요. 저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에게 나도 뭔가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게 큰 것 같아요. 지금은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서 내가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지 생각하며 꿈과 의미를 찾는 중이에요. 앞으로는 인정받는 것보다 제 필모그래피를 차근차근 잘 쌓고 싶어요. 아직까진 제가 배우라는 직업을 하고 있는 사람 같아요. 나중엔 배우라는 수식어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bluebell@kukinews.com
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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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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