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꾹꾹 눌러 참고 있었던, 진짜 하고 싶은 것을 할 생각에 진심으로 행복합니다.” 최근 서면으로 만난 이무진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4일 신곡 ‘신호등’ 발매를 앞두고 나눈 대화였다. 꿈을 베어 문 사람만이 맛볼 수 있는 희열이 지면을 뚫고 전해졌다. “무척이나 설레고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노래가 음원사이트에 나오면 어떤 기분일까 자주 상상하면서 발매하는 날을 기다렸습니다.”
‘신호등’은 이무진이 서울예대 입학 후 신입생 공연을 준비하며 만든 노래다. 공연 주제는 무지개. 평소 노란색을 좋아하던 그는 ‘노란 신호등’을 테마로 선율을 짓고 노랫말을 붙였다. “제 현재 상황을 잘 나타내주는 노래예요.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괴롭히지마’라는 부분이 좋아요.” 이 곡에서 이무진은 “난 아직 초짜”라며 “내가 빠른지도 느린지도 모르겠어”라고 토로한다. 노란 신호등을 앞에 두고 쩔쩔 매는 노래 주인공에게서, 자신만의 속도를 찾지 못해 혼란에 빠진 청춘이 스친다.
방송에선 ‘천재소년’으로 불리지만 이무진에게도 창작이 어려운 순간은 있다. 대학 신입생이 된 지난해 봄이 그랬다. 곡을 쓰다가 영감이 막힌 그는 무작정 산책에 나섰다. 도착한 곳은 학교 정문 건너편이었다. 벤치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던 그의 시야를 신호등이 가렸다. 푸른 신호와 붉은 신호 사이, 3초 동안 빛났다가 사라지는 노란 신호를 보며 이무진은 감동 받았다. 자기 자리가 많지 않은데도 기회가 닿을 때마다 최선을 다해 빛을 내는 노란 신호가 자신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무진이 ‘싱어게인’에서 “나는 노란 신호등 같은 가수”라고 말한 이유다.
기타를 처음 잡은 때는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가 쓰던 기타에서 영혼을 느꼈다는 그는 고등학생 때 제대로 음악을 시작했다. 유튜브를 뒤져 보며 멋져 보이는 음악을 따라 연주했고 노래도 열심히 불렀다. 자신이 나름 괜찮은 보컬리스트라는 사실을 인지했을 땐 이미 마음에 음악을 향한 꿈이 피어나고 있었단다. ‘싱어게인’ 출연 전엔 학교 복도에서 노래하는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가 ‘서울예대 복도남’이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미국 가수 제이슨 므라즈를 가장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한 가지 장르를 편식하진 않는다. 이무진은 “최대한 많은 음악을 들으려고 노력했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 애쓰며 소양을 길러나갔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어디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음악을 만들며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이야기”다. “곡이 던진 질문이 노래가 끝난 후에도 유효해야 합니다. 그로 인해 생각에 잠길 수 있는 곡을 만드는 걸 가장 중요시합니다.”
‘찐무명’도, ‘63호 가수’도 아닌 자기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한다. 만 21세, 이른 나이에 거둔 성취다. 이무진은 “열심히 노력했고, 덕분에 좋은 결과들도 많이 만났다”며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였다고 말했다. 그에게 음악이 왜 그리 좋냐고 물었다. 지면 너머로 그의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그 영화 속 명대사를 빌려서 ‘와이 낫?’(Why not?·사랑하지 않을 이유가 없잖아?)이라고, 멋있는 척 해보고 싶네요. ‘그냥’ (음악을) 사랑합니다.”
wild37@kukinews.com / 사진=쇼플레이엔터테인먼트 제공, JTBC ‘싱어게인 – 무명가수전’ 방송화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