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이준범 기자 = 언제 누가 납치될지 모른다. 영화 ‘인질’은 현실에서 겪을 수 있는 범죄의 무서움을 체험시켜주는 영화다. 배우 황정민이 자신을 모델로 한 황정민 역할을 맡아 현실감을 더했다. 갑자기 납치된 황정민은 자신이 왜 인질이 됐는지 모른다. 이유를 모른다는 사실에서 오는 공포와 쉽게 빠져나가기 어렵다는 무력함이 관객들을 찾아올 때, 영화는 본격적인 시작을 알린다.
최근 화상 인터뷰로 만난 필감성 감독은 ‘인질’을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영화를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엉뚱한 길에 서 있었다. 그저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시작한 일은 아니었다. 입봉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말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때 나온 게 ‘인질’의 스토리였다. 그렇게 필감성 감독의 첫 영화가 탄생했다.
“입봉까지 긴 시간이 걸렸어요. ‘인간극장’으로 만들면 10부작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그럼에도 버틸 수 있었던 힘은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것에서 나왔어요. 입봉을 위해 해온 모든 걸 다 끊고 정말 하고 싶은 걸 떠올렸죠. 그때 나온 게 ‘인질’이에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했어요.”
필감성 감독이 처음 ‘인질’ 대본을 쓰면서 떠올린 장면은 산에서 굴러 떨어진 배우 황정민이 기절했다가 깨는 장면이었다. 감독이 가장 먼저 생각한 이미지이자, 원래 시나리오 첫 장면이기도 했다. 우리가 아는 황정민이 겪는 낯선 상황을 보는 관객이 당혹감과 궁금증을 동시에 느끼길 원했다. 처음부터 생각한 배우 역시 황정민이었다.
“납치 사건이 벌어지면 어떤 배우가 제일 재밌을까 생각했어요. 1순위가 황정민이었죠. ‘인질’은 대부분 시간 동안 주인공이 묶인 상태로 진행될 수밖에 없어요. 상반신과 얼굴 연기만으로 짧은 시간에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는 배우가 필요했고, 황정민 배우께서 그걸 가장 잘 표현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황정민 배우가 시원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하거나 감동을 주는 휴머니즘 영화로 많이 알려져 있지만, 피해자 역할을 하신 기억은 별로 없어요. 관객들도 황정민의 새로운 연기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우리가 잘 아는 ‘브라더’, ‘드루와’ 같은 황정민 배우의 유행어가 나오면 분위기가 환기되고 관객들도 더 이야기에 참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고요.”
필감성 감독이 ‘베를린’ ‘국제시장’ ‘베테랑’ 등을 찍은 최영환 촬영감독에게 부탁한 건 한 가지다. 카메라가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것. 핸드헬드 촬영을 위해 새로운 장비도 구입한 최영환 감독 덕분에 ‘인질’은 떨리는 화면으로 예민한 긴장감을 담아냈다. 이는 리얼리티를 구현하길 원했던 필감독의 의도이기도 하다.
“제가 찍은 게 사실적인지가 끝까지 중요했어요. 나름대로 중요한 기준으로 잡아놨거든요. 바로 에너지예요. 정교함이나 논리성은 제게 중요한 키워드는 아니었어요. 다른 건 부족할 수 있지만 에너지는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수족관을 탈출한 활어처럼 바닥에 떨어져서 물 튀기고 뛰어다니는 느낌을 원했어요. 어디로 갈지도 모르겠고, 주워야 하는데 못 잡겠는 시종일관 날것 그대로의 느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에너지와 사실성을 잃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죠.”
‘인질’의 스토리가 알려졌을 때는 유명 배우가 납치되며 벌어지는 코미디 장르로 착각하는 관객도 많았다. 예고편이 공개되자 분위기가 바뀌었다. 영화에서도 초반부는 희극처럼 보이다가 심상치 않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생각보다 진지한 이야기라는 걸 관객이 깨달으면 더 몰입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해 의도한 연출이다.
“‘인질’은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를 표방하는 영화예요. 전 ‘리얼리티 액션 스릴러’라는 말을 좋아해요. 평범한 액션 스릴러가 아니라, 사실적이어서 좋더라고요. ‘인질’은 새로운 지점을 탐구하려고 했던 국내 액션 스릴러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어요. 롤러코스터를 탄 것처럼 짜릿했다는 말을 가장 듣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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