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무당 딸로 태어나 저주를 거는 능력을 가진 소녀. 임진희(엄지원)를 만나기 전까지 그 능력은 백소진(정지소)에게도 저주와 같았다. ‘방법’ 시리즈에서 임진희가 현실 밝은 곳에서 펼쳐지는 이야기의 주인공이라면, 백소진은 어두운 무속 세계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쓰는 인물이다. 두 사람이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순간은 ‘방법’ 세계관이 가진 매력이 가장 극대화되는 순간이기도 하다.
영화로 무대를 옮긴 ‘방법’ 시리즈 두 번째 작품 ‘방법: 재차의’에서 백소진은 한발 늦게 등장해 문제를 하나씩 해결해간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배우 정지소는 지난해 3월 막을 내린 첫 번째 작품과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민했다. 말없이 임진희를 지켜주는 단단한 백소진의 매력도 다시 보여줬다.
“‘방법: 재차의’에서 소진이는 잠시 사람들과 멀어져서 수행도 하고 자신의 능력을 더 가꿔요. 내면과 외면 모두 더 성숙한 모습으로 나오죠. 그래서 드라마에서 소진이를 연기할 때보다 체중을 감량했어요. 누군가와 이야기를 할 때도 이전보다 덜 툭툭거리고 편하게 자신의 얘기를 해요. 또 이전엔 정적인 모습이 많았다면 이번엔 동작이 많아요. 이전보다 동적이고 활달한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을 많이 했어요.”
정지소는 tvN 드라마 ‘방법’을 찍을 당시 배우 조민수가 굿하는 장면을 눈여겨봤다. 8분이 넘는 롱테이크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조민수가 긴 시간 에너지를 쏟아 화제를 모았던 장면이다. 그 모습을 보며 정지소는 자신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번 영화에서 그 꿈을 이뤘다.
“소진이가 굿을 하는 장면은 드라마 ‘방법’에서 조민수 선배님이 굿하는 장면을 보며 공부했어요. 영화 촬영 전에 4~5시간 레슨을 4~5번 정도 받았어요. 굿에 쓰이는 물품이나 동작에 담긴 의미, 표정 같은 걸 배우면서 많이 연습을 했습니다. 액션스쿨도 다녔어요. 액션은 현장에서 만든 장면이 많아요. 액션과 포즈는 현장에 갔을 때 분위기와 음악 도움을 받았어요. ‘재차의’ 하면 생각나는 심오하고 멋진 포즈를 여러 개 해보며 준비를 해봤어요.”
정지소는 한 가지에 꽂히면 그것만 파고드는 집중력이 배우로서 장단점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을 준비할 때 다른 생각하지 않고 시나리오에만 빠져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건 분명 강점이지만, 다른 점을 생각하지 못하는 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요즘엔 연기하면서 상대 배우를 도와주고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한다.
“제가 이끌어가야 하는 장면에선 이끌고 가면 되지만, 어떤 장면에선 내가 어떻게 해야 상대 배우가 잘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을 해야 해요. 서로 연기를 주고받는 조화를 생각하는 부분이 제게 부족하다고 요즘 느껴서 많이 공부하고 있어요. 상대 배우의 대사도 더 공부하고, 제 대사도 공부하는 식으로요. 여러 부분을 많이 공부하고 생각해야 한다고 느껴요.”
관객들도 그렇지만, 정지소에게도 영화 ‘기생충’은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봉준호 감독과도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는다. 새 작품을 촬영할 때마다 응원 문자를 받곤 한다. 연기를 그만둘까 고민하던 정지소에게 ‘기생충’이 연기의 길을 열어줬다면, ‘방법’ 시리즈는 자신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이다.
“연기를 그만두려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기생충’으로 다시 연기 시작하게 됐죠. ‘기생충’을 마치고 다시 완벽하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준 역할이 백소진이에요. 제게 캐릭터를 심어주고,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해준 캐릭터죠. ‘방법’ 시리즈는 제가 두 번째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게 도와준 작품이에요. 존경하는 선배님들을 많이 뵙고 배운 점도 많고요. 저한테는 사춘기에서 어른으로 만들어준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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